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평생 선물 받는 사람이었다
오월이다. 집을 떠나 살고 있는 아이들이 언제부터인가 오월이 되면 집으로 돌아온다. 오랜만에 만나 같이 모여 밥을 먹고 영화도 보며 재미난 시간을 보낸다.
아들이 유치원에 들어가 처음으로 종이로 만든 빨간 카네이션을 가슴에 꽂아주던 순간이 생각난다. 그 조그만 손으로 꽃을 접고, ‘엄마, 아빠 사랑해요.’라고 편지를 써서 주었다. 너무도 행복한 순간이었다. 남편과 나는 가슴에 종이꽃을 꽂고 아들에게 디지털카메라를 쥐어 주면서 사진을 찍어달라고 했다. 영원히 남기고 싶은 뭉클한 순간이었다.
‘내가 어버이가 되었구나.’
자식으로 살아온 삶이 어버이로의 삶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남편은 그 꽃을 꽂고 출근했다. 회사에 가서 아들이 꽃을 꽂아 주었다고 하루종일 자랑했다고 한다. 그때 받은 종이꽃은 내 장롱 속 추억상자에 그대로 소중하게 간직했다. 상자 안에는 아이들에게 받은 수많은 편지와 카드와 꽃들이 들어 있다. 무엇하나 버릴 수 없었고 모두 다 귀중했다.
아이들은 성장하면서 어버이날에 선물을 사들고 왔다. 커피를 좋아하는 엄마를 생각해서 아들은 매년 커피 컵을 선물했다. 딸은 수려한 필체로 깨알 같은 손 편지를 써서 주었다. 감동의 편지를 읽고 울고 웃었다. 이번에는 아이들이 오기 전에 전화를 해서 말했다.
‘어버이날 선물 안 사 와도 된다. 나중에 돈 많이 벌면 그때 소고기 사와.’
‘엄마는 너만 있으면 된다. 물건 싫어. 너만 오면 돼.’
알바까지 하면서 공부와 진로준비까지 병행하는 대학생활이 얼마나 빠듯하고 고된 일인지 알기에 선물 고민 안 하고 마음 편하게 집에 오게 하고 싶었다. 또한 선물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아이들이 얼마나 우리를 사랑하는지 잘 알기 때문이다. 이미 아이들에게 너무 많이 받았다. 아이들의 탄생부터 성장에 이르기까지 아이들 자체가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고귀한 선물이었다.
아이들로 인하여 살아갈 이유를 찾을 수 있었고, 아이들이 있었기에 나도 함께 성장했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너무나 많은 기쁨과 행복을 안겨주었다. 세상에 어떤 존재나 물질적 보상이 이것을 대신해 줄 수 있을까.
누가 나에게 그렇게 많이 ‘사랑한다’ 말해주고 누가 그렇게 나를 위해 그렇게 많은 사랑의 노래를 불러줄까. 아이들이 엄마를 부르는 목소리, 엄마를 바라보는 눈빛은 세상의 어떤 것보다 순수한 사랑과 신뢰이다. 누가 나를 그렇게 어여삐 바라보고 불러줄까.
아이들은 이미 나에게 너무나 많은 사랑을 조건 없이 주었다. 예쁜 아이들을 키우면서 너무나 행복했다. 세상을 환하게 만들며 방긋 웃는 딸의 미소는 모든 근심과 고민을 잊게 했다. 아들의 호기심 가득한 장난기 넘치는 반짝이는 눈빛은 보고 또 봐도 귀여웠다. 아이들로 인하여 얼마나 행복했는지 말로 어찌 다 표현할까.
아이들은 지금도 나에게 매일매일 선물을 준다. 하루하루 건강한 어른으로 성숙한 사람으로 단계 단계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옆에서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기쁨이다. 그러니 나에게 아이들은 생애 가장 커다란 선물 보따리였던 것이다. 그렇게 생각해 보면 나는 아이들에게 평생 선물 받는 사람이었다.
‘어린이날 축하해.’
연휴를 마치고 돌아가는 아이들에게 용돈을 주며 농담처럼 말했다. 돌아보니 나의 전 생애를 화려한 어버이날로 만들어 준 아이들이 너무나 고맙다. 아이들은 하루하루 부모에게 커다란 기쁨 주면서 잘 자라나고 있는 어린이 때처럼 똑같이 귀엽고 사랑스럽다. 시간이 더 많이 지나도 나에게 아이들은 똑같이 그러할 것이다. 부모에게 자식은 영원히 사랑스러운 어린이인 것 같다. 받은 사랑만큼 돌려주기에 사랑을 주고 또 주어도 모자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