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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셜리 Mar 31. 2023

보고 싶어서 울었어

요 근래 나는 밤만 되면 툭-, 눈물을 터트린다. 다시는 엄마를 가족으로 두지 않겠다는 강한 다짐으로 누르고 누르던 그리움이 터졌기 때문이다.


동생, 남동생이 무척이나 보고 싶다. 몇 년을 그렇게 외우지 못해 알려달라고 하면서 ‘네 번호만큼은 평생 못 외울걸’ 장담했던 번호가 갑자기 오늘 떠올랐다. 그냥 생각이 나더라. 더듬더듬 기억을 떠올려서 번호를 누르고 문자내용을 읽었다.


딱 1년이 되었나 보다. 동생이 보고 싶어서 내려간 본가에서 엄마의 행패와 동생이라는 말로 나에게 가스라이팅을 했던 새아빠에게 이건 단단히 잘못됐다고 느끼고 연락을 끊은 시간이 벌써 1년이다. 처음엔 독한 마음먹고 쳐다도 안 봤다. 번호도 지웠다. 그리고 4개월, 6개월 지날수록 소식이 궁금해서 몇 번이고 글을 쓰고 지우 고를 반복했다. 2023년이 되면서 동생이 보고 싶어서 우는 날들이 많아졌다.


원망하고 있을까? 아니면 나를 잠깐이라도 생각하고 있을까?


역시 이 생각들은 사치야…


나에게 동생이란 존재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모성애 비슷한 존재였다. 태어났을 때부터 잠은 내 등에 업고 자장가를 불러주며 재웠고 밥은 오직 동생 먹이려고 혼자 요리를 터득해 내 밥은 빼먹어도 동생은 꼬박꼬박 먹였다. 똥기저귀 가는 건 너무 쉬운 일이었고, 기저귀를 떼고 배변훈련 역시 내가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어른들도 동생이 보채면 엄마가 아니라 나를 찾았다. 놀이방부터 어린이집 등하교할 땐 꼭 내 손을 잡았다. 학부모 참관수업부터 재롱잔치 등등 부모가 해야 할 자리에 무책임한 그들 대신 늘 내가 갔었다.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 중에 가장 반짝이고 좋은 것들만 주고 싶었다.


맞아, 그랬지. 지금은 보고 싶어도, 잘 지내냐는 사소한 안부도 할 수 없는 마냥 그리운 사람으로 남았다. 동생의 어린 날들에 내가 있었지만, 다 크고 성인이 되어갈 즈음엔 나는 그림자였고 보이는 건 무책임했던 그들, 엄마와 새아빠. 동생에겐 하나뿐인 부모.


내가 너한테 어떻게 했는지 기억 못 해도 되는데…, 옆에 있고 없고 몰라줘도 돼. 다 괜찮거든? 연락 끊긴 누나 따위 안중에도 없어도 돼. 원망해도 되고 미워해도 돼.



근데 나는 네가 참 보고 싶어.

네가 나의 큰 약점이라는 걸 그들이 알고 이용하는 것만큼은 용납할 수가 없어. 내가 정당하지 않은 말들과 요구들 속에서 거절할 때마다 동생이라는, ‘너’ 들먹이면서 승리의 미소 짓는 그 모습, 나를 다시 어떻게 해보려고 널 귀찮게 하는 그지 같은 인간들에게 약점으로만 여기게 할 수 없었어. 그러니 어떡해, 비겁하다고 해도, 펑펑 울만큼 보고 싶어도 참아내는 수밖에. 엄마랑 살고 안 살고 문제가 아니야.., 분명 내가 독하게 연락 끊어낸 순간부터 너에게 매일 수십 번은 내 욕을 하겠지. 내가 널 버렸다고 몇 천 번은 세뇌시키면서 네게 연락하길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아니까. 너에게 엄마가 무슨 말을 했던, 나에게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던 나는… 그냥 네가 참 보고 싶어.



보고 싶어, 너무 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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