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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리아나 Sep 02. 2023

어느 날 갑자기 우린 이별했습니다

꼿꼿한 모습으로만 기억되고 싶으셨을까.

본인 성격만큼이나 깔끔하게 생을 마감하고 싶으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임종도 허락하지 않으시고, 가지 말라 붙잡을 딸년이 가슴 아파서..


흔한 얘기 일 수도 있지만, 엄마와 분기별로 부딪혔습니다. 피아노를 전공한 예민한 딸은 엄마 말의 온도에도 기분이 오르락내리락했고, 엄만 말씀을 서슴없이 하시는 분이셨으니까요. 악의가 있어서가 아니라 밑바닥엔 늘 걱정과 사랑이 있었고, 딸에게 가르쳐주려 하신겁니다. 저는 그게 아팠어요. 제일 사랑하고 가까운 사이끼리 뭐가 그리 섭섭하고 아픈 건지 안 계시고 나서야 깨닫습니다.


엄마를 너무 사랑했습니다. 너는 내 분신이라는 말씀을 철석같이 믿는 어른아이는 곁에 없는 분에 대해 받아들일 수 없고, 애도의 단계가 지나도 영원히 엄마를 가슴에 품고 있게 되었습니다.


제한된 공간을 억지로 떠남으로 슬픔을 잊을 수도 없었어요.

균열이 간 배는 풍랑을 자주 만나 파도의 세기만큼 상처를 안고 있었고, 제자리에 서서 아무것도 안 함도 방법이라는 걸 알게 되기도 했습니다.

평정심을 잃고 깊이 박혀버린 마음은 쉼을 잊은 채 그저 파도가 잔잔해 질 때도 있기를 기도합니다.




해마다 이때쯤이면 손주 데리고 제주도 갈 계획을 세우시던 내 엄마를 추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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