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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히려 더 좋다 Feb 20. 2024

파리 시내 주차비 인상에 대한 단상(斷想)

님아... 파리에 SUV는 가져가지 마소

파리 시내 SUV (Sport Utility Vehicle) 차량 주차비를 세 배 올리는 일이 주민 투표로 통과되어 2024년 9월부터 시행에 들어간다고 한다.


다른 나라에서 일어나는 일이기에 크게 상관할 일이 아닐 수도 있다.


다만, 파리(유럽) 여행을 하는 우리나라 사람이 많이 있기도 하거니와, 차량이동이 빈번하게 발생하는지라 우리와 전혀 상관없는 일이라고 하기도 조금은 애매하다. 사전에 인지하고 있다면 손해 볼 것은 없으니 알고 있는 것도 좋을 듯하다.


시내 중심지의 경우, 이미 주차비용이 그다지 저렴하다고 하기도 어렵다. 여기에 추가하여 세 배나 더 인상한다고 하니 까딱 잘못하다가는 주차비 때문에 큰 봉변을 당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기사를 접했을 때, 대형차량에 대한 징벌적 주차비용 인상이라는 내용이 먼저 관심을 끌었다.

동시에, 조금은 어색한(개인적으로) 내용이 가볍게 지나치려는 시선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대형 SUV차량만 의도적으로 골라서 내연기관, 전기차를 가리지 않고 주차비용을 세 배나 올리겠다는 것이다. 이 차량은 좁은 거리에서 더 많은 공간을 차지하고, 환경오염을 더 많이 일으켜 지구환경을 위협하고, 소형차보다 더 많은 교통사고를 일으킨다는 것을 비용인상 이유로 들었다.


언뜻 보기에는 이유가 아주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그럴싸해 보이던 이유가 순간 웃기는(?) 이야기로 바뀌어 버렸다. (개인적인 느낌)

파. 리. 시. 민. 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대목 때문이다.


파리시민은 빼고 다른 곳에 사는 사람이  SUV차량을 몰고 파리 시내로 들어올 경우에만 주차비를 파격적으로 올려 징벌(?)을 하겠다는 것이다. 거기에 더해서 SUV차량 운전자들은 부자이고 환경위기에 관한 의식이 낮은 것으로 간주하여 사회정의 구현의 한 형태로 주차비용을 올린다고 한다. (큰 차를  타는 사람은 다 부자인가?)

 

약간은 이기적이고 명분이 약해 보였다.

파리시민도 포함된다면 그나마 설득력이 좀 더 있었을 텐데 말이다.

파리시민을 포함하면... 민중봉기(?)라도 일어나려나...


이 기사를 조금 더 가까이 들여다본 이유는 '파리'라는 도시... 상징적 이름 때문이었다.


파리(프랑스)는.....

불합리한 것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자기들 왕까지 갈아치웠던...

혁명의 상징이 아닌가...(복잡한 것은 접어두고... 일면만...)


파리(프랑스)에 대한 혁명적이고... 높은 시민의식으로... 합리적일 것이라는...(혁명적인 것이 합리적일 필요는 없지만..) 긍정적 인식에 미세한 균열을 느끼기 시작했다.


파리시 외부에서  시내 (1-11구)로 진입하는 SUV 차량은 내연기관(1.5t)이나 전기차 (2.0t)를 가리지 않고 기존의 시간당 €6에서 €18로 인상 9월부터 적용한다고 한다. 주차시간이 길어질수록 가중적 징벌(?)이 추가되어 세 배 이상이 된다. 6시간 주차 시 €225를 내야 한다.


파리 외곽지역(12-20구) 경우는 €12/시간 (2시간)을 지불해야 하며, 6시간 주차 시 가중치 적용 €150를 내야 한다.


이 변화를 인지 못한 체 SUV차량을 6시간 정도 시내에 주차했다가는 우리 돈으로 약 32만 원 정도에 해당하는 주차비 폭탄을 품에 안게 될 것이다.


이 폭탄은 여행일정과 마음상태를 산산이 파괴할 수도 있다.

비용은 둘째치고 혹시라도 마음이 상한다면 치유 불가이다. 다시는 파리에 가고 싶은 마음이 없을 정도로 정나미가 떨어질 수도 있다. 사전에 인지를 하고 미리 대처할 수 있으면 좋을 듯하다.


대신에, 소형차를 타고 다니면 주차비용에 있어서만큼은 조금은 더 자유로울 수 있겠다. 유럽의 오래된 마을길을 돌아다니기에도 조그만 소형차가 훨씬 편리하기도 할 것 같다.


주차비 인상안은 파리 주민투표를 거쳐서 통과되었다. 

투표율 5.7%, 찬성 53.55%, 반대 45%로 과반수 이상의 찬성으로 통과되었다.

투표율 5.7%가 아주 인상적이다. 

극도로 낮은 이 수치는 생각회로가 무한루프에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버그로 작동하고 있었다.


투표율을 화두로 조금은 더 생각해 볼 여지가 있어 보였다. (기사와는 별도로...)

낮은 투표율이 유도할 수 있는 결과의 왜곡.... 같은...


<기사 일부 내용>

Hidalgo had previously described the move to curb the presence of SUVs through raising parking prices  as “a form of social justice”. She said the aim was to deliberately  target the richest drivers of expensive, heavy and polluting cars who  had not yet made changes to their behaviour to address the climate  crisis.


이들이 말하는 사회정의가 무엇인지도 정확하게 모르겠다.

기후위기를 걱정한다면서 전기차도 포함되고...

파리시민은 제외되고...

의도적으로 부자 운전자를 타깃으로 했다는 표현이 부담스럽다.


투표율은 5.7%, 찬성 53.55%, 반대 45%,

과반수 이상의 찬성으로 통과...


투표율이 낮아도 너무 낮은데... 이런 경우 결과를 수용해야 하는가?

100명의 집단에서 5명이 투표에 참여 3명이 찬성했다. 과반수 이상이 찬성... 의결안 통과...


통과된 의견이 집단의 의견을 대표할 수 있는가?

수용해야 하나?


처음 드는 생각은 "당연히 수용해야 한다"였다.

투표 규칙이 투표율과 무관하게 해석하기로 되어 있다면 더 이상 따질 것이 무엇인가?

파리의 주민투표 결과는 투표율에 무관하게 의결안의 구속력을 인정할 것이라 한다.

분명히, 투표권이 있는 모든 사람에게 민주적으로 평등한 투표의 기회를 주었다.

그들이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것이 원인이므로 어떤 결과가 나오든 승복해야만 한다.


투표는 다수의 의견을 최대한 수용하는데 기본 목적이 있다.

그 결과로 결정된 사항에 소수(개인)의 의지를 복종시키고 힘과 권위를 실어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공정한 과정과 절차에 따라 투표가 진행되었고 결정되었다면, 결정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것이다.


투표율이 낮을 경우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소수 의견이 다수 의견을 지배할 수 있는 역설적 가능성이 있게 된다.

다수 의견에 힘과 권위를 실어주려는 투표의 본질이 왜곡되고... 소수에게 다수가 복종하게 되는... 이상해도 아주 이상한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다...(투표를 하지 않은 잘못이 훨씬 크겠지만)


투표의 절차와 과정이 비록 명확하게 준수되었다고 하더라도, 극도로 낮은 투표율로 결정된 사항에 반발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곤란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과정과 절차에 문제가 없으면 독재자(?)가 만들어져도... 민주투사(?)가 만들어져도... 상관없을까.

그냥 받아들이면 되는가? (복잡한 문제이니... 여기까지만)


기사 내용으로 돌아와서, 파리시민 그들이 보여준 낮은 투표의식은 파리에 대한 개인적 선입견을 완전히 박살 내어 버렸다. 그들 만큼은 선진 시민의식으로 높은 투표율을 보여줄 것이라는... 막연한... 긍정적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다. 선진국을 대표하는 도시이자... 정치적, 산업적 혁명에 있어 상징적 도시인만큼... 그들이 보여준 극도로 낮은 투표율은  지극히 어색하기만 했다. 낮은 투표율로 인한 배신감(?)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더욱 이해가 가지 않는 점이 하나 더 있다. 투표율이 지극히 낮을 경우, 낮은 투표율이 유발하는 부작용을 파리시 의회(?)가 분명히 인지하고 있었을 텐데... 왜? 그대로 방치(?)할까...  의문이 드는 점이다.


아마도, 투표 때마다... 지속적으로 낮은 투표율을 보였기 때문에 낭비되는 재정과 노력에 지쳐서... 어쩔 수없이 더 이상 투표율을 반영하지 않기로 한 것이 아닌가 추측된다. (구제불능의 투표율 때문에... 추측일 뿐이다)


이 추측에 일면 타당성이 있어 보이는데, 지난해 2월 파리시내 "전동 킥보드 대여 서비스 금지" 투표건도 마찬가지로 7%의 낮은 투표율로 킥보드 서비스 금지 안을 통과시켰었다.


파리시가 SUV만 타깃으로 주차비를 올리거나... 전동 킥보드를 금지시키는 현상 자체도 흥미롭다.


결과와 별도로 '과정과 절차'에 존재하는 낮은 투표율로 인한 결과 왜곡의 가능성 또한 진지하게 생각해 볼일이다. (결론을 내기는 어렵더라도...)


주어진 절차와 과정이 명확하면 그 결과에 따라야 하는가?

과정과 절차에 문제가 없으면 결과는 어찌 되어도 좋은가?


낮은 투표율이라는 단어에 붙잡혀...

'사회 계약론'까지 탐구하고 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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