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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셜리 May 04. 2023

새벽 1시, 구급차를 타고

12시간 동안 7개의 검사

오늘 새벽에 있었던 일이다. 어제부터 코 속에 농이 찬 듯 불편감이 있어 감기가 오겠구나 싶었다. 며칠 전 감기 진탕 걸린 교회 자매님이 나와 대화하겠다고 마스크를 벗어두고 다가왔을 때부터 ‘ㅎ.. 이거 무조건 옮는다.’ 생각했지만 내색하진 않았다. 그 자매님 다음으로 걸린 사람이 있었고 다음 차례는 분명 ‘나’ 생각이 강렬하게 들었던 날, 코에서 쭈르륵도 아니고 우수수 떨어지는 피들. 10분이 넘도록 지혈되지 않는 코피에 난


망.했.다


이 문장 말곤 떠오르는 말은 없었다. 나는 생긴 것과 정 반대로 유난히 몸이 약해서 감기, 독감 등등 작은 것부터 큰 질병들은 다 남들보다 5배는 더 앓는다. 작년 코로나에 걸렸을 때를 생각해 보면 4~5일 넘어가는 밤까지 고열에 시달렸고 3일 동안 여러 병원에서, 보건소에서 보내준 무수한 약을 처방받아도 열은 떨어지지 않았다. 남들은 2~3일이면 보통 멀쩡해지거나 증상이 나아진다는데 6일 차가 되던 날 아침부터 코피를 대차게 흘리고 가래에서 피가 섞여 구급차를 타고 응급실에서 해열제와 여러 수액을 맞았다. 그렇게 우당탕 격리 7일을 보냈다. 내가 코로나에 걸렸을 때 주변에선 다들 괜찮다고 3일이면 된다고 말했다가 구급차에 실려 응급실 간 일을 알았을 땐 다들 미안해했다.(심하게 아플 거라는 내 말을 믿지 않는 것에 대한 사과였다.)


문제는 어젯밤부터였다. 자고 있으면 열나겠는데? 싶었지만 귀찮아서 수면제 먹고 잠이 들었는데 12시에 눈이 떠졌고 내 몸은 불구덩이에 던져진 듯 아프고 뜨거웠으며 가슴이 빠르게 뛰어 일어날 수도, 움직일 수도 없었다. 엉기적엉기적 겨우 침대에서 내려와 서랍 속 구급약통을 꺼내 확인해 본 결과, 38.7도. 오른쪽 팔목에 찬 워치에서 긴급한 알림 소리가 들렸다. 수면 중 심박수가 130 BPM을 넘었다는 것이었고 엉기적 일어나 열을 제는 동안 150 BPM 돌파한 상태로 시끄러운 경고음이 들렸다.


정말 꼼짝도 할 수 없을 만큼 괴로워서 무시할까? 고민하고 또 고민하다 빈맥 증상이 최근에 심해져 온몸이 젖도록 식은땀을 흘렸던 기억이 떠올라 옷을 챙기려 일어나는 순간 160 BPM을 순식간에 돌파해 등부터 가슴 및 몸속에 있는 장기들이 모두 심장박동수에 맞춰 춤을 췄고 아찔한 정신에 전화기를 겨우 들고 119에 전화를 했다.


헛웃음이 터졌다. 12월에 구급차 타고 5개월 만에 구급차를 타는 사람의 심정이란..(심지어 수많은 대학병원 이 있는데 같은 병원으로 갔다.) 신고자 본인이 심박수가 높게 나온다고 하니 잘 믿지도 않을뿐더러 대수롭게 여기지 않는 구급대원들 태도에 울면서 왜 그러냐고 따지고 싶었는데 새벽까지 타인을 위해 근무하시는 분들인데 하면 입을 꾹 다물었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그럴 기운도 정신조차 없었다. 38.7도를 38.4도 말하고 다닌 것 보면 뭐….(이것도 나중에 핸드폰에 찍힌 사진을 보고 알았다. 그땐 38.4 보였던 숫자였는데 알고 보니 38.7도)

구급차에 타서 심박수, 맥박 체크하고 심전도 체크했더니 여전히 150 BPM 이상으로 높게 나오는 숫자에 ‘어? 진짜 그러네?’ 반응들…


수면제에 취해 몽롱하고 열에 취해 답답한데 심장까지 미친 것처럼 뛰어 내가 보는 게 움직이는 건지 내 동공이 움직이는 것인지 헷갈릴 정도로 이러다 죽는구나 생각하게 되었고 다행히 열 체크하면서 먼저 먹은 해열제 덕분에 열은 빠르게 내려갔다. 문제는 3시간 동안 심박수가 140 BPM이 넘었고 두근거림을 잡아주고 맥박 안정시키는 수액을 맞았음에도 정상적인 수치로 돌아오지 못해 결국 110 BPM의 수치로 정상 체온으로 응급실에서 새벽 5시쯔음 되어서야 퇴원하게 되었다. 사람이 웃긴 게 처음 응급실 왔을 땐 죽을 것 같았는데 막상 증상이 좋아지니 먹어보지도 못한 치즈 낙치김치죽의 맛이 생각나고 먹고 싶어서 얼른 집에 가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더라.


‘치즈 하나 더 추가한 낙지죽.. 본죽… 먹고 싶다…’


어질어질하고 힘든 상태로 겨우 집에 돌아와 침대에 누워 기절하듯 잠이 들다 9시 넘어서 깨보니 두 팔은 피검사와 혈관주사 때문에 붓고 멍들고 터졌고 워치로 보니 다시 140 BPM 넘어 가슴이 뻐근하고 근육이 뭉쳐 아팠고 온몸엔 심전도부터 여러 가지 검사한 흔적이 스티커며 피며 다 남아 있었다.


눈을 뜨는 것도 힘들지만 감기인지 독감인지 일단은 검사해야 한다는 생각에 자가키트를 하고도 동네 병원을 느릿느릿 걸어가 1시간 30분 동안 대기하고 코로나와 독감 검사받고 결과는 다행히 감기와 아주 심한 비염으로 인한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나와 도통 내려가지 않는 심박수 수치를 보면서 큰일이 나겠다 싶어 근처 내과를 찾았다. 한 손엔 감기약을 들고 가서 오랜만에 뵌 선생님은 날 반겨주셨는데 새벽에 응급실에서 있던 일, 현재 통증에 대해 자세히 말하자마자 표정이 어두워져 내 손목을 짚고 한숨을 푹푹 내쉬셨다.


“이거, 너무 빠른데? 심각한데..? 갑상선인가? 갑상선도 이런 증상이 있긴 한데 뭐지?”

“엄마가 갑상선을 앓고 있긴 한데요..”

“작년에 어지럼증이 심해서 검사했더니 빈혈이었잖아요~ 최근에 검사해 본 적 있어요?”

“네.., 건강검진 때 정상으로 나왔어요.”

”…. 다시 검사해 봅시다. 월요일에 심장내과를 간다고 해도 뭐, 일단 당장 조치할 수 있는 게 있으면 좋으니까. 검사하고 만나요. “


진료실을 나왔더니 새벽에 했던 소변, 피검사가 날 맞이했고 이렇게 하루에 7번의 검사를 하게 되니 해탈의 지경까지 온 기분이다. 임시방편으로 받아온 빈맥과 심장두근거림을 잡아주는 약까지 처방받고 약들은 한움쿰 안아들고 무거운 발걸음으로 집으로 향하면서 하루종일 응급실과 이비인후과, 내과를 다니느라 지친 몸으로 생각했다.


앞으로 살면서 더 많이 아플 텐데 그땐 어디까지 가려나.. 병원을 어디까지 갈 셈이야?


내 몸의 시간은 아주 빠르게 가는 것 같다. 보통 20대 중반이 심장 걱정하지 않는데 난 늘 심박수 체크해야 하고 고려해야 할 지병이 점점 느는 것 같아서 마음이 착잡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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