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이다못해 우주인
어떤 음악을 듣다보면 마음 한 구석이 뭉클해진다. 아는 만큼 표현도 가능한 법인데, 음악적 식견이 부족한 나는 이걸 말로 표현할 수 없어서 뭉뚱그려진 느낌으로만 갖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호천 선생(10화를 참고해 주세요) 호기심이 발동하여 챗GPT와 퍼플렉시티에게 물어봤다.
그 결과, 신디사이저(Synthesizer)를 주요 악기로 사용하는 음악에서 느껴지는 마음이란 걸 알게 됐다(고마워, 얘들아. 니들 덕에 새로운 나를 발견한다). 신디사이저는 전자악기로 만들어진 소리라서 그런지 음이 독특하고, 듣다보면 몽환적이고 미래적이면서도 묘하게 공간감이 느껴진다. 시티팝에서 신디사이저를 적극적으로 사용한다고 하던데, 도시의 밤, 드라이브, 낭만 이런 느낌이 내가 추구하는 바였을까?
몽환, 미래, 공간감, 도시의 밤. 이 요소들이 한데 어우러지면 묘한 시너지를 일으킨다. 그 시너지는 삽시간에 나를 현실과 동떨어진 세계로 빨려들어가게 한다. 종착지는 우주. 그러한 음악을 들을 때면, 현실의 불안과 두려움, 걱정과 분노도 잠시 잊게 된다. 하나의 크고 튼튼하면서도 투명한 버블이 가부좌를 틀고 입가에 살짝 미소를 띄운 나를 여유롭게 감싼 상태에서 깜깜한 우주에 내가 동동동 떠있는 느낌이랄까? 이 때 나는 이방인이다못해 우주인이 되어버린다.
그런데 정말 오묘하게도 우주에서는 지구와 달리 이질감이나 소외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고독하지 않다. 왜일까? 어둠이 내려앉은 도시는 화려한 야경과 불빛으로 많은 사람들의 존재를 알리지만, 그 속에 온전히 소속되지 못 한 나는 고독했다. 그러나 몽환과 미래가 데려간 곳에서는 어차피 음악과 나만이 존재하므로, 나의 홀로 됨을 그대로 받아들였고 감각적으로 나를 느꼈다. 타인과 세상이 나를 소속시켜주는가 아닌가에 집중할 필요 없이, 나의 세계에 집중하는 순간 느껴지는 해방감이 있었다. 그것이 나에게 뭉클함으로 다가왔으리라. 묶여있던 마음이 신디사이저라는 우주선을 타고 날아간 순간, 나는 나를 자유롭게 만들었다. 후련하고 시원했다.
버블 속에서 우주를 즐기는 사람이 나 뿐인 건 아닐 거다. 다들 각자의 신디사이저, 하나쯤 있지 않을까. 망망대해 같은 깜깜한 우주 속에서 부유하다가, 어느 날 저 멀리에서 또 다른 버블을 발견할 수도 있겠지. 우연히 SNS에서 봤는데, 선선하게 바람이 통하는 사이가 좋은 사이라고 하더라. 우주에 비록 바람은 없지만 선선하게 지내보려 한다. 이방인에서 벗어나기 위해 너무 가깝게 다가가서 두 개의 버블이 맞닿아 터지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