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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각선생 Mar 13. 2024

당장 이 사람들 좀 치워주세요  3화

다들 약속이나 한 듯  선을 다해 일했다.

한번 내뱉은 말은 이미 주워 담을 수 없고, 마음이 상할 대로 상한 고객님께  미안한 마음을 할 길은 정성을 담은 정리 밖에 없었다.

이미 센터 담당자님께도 얘기가 다 들어간 상태라 혹여나 고객님이 나중에 윗 분들께 말할까 봐 최선을 다한 건 아니.

진심으로 고객님께 죄송하고 부끄러웠을 뿐이다

이대로 나 몰라라 하고 그냥 가 버리면 우린 진짜 이

집에서 당장 내 보내야 할 가치 없는 사람들이 되는 거다.


어머님 퇴근 전까지 끝내는 걸 목표로 일단 밖에 나와 있는 것들부터 하나씩 해결해 나갔다

그 난리를 겪느라 날린 시간들을 만회하려면 물 한 모금 마실 시간도 아웠다.

이런 우리를 보고 고객님도 조금씩 마음을 여는 듯했다

한참 일하고 있는데 커피를 사 오셨다

우리한테 그 커피는 그냥 커피가 아니었다

고객님의 따뜻한 마음이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우리가 뭔 죄인가?

사고 친 선생님을 원망할 정신도 없을 만큼  정신없이

움직였다


보통 다른 집에 봉사 갔을 땐 오후 4시면 웬만큼 작업을 마치는 편이었는데 이날은 저녁 8~ 9시까지 했다고 들었다

나는 당시 애가 어려서 6시쯤 먼저 들어갔기 때문에

마무리된 것까진 못 봤다

들은 얘기론 고객님 어머님께서 정리된 걸 보시고 우셨다고 한다

정말 너무너무 고맙다고~~~

중간에 그 일만 없었다면 이날은 우리 모두에게 훈훈한 날로 기억됐을 거다.

이후 고객님이 센터와 잘 얘기해서 이번일은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그로부터 며칠 뒤, 다음 봉사 날이 되었다

이번에 그 난리를 겪고 센터 담당자님이 직접 봉사 현장으로 찾아오셨다

물론 그때 선생님은 남은 봉사에는 더 이상 참여 하지 않기로 했다

센터 담당자님은 그래도 안심이 안 되셨는지 오셔서 대표님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 가셨다.

나는 그때 처음으로 대표님의 눈물을 보았다

아무래도 그날의 이야기를 나누시는 듯하다.

고객님은 용서하셨지만 어찌 됐든 대표님이나 센터 입장이 곤란 해진건 사실이니까~

대화를 마치고 나온 대표님의 눈은 뻘겋게 충혈되어 있었다


그 사건 이후, 나는 어떤 현장에 가서든지 선생님들께

첫째도 말, 둘째도 말조심을 신신당부했다.

고객이 있든 없든 일 외 잡담은 못하시게 한다

낮 말은 새가 듣고 밤 말은 쥐가 들어서가 아니다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가  맞아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만약 그 개구리가 고객님이라면 ~

누군가에게 평생 큰 상처를 줄 수도 있게 된다는 걸 이날 마음에 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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