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gital drawing with Fresco 민이라는 사람은 경쾌하고 자신감에 차 보였다. 게을러 퍼져 버려 11시에야 비둥비둥 일어난다는 말에 그럼 10시 정도로 시작해 볼까요 라고 말하는 배려심도 자상해 보인다. 하지만 그런 친근함속에도 살짝 내려쓴 안경알 뒤에 흔들리는 눈빛같은 예민함이 묻어났다.
함께 누군가를 만나고 가까워지는 일은 파도가 치는 잔잔한 바닷가에서 물웅덩이를 만드는 일같은 느낌이다.
상대의 감정과 생각이 멀리서 넘실거리지만 그것을 끌어오는것은 내 조그만 손이 퍼올린 모랫더미에 비례한다.
처음만나 부지런히 손을 움직여 퍼올린 모래 구덩이속에 맑은 바닷물이 차오른다. 그렇게 내게 다가온 그의 내면이 내가 퍼올리는 모래와 서로 대화한다.
맑은 바닷물의 웅덩이는 내모습들 비추기도 한다. 그가 좀더 소극적인 성격이라면 빠져나간 바닷물처럼 왠만큼의 땅파기노력에도 속을 드러내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사람을 만나는것은 나의 노력과 그의 내비침이 조화롭게 섞여야 하는 수고로운 일이다.
조금 쉬었다 싶으면 탄탄히 퍼올린 모래가 조금씩 무너져 채워진다. 그렇게 상대의 감정은 다시 무뎌지는것이다 나의 딴청속에.
글. 그림 by 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