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를 자를 것인가? 기를 것인가?
예전엔 그랬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를 고수하다가도 순간 지겨운 감정이 스치면 여지없이 쇼트커트를 치키도 하고,
기분 내키면 가위를 번쩍 들고 거울 앞에서 앞머리도 요리조리 덥석 잘라 내기도 했다. 그때는 마냥 이쁜데로, 마음에 드는 데로 가 헤어스타일의 모토였다면 지금은 나름 절실한 이유들이 따라붙는다. 날씨가 더워 머리를 묶으면 묶지 않았을 때 보다 다음날 아침 머리 감을 때 뭉텅이로 빠져나가는 머리카락 올 수가 달라 머리를 잘 묶지도 못하고, 그래서 좀 자를라 치면 이제 속속 흰머리도 올라오는데, 언제 또 이렇게 길러보냐는 아쉬움에 미용실 예약 전 긴 머리를 몇 번이나 만지작거리고 검색 포털에 헤어 스타일 검색으로 수십 번 클릭질을 해댄다.
숱이 없어 머리뿌리를 살리면 추켜올린 머리카락 사이로 시스루 블라인드처럼 두상이 내비치고, 그래서 머리를 좀 가라앉히면 소가 핥은 것처럼 볼품없이 들러붙어 안 그래도 나이 들며 젖살이 빠진 얼굴에 도드라진 광대가 더 돋보인다. 새치는 또 어떻고. 숱이 없어 뽑는 걸 주저하다 풀밭에 퍼진 잡초처럼 뭉텅뭉텅 자라나기 시작하면 그때는 보름에 한번 미용실 원장님을 염색사발을 사이에 두고 마주해야 한다.
나는 뽀글거리는 엄마 머리가 정말 싫었었다. 왜 굳이 이쁘지도 않은 저 스타일을 MZ세대들이 따르는 선호스타일보다도 훨씬 맹목적으로 어른엄마들은 따라 할까? 싶었는데. 이제는 이해가 된다. 펌을 자주 하지 않아도 되고, 적당히 볼륨이 있으니 얼굴도 작아 보이는 효과가 있으며, 아침에 머리 감고 따로 스타일링을 할 필요도 없다. 숱이 작은 사람에겐 많아 보이는 효과에 더욱 적격일 것이다. 길이도 길지 않아 염색할 때도 얼마나 효율적일까?ㅁ
모든 것은 다~~ 이유가 있는 법..
무튼, 오랜만에 오늘 오후 휴가라 미용실 예약을 했는데, 나는 아직도 고뇌에 빠져 있다.
자를 것이가? 길이는 내버려두고 볶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