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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리 Dec 15. 2023

자연의 재구성

해가 뜨고 잎이 피는 풍경

여느 때처럼 해가 뜨겠지 싶은 날도

쉬이 겨울이면 흐리기 일쑤라서

먹먹하게 가득 채운 구름이 원체 하늘인 양 한다.


높이 솟은 땅인 양 하는 아파트의 각 층에서

우리는 잠을 자고 아침을 먹고 또 하늘을 바라본다.


그렇게 바라본 하늘에 해가 없다.

그러나 상심하지 말자

없음이 아니라 가리어 안보임을 아는 당신이니,


그 가림이 바람에 흩날려 때론 빛이 비치기도 함이요

두터운 구름이 원체 하늘인 양 해도

그건 손으로 가린 눈에 비친 아이의 숨바꼭질 마냥

가까움이 본질을 크게 가릴 수 있는 시야의 한계일 뿐이니..


땅을 모방하고 확장해 높이 솟은 이곳에서

아직 어두워야 할 지금에도 햇빛을 모방한 전등의 불빛이 영롱하다.


낭중지추라고

예리함은 덮어 가릴 수 없댔지만


우리네 생명은 가리려 덮은 거적 속에선

원래의 형태를 잃고 뭉그러져 간다.


해도 가려지고, 눈도 가린 상황에도

나는 밝은 불빛을 느끼고 뻗는다.

그것이 비록 햇빛이 아니라 불빛임을 안대도

뿌리내린 곳이 땅이 아니라 높은 건물의 화분 속이라도


따뜻하게 나를 품어주는 온실의 빛도

시원히 나를 키워주는 물줄기도  

모두 자연의 모사이고 반복되는 프랙탈의 일부지만.

이 어찌 의미 없다 할 것인가.


오늘도 본질의 주변에서

무언가를 찾으며 열심히 나아가는

내 모습에서, 화분 속 겨울을 모르고 피어나는 새 잎을 본다.

해를 향해 나아가는 모사된 환경속 생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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