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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셜리 Jul 25. 2023

매일 이별하는 중입니다.

대략 3개월 동안 나는 브런치 앱에 들어올 수 없었다.


5시, 내가 눈이 떠지는 시간이다. 일어나 집을 정리하고 도시락과 아침을 준비한 후에 8시가 되면 집 밖으로 나와 익숙할 듯, 익숙해지지 않는 지옥철에 몸을 구겨 넣었다.

맞다, 난 회사를 다니게 되었다. 생각하지 못하게 기회가 찾아와 의류 스타트업에 들어가 출근하고 퇴근하다 보면 눈이 감기고 매일 지치는 출근길에 뻑뻑해진 눈을 비벼 정신 차리려 애썼다.


직장인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애매한 건 4대 보험이 안 되는 아르바이트생이었다.

단 한 번도 출근과 퇴근을 9 to 6 해본 적 없는 나에겐 이 모든 순간이 괴로워 글을 쓰고 싶어도 책상에 앉는 것조차 멍해질 만큼 괴로웠다.

매일 9 to 6 근무한 건 아니고, 월목은 13시 퇴근했지만 다이어트한다고 피티 받고 나면 기절하기 바빴다.


4대 보험 말고는 딱히 나쁜 점은 없었어서 만족했지만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과정을 즐겨 결과를 만들어 사람들에게 보이는 것을 좋아하는 내 성향에선 매일 옷 검수하는 단순하고 쉬운,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되는 단순노동은 곤욕이었다. 처음엔 규칙적으로 일을 하고 돈을 벌고 사람들을 만나는 것으로도 버거워 이 일이 나에게 얼마나 안 맞는지 잘 몰랐다. 평소에도 긴장도가 높아 사람과 대면할 때마다 불안을 느끼는 나에겐 모든 순간이 몇 배의 긴장을 요구해 일에 몰두했다.


누가 한 소리하시면 주눅 들고 기분이 침울했다.


작은 실수 하나에도 자책하고 세상을 무너지듯 난리 친 덕에 일을 더 키웠고 수습하고 사과하고 다니느라 불안과 긴장은 몇 배나 더 높아 매일 눈물의 길을 걸었다. 그런 나의 상황을 관찰하거나 분석해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없을 만큼 혼이 쏘옥 빠져 있었다.


한 번은 이틀 치의 쓰레기통을 뒤지고 봉투 찾고 cctv 돌려 보게 할 만큼의 대형사고를 쳐서 매일 한숨이 푹푹 쉬기 바쁠 만큼 허둥거리고 난리 쳤었다.


그러다 조금씩 긴장을 내려놓으려 생각하고 다시 돌아보며 확인하면서 실수에도 침착하게 반응하는 연습이 되고 작은 일이나 큰 일에 기분이 무너지지 않자 긴장감은 훨씬 줄어들면서 이 일이 나와 맞지 않다는 것을 느끼며 구역질로 근무시간을 견디었다. 그러다 이렇게 힘들게 일해서 나에게 얻는 성장이 더 이상 없다는 것을 깨닫자 마음이 뜨기 시작했고 진지하게 내가 잘하고 좋아하는 것에 대해, 나라는 사람에 대해 고민했다.


매일 밤이 되면 나의 생각과 감정을 정리하고 원인과 결과에 대해 일기에 적으면서 나는 누구이지? 난 어떤 사람일까 생각하고 또 생각하다 알게 된 사실이 있다.

나는 사람들과 경쟁하는 것을 싫어하고 경쟁은 자신과 하는 것으로 생각하며 세밀하게 분석하고 관찰하여 얻어낸 결과나 생각을 사람들에게 나누고 정리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을 떠올렸다. 나는 좋아하는 일에 대해선 열정이 미친 듯이 쏟아내고 좋아함을 잘함으로 만들어내는 사람이라는 것을 느끼고 온몸으로 흡수하고 나니 마음의 결정이 섰다.


그래, 나는 관심 없고 싫어해서 못하는 거지! 좋아하면 힘들어도 과정을 사랑하고 어떠한 결과가 나오더라도 늘 최선 다하는 날 사랑했으니 이번에도 멈추지 않고 도전해 보자.


나의 성향과 성격을 분석하며 진짜 내가 좋아하고 사랑하며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고 취업준비 하리라 마음먹고 찾아보다 콘텐츠 마케터라는 직업을 찾았다. 내 주변 모든 분들이 물건을 살 때, 어떤 것이 필요할 때 또는 그림이나 캘리 등의 어떤 작품이 필요할 때마다 나를 찾고 비교 분석해 주길 원하며 가장 좋은 제품을 선택할 때 도움이 되어주길 원하는 것도 콘텐츠 마케터라는 직업으로 목표를 정하고 결정하는데 큰 힘이 되었다.


주변에 취업준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을 때, 무엇을 준비하냐고 되묻는다. 그럼 난 마케터요! 대답할 때마다 돌아온 반응은 “딱 어울린다. 그 직업은 그냥 셜리 그 자체야! 응원해!” 이제 시작인데 나를 보면 마케터 그 자체라고 하니 어깨의 힘이 바짝 들어갔다.


마음을 정하면 행동해야지! 하며 내일 배움 카드를 발급했고 학원을 알아봤다. 현재 일하는 곳과 시간이 전혀 맞지 않아 고민하다 8월 초중순에 그만둔다는 의사를 밝혔다.

나는 다들 그만두나 보네~ 하고 참았던 묵은 때가 사라져서 시원해하거나 시큰둥한 반응이실 줄 알았는데...., 나를 보며 그렁그렁한 눈물이 맺힌 채로 “셜리 없이 이 삭막한 곳에서 어떻게 일하니..., 매일 네가 앉던 자리를 보며 마음이 정말 허전할 거야... 그래도, 네가 꿈을 위해 가겠다고 하니 아쉽지만, 마음은 정말 아프지만 응원해야지. 넌 정말 뭐든 잘 해낼 거고 잘하는 아이니까.”


왜 울지...? 싶었다. 그만둔다는 소식을 전한 후부터는 회사 직원들이 나에게 달려와 “너, 제발 좀 쉬어! 그만 일하라고...!!!!!!” 하며 물기가 가득한 목소리를 하곤 나를 꼭 껴안으신다. 이렇게 매일 나는 회사분들과 이별을 하고 있다.


나도 이 회사를 그만둔다는 것에 너무나 슬프고 아팠지만 꿈꾸고 이루어가는 내 모습을 사랑하기에 툴툴 털어냈더니 이 분들이 매일 운다.

그냥 하는 응원인 줄 알았더니 매일 수시로 내 자리에 와서 내 손 한가득 초콜릿이며 젤리이며 쥐어주고 “이건 비밀이야, 셜리만 먹어!” 하고 사라지신다.


얼떨떨하긴 하다. 나는 항상 잘리고 빨리 그만두고.. 사실 3개월이 다 되도록 다닌 곳은 27살이나 먹고 처음이다. 뭐, 사정은 있다지만.. 아무튼.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려고 더 열심히 온 힘으로 일하고 있다. 아쉬움은 남기고 싶지 않아서, 그만둔다고 느슨해지기는 너무 싫으니까.


내 손에 한가득 간식을 쥐어주고 간 직원은 사실 날 그리 반기지 않으셨다. 내 말에 철딱서니 없는 아이로 보는 눈빛이 강했다.

짜증 내도, 기분 좋을 때도, 불같이 화내셔도 나는 늘 한결같이 웃었다. 속은 좀 신경질 났지만, 늘 웃으며 “아~ 몰랐어요! 다음부터는 그렇게 할게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더 웃고 더 신나게 일하는 모습으로 연기하고 일했다.


먼저 인사하고 먼저 웃으면서 말하고 하니 요즘은 나만 보시면 목소리에 울음이 있다.


“셜리..., 나는 셜리 옆에서 일할 때가 능률이 젤 좋았는데... 셜리 왜 그만둬? 왜? 어?!? 혼나!!”


속을 모르겠던 다른 아르바이트생이 다가와 나를 꽉 안으면서 한 말이었다. 머리에 물음표가 가득했다. 나는 영문도 모른다. 내 옆에 앉는다고 능률이 오른다고...? 말이 안 되는데?

옷 검수하는데 내가 옆에 있다고 안 보이던 흠집이 바로 보이나? 의문이었다. 갑자기 와서 다그치듯 얘기하 셔서도 있지만 늘 날 보며 무표정하셔서 싫어하시는 줄 알았는데 말이다.


어떤 직원분은 내 첫인상이 별로였다고 솔직하게 말해주셨다.


음침하고 조용해서 오타쿠의 기질이 다분해서 얼마나 다닐까 걱정하셨다고 했다. 이 말은 그만두는 결정 전에 해주시는 말이었다.

지내면 지낼수록 내가 잘 웃고 한다면 다이어트한다고 하더니 매일 간식도 안 먹고 물만 마시고 식단도 철저하게 하면서 끝까지 해버리고 먼저 인사하고 쉴 땐 책이나 조용히 공부하는 모습에 되게 의아하셨다고 그래서 다행이다 싶으셨다고 한다.


지금 자랑하는 글이냐고? 절반은 맞다.

나에게 자랑하는 글이고 응원하는 글이다. 그리고 누구보다 히키코모리였던 내가 이렇게 매일 회사분들을 꼬옥 안김 당하면서 수십 번씩 이별을 준비하고 이별을 하는 모습을 얘기하는 건, “난 원래 그래요.. 난 안 돼.” 그런 생각하는 분들에게 꼭 말해주고 싶었다.


원래 그런 건 없어요. 유전이나 환경의 요인의 작용은 분명 크지만 노력하면, 조금이라도 생각을 다르게 해보려고 한다면 당장 아니어도 바뀌어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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