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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셜리 Apr 21. 2024

죽고 싶은 순간, 가장 살게 한 순간

아이러니한 일들이 있다.

가장 죽고 싶었던 순간에 가장 살게 한 찰나의 순간이 나를 스쳐갈 때이다.


그날이 오늘이었다.

삶에 지쳐서 아파트 난간에 몸을 반쯤 걸쳐 놓고 생각했다. 억울하고 분한데.. 유서 써서 내가 억울하다 말하면 죽은 자의 소리를 듣고 세상 사람들이 가해자들에게 손가락질해 주면 좋겠다. 죽어서라도 억울함을 풀어내면 좋겠다.


그리 한참을 난간에서 저 멀리 땅을 내려다보다 문득 떠올렸던 찰나가 있더라


가장 죽고 싶어 오열하던 밤에 누군가 내게 해준 말이 있다. 해리장애로 잠시금 기억을 잃어갈 때 그리고 내가 이따금 누군지 모르겠던 무서운 날들의 연속이던 밤 누군가의 말 하나로 난 오늘까지 살아낼 수 있었다.


“오늘은 뭐 했어? 또 내일은 뭐 할 거야? “

“모르겠어요. 잘 기억나지 않아요… 아니, 기억을 못 해요. 아마도, 방 여기저기 있거나 멍하니 있거나 울거나? 아마 그럴 거예요.”


매일 그런 낮과 밤의 연속이었으니까. 변하지 않겠지. 10년이 흘러도 20년이 흘러도 그리고 죽는 날까지도. 그리 단언했던 내게.. 외로운 밤만 보였던 내게 그 누군가 날 살리는 한 마디를 해줬다.


“내일은 그 방 속에 내가 여기저기 있을 거예요! “


아무도 들어올 수 없는 마음의 방.

나 조차도 열기 어려운 어둠 가득한 음산한 방에.. 누군가 똑똑하고 두들겨서 그전엔 단단하게 걸어 잠겄던 그 방은 허무하다 싶을 정도로 쉬이 열렸다.


물에 잠긴 소리로 와르르르 무너지기만 하던 그 속에 사람이 헤엄치기 시작했다.



오늘 절망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당신에게, 난간에 앉아 머뭇거리는 당신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없다. 옆에 있어주지도 때론 위로의 말도 사치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건… 어느 날은 당신의 숨소리가 멈추지 않는다면 누군가에겐 살아갈 큰 용기가 될 거다.


아무도 들어올 수 없는 방에 말 하나로 26년의 트라우마 아픔을 이겨낸 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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