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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드 Jul 19. 2023

영응사(린응사) "개 조심!"

베트남 다낭, 영응사

인공지능, 뤼튼이 그린 그림


예전엔 이런 푯말을 본 적이 많았습니다. 


"개조심"


진짜 개가 있는 집도 있겠지만, 그저 위협용으로 써놓은 집도 있었죠. 우리 집에 관심 갖지 말라는 의미로.


친구들과 초인종 누르고 도망치는 놀이를 하다, 개 짖는 소리에 놀랐던 기억이 갑자기 떠오르는 건, 아마도 영응사(린응사)에서 있었던 황당한 사건 때문일 겁니다. 


영응사 경내


영응사에 개가 많다는 얘기는 들어서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큰 개들이 서성이며 돌아다닐 줄은 몰랐습니다. 밤이라 인적 드문 절집. 저희 일행은 더위를 피해 밤 시간에 이곳을 찾았고, 그 비슷한 시간에 한 무리 여행객이 버스에서 내렸습니다. 아마도 저희와 같은 목적 같습니다.


영응사 일주문


해수관음상을 보러 계단을 내려가는 길, 제 앞길은 추월하던 여인 앞에 갑작스럽게 나타난 견공 세 마리.


"컹컹~ 컹!"

"왈왈~왈!""으르릉~~컹!"


갑작스러운 견공들의 등장


순간적으로 보이기엔 사나워 보였습니다. 그리고 순식간에, 제가 서 있던 계단은 아수라장이 됐지요.


"어머! 어머~~~"


낯선 여인이 제 팔목을 부여잡더니, 제 뒤로 숨었습니다. 얼마나 놀랐으면, 우연히 같이 길을 걸은 인연뿐인 사람의 팔목을 잡았을까요?


"여보~~"


그리고 잠시 후, 그녀 남편이 돌계단을 단숨에 뛰어 내려오는데, 대여섯 계단을 한 번에 밟습니다.


"괜찮아?"

"아! 몰라~"


여인은 남편에게 상당히 삐쳤습니다. 일부러 들으려 한건 아니지만 대충 내용이 이랬습니다.


항상 여행 가면, 자기는 뒷전이고 지 혼자 사진 찍느라 바쁘다고 말이죠. 그럴 거면 혼자 다니라고, 왜 같이 다니냐고. 아내는 씩씩 대며 혼자 절을 빠져나갔고, 의기 소침한 남편은 그 뒤를 졸졸 쫓아갑니다.


그 모습은 보고 있으니, 저도 별반 다르지 않은 상황이네요. 항상 여행지에서 저는 사진 찍느라 아내와 멀찍이 떨어져 여기저기 돌아다녔거든요. 제 아내 불만도 예의 그 여인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런 일로 싸우기 부지 부수였고요.


미케비치와 다낭 시내 야경


저는 나름대로 불만이 있지요. 제가 사진 찍을 때까지 기다려주고 같이 움직이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 순간 저 멀리 저를 째려보는 아내 모습이 보입니다. 빠른 걸음으로 저도 아내 쪽으로 걸음을 옮깁니다.



영응사 해수관음상


이곳 영응사(린응사)에서 유명한 것은 아마도 67미터 높이의 해수관음상이 아닐까 싶습니다. 과거 아픈 상처를 간직한 바다와 그 사람들의 영혼을 달래주기 위해 세운 거대한 불상. 그 덕에 태풍 피해도 없어졌다고 하니, 간절한 마음을 담은 불상에 그들의 염원이 담겨있어서 그런 것이겠지요.



그리고 다음 날, 다시 이곳 영응사를 찾았습니다. 밤의 모습을 보았으니,  낮의 모습도 보고 싶었지요. 가만히 서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절집을 빠른 걸음으로 다시 돌아보았습니다. 



흔쾌히 사진을 허락한 쿨한 외국인. 저 모습이 잠시 부러웠던 이유는?


이 절에 개가 많은 까닭이 원숭이가 많아서 일부러 개를 키운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역시 사찰에 원숭이가 많이 눈에 띕니다. 



절대로 원숭이에게 관심을 갖지 말라고 하는 조언을 생각하며, 멀리서 그들을 바라보는데, 동물원 우리에 갇힌 원숭이만 보다가 직접 옆에서 보니, 무섭긴 하더군요. 



원숭이들 모습이 쉽게 눈에 띕니다.


어느 겁 없는 사람이 이런 원숭이 옆에 가려 할까요? 가끔 핸드폰도 뺏기고, 들고 있던 물건도 뺏긴다고 하던데 말이죠.



해수관음상. 67미터 높이의 이 관음상은 신기하게도 카메라에 전체가 잡힙니다. 이런 높이면, 대부분 일부분만 찍을 수 있는데, 여기는 앵글에 다 잡혀요.


영응사의 밤과 낮, 그 모습을 이렇게 보고 오니 좋네요.  그래도 역시 여름 한낮에는 이곳에 오래 있는 건 힘듭니다.  서둘러 시원한 에어컨이 있는 차로 이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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