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사람의 친지가 소천하셨다.
눈 아닌 비가 오는 겨울밤 두 번째로 집을 나섰다.
비가 오는 겨울밤은 여러 날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바깥에서 겨울비를 맞는 것은 내겐 두 번째 날이었다.
하늘로 소천하는 이 들은 내리는 비만큼 셀 수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내게 가까웠던 누군가의 소천은 잊을 수 없는 날짜로 새겨졌다.
누군가는 시들어 가는 꽃을 보고자 꽃을 산다고 했다.
나는 싱그러운 꽃이 시드는 것이 아쉽기만 했다.
나는 가장 아름다운 가장 훌륭한 꽃잎을 상상해 와서
실제 받아본 현실의 꽃들은 이데아를 표현하는 모방으로도 무언가 모자랐다.
시들어 가는 꽃, 유한한 존재는 끝을 향해가고 그 배경음이 되어줄 시간은 무한하게 꾸준하다.
시간의 리듬에 따라 천천히 시들어가는 꽃들.
시들어 가는 것의 생명력은 언제 마지막으로 소진되는 걸까 궁금해진다.
숨이 끊어지고, 가슴이 뛰지 않는 그 순간이
이미 꺾인 꽃에서는 언제 오는 것인지 궁금해진다.
누군가가 봐주지 않고, 말려서라도 보관하지 않고, 쓰레기통에 버려지면
그 생명의 나락은 끝으로 치닿는 것일까..
무수한 식물 중에 내게 온 몇 안 되는 그 꽃 한 송이는
꽃밭에선 구분 안될 무수한 송이중 하나였겠지만,
내게 와서 말려져 오래도록
내가 글을 쓰는 책상 앞 켠에서 여전히
내가 이렇게 살았었다는 것을 세포의 벽으로 증명하고 있다.
유일무이한 모습으로, 자라나 분열하는 세포의 벽들로 남아 있는
여전히 아름다운, 져버린 꽃들의 세계를 보며 잠시 묵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