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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경화 May 14. 2024

집에 대한 사유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옆집에서 인테리어 공사를 시작했다. 원래 살던 총각이 결혼을 하게 되어서 신혼부부 집을 꾸미기 위해 리모델링을 한다고 한다. 옆집에서 공사를 하니 소음이 어마어마하다. 그래서 공사 시작 후에는 아침을 먹고 바로 노트북을 챙겨서 카페로 간다. 사람이 거의 없는 이른 아침 카페는 글쓰기의 최적의 장소다. 공사로 인해 새로운 발견 하나를 하게 된 것은 한 가지 좋은 점이다. 


   우리 아파트는 지은 지 거의 30년이 다 되어간다. 오래된 아파트라서 고칠 것이 많다. 그래서인지 언제부터인지 아파트 단지에 공사하는 소리가 잦다. 공사 소음이 나는 것이 드문 일이 아니다. 


   살면서 열 번이 넘게 이사를 했다. 전세살이로 시작했던 살림이라 거의 이년에 한 번씩 이사를 했던 것 같다. 이사 당일에 도배와 바닥 장판만 새로 깔고 들어갔었다. 십 년 전 즈음 지금 살고 있는 집을 사서 이사 올 때도 도배와 방 장판만 새로 바꾸고 더러워진 테라스 타일만 교체하고 들어왔다. 살면서 화장실을 한번 리모델링했고 고칠 곳이 있으면 부분 교체를 하면서 살고 있다. 


   나의 집에 대한 기본적인 생각은 단순하다. 집은 청결해야 하고 안락함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겉치장이나 장식은 중요하지 않다. 꼭 필요한 가구만 들어놓되 사람이 움직이고 쉬는 데 방해가 되지 않아야 한다. 우리 집에 없는 것이 장식장 같은 선반인데 그런 것에는 먼지가 자주 끼기 때문이다. 처음 장식할 때는 보기 좋지만 얼마 시간이 지나면 눈에 들어오지도 않을 것들이다. 


   공간에 물건이 많을수록 청소하기가 용이하지 않고 사람이 사는 데 불편하다. 최소한의 가구로 꾸밈없는 소박한 형태로 사는 것이 좋다. 집은 누구에게 보여주는 공간이 아니고 식구들이 먹고 쉬고 자는 공간이라는 생각을 가지면 된다. 


   이사 올 때 원래 있던 붙박이장들도 다 떼어내고 깨끗한 벽지로 도배를 했다. 가구를 살펴보자면 거실에는 소파 하나, 부엌에는 식탁 하나, 침실에는 침대 하나, 서랍장 하나이다. 나머지는 텔레비전, 세탁기, 냉장고, 건조기, 에어컨 같은 가전제품이다. 살면서 집을 옮길 때 집을 보러 온 사람들은 하나같이 다 우리 집이 다른 집 보다 훨씬 넓어 보인다는 말을 하곤 했다. 아마 꾸밈이 거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영원히 머물 것처럼 집을 꾸미고 싶은 마음이 왜 없을까.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것은 빛바래고 퇴색된다. 힘들게 시간과 돈을 들이고 고생해서 꾸며놓은 것들도 곧 싫증 나기 마련이다. 눈속임으로 인한 즐거움은 유통기간이 짧다.


   그러니 가장 중요한 것에 투자하는 것이 좋다. 최고의 투자는 집에 사는 ‘사람’에 대한 투자다. 식구들이 집에 있는 동안 편안하게 쉴 수 있고, 즐겁게 먹고 마실 수 있고, 쾌적하게 자고 일어날 수 있고, 상쾌하게 씻을 수 있는 집이 가장 좋은 집이다. 


   무엇이 더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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