"이거"
혼자 근무하는 사무실에 인기척도 없이 들어서더니 모니터에 열중하고 있는 내 옆에 우두커니 섰다가 대뜸 뭔가를 내밀었다. 모니터 옆으로 들이밀어진 풀때기에 흠칫 놀란 나는 나도 모르게 몸이 뒤로 젖혀 졌다.
"이게 뭐예요?"
"민트. 우리말로 박하"
아침부터 말도 없이 언제 뽑아 두었는지 아랫잎사귀는 벌써 말라비틀어지고, 여린 윗잎마져 꼬부라진 들풀을 시크하게 선물하는 이 사람은 다름 아닌 이번에 새로 오신 청소여사님이다. 출근 한 첫날부터 여사님들끼리 중앙복도에서 고성을 지르며 다투시고, 회의 시간 중간에 들어와 쓰레기를 비우며 큰소리로 대화를 하셔서 회의 흐름을 다 흩트려 놓으시는 것도 모자라, 회사 여직원들을 모두 '아가씨!'로 통칭해 버리신 터프한 여사님. 사내 직원 간 호칭이라던가, 근무 중 매너라던가 이야기해야 할 부분은 한두가지가 아닌데, 부모님 뻘인 여사님에게 어떻게 이야기 해야 할지 막막해 요즘 은근히 피해 다녔다. 여사님도 그런 분위기를 느끼셨던 모양인지 친해지기 위해 수줍게 내민 악수 손처럼 내민 풀은 이미 내 손안에 들어와 가볍게 움켜쥐어져 있었다.
"바람이 살랑살랑 불면 향기가 참 좋아. 저번에 청소하다 보니까 화분이 하나 비었던데"
"이걸 심기에는 화분이 너무 작은 것 같은데요."
손바닥만 한 애기 화분에 이 녀석을 심으면 뿌리도 흙이 다 못 덮고, 과하게 불린 마른 미역처럼 냄비를 타 넘어올 것 같아 손바닥으로 가늠해 보다 이내 고개를 내저었다.
"안 되면 밖에 심던가"
여사님은 마지막 말을 남기고 시크하게 퇴장하셨다. 이 녀석을 어쩌나 고민하다 아쉬운 데로 씻어둔 테이크아웃 커피컵에 물을 붓고 이 아이를 안착시켰다. 페퍼민트를 만진 손바닥이며 손가락 여기저기에서 싱그러운 민트향이 배어 나왔다. 아마도 여사님은 은근히 배어 나오는 향기로운 이 냄새가 좋았을 것이다. 그때 내방 빈 화분이 문득 떠올랐을 것이고, 이 향기를 선물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서, 투박하지만 베풀고 싶은 넉넉한 마음으로 이 녀석을 출근하며 챙겨 오시지 않았을까?
사람을 안다는 것은 어디까지 알아야 안다고 말할 수 있는 걸까? 한 개인이 다른 사람을 어떤 사람이다라고 정의 내리는 일이 가능하기는 한 걸까? 소크라테스가 성인으로 칭송받았고, 현재도 그런 이유는 자신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살아낼수록, 책을 접하면 접할수록 더욱더 겸손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