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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볼펜 제조회사는 어디일까요? 이 문제는 의외로 쉽게 맞추시는 분들이 많을거 같은대요. 바로 유럽의 모나미 볼펜이라 불리우는 1954년에 설립된 프랑스의 유명 문구회사 Bic입니다. Bic을 Big이라 오해하실 수 있는데, Bic은 창립자 마르셀 비크(Marcel Bich)의 성 Bich에서 ‘h’를 없애 영어권을 포함해 글로벌하게 쉽게 읽고 인식할 수 있도록 만든 이름입니다. 심플한 디자인과 특유의 단색 디자인으로 인해 Bic볼펜을 미국기업으로 알고 있는 분들이 많은데 Bic은 볼펜에 혁신적인 기술을 접목한 프랑스 브랜드입니다. 심플한 디자인에 저렴한 가격의 빅 볼펜. 70~80년대에 집이나 학교, 사무실 등에서 모나미 153볼펜을 사용했다면, 문구수입 자유화가 시작된 90년대 153볼펜을 대신해 수입볼펜인 빅 볼펜이 그 자리를 대체했습니다.
세계 최초의 볼펜은 1938년 헝가리의 신문기자 라슬로 비로가 발명했지만, 당시 낮은 품질과 비싼 가격때문에 활성화되진 못했습니다. 1950년 Bic에서 첫 출시된 볼펜은 ‘크리스털 볼펜’ 입니다. 당시에는 볼펜에 잉크를 자주 충전해줬어야 했는데, 크리스탈 볼펜은 잉크 충전없이 알파벳을 10만자 까지 쓸 수 있었고, 가격도 29센트(300원)로 매우 저렴했습니다. 빅 크리스털 볼펜은 출시되자마자 큰 인기를 끌어 하루에 1만개 이상씩 판매가 됐고, 출시 첫해에만 2,500만 자루가 팔리는 큰 성공을 거두게 됩니다. 현재는 세계 160여 개국에서 1초에 300자루씩 판매되는 볼펜으로 Bic 이름처럼 빅히트를 기록한 Bic의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 상품입니다.
빅 볼펜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볼펜 캡, 뚜껑이 있다는 점이고, 자세히 보면 뚜껑에 구멍이 뚫려 있습니다. 그런데 볼펜 뚜껑에 왜 구멍을 뚫은지 그 이유가 너무 감동적입니다. 빅에서 이렇게 설계한 이유는 아이들이 볼펜 뚜껑을 삼켰을 경우 질식하는 것을 최대한 예방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처음에는 잉크가 마르지 않게 하기 위한 의도로 설계되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오히려 이것이 Bic 볼펜을 다른 경쟁회사의 제품과 차별화시키는 시그니처 포인트가 되었습니다.
빅 볼펜은 디자이너들이 많이 애용하고 선호하는 볼펜입니다. 매우 단순하고 군더더기 없이 심플한 디자인. 가격이 비싸지도 않고 오히려 너무 값싸다는 느낌이지만 전혀 싸구려 같지 않고, 소박하지만 격이 느껴지는 볼펜. 그것이 바로 빅 볼펜이었습니다. 하지만 해외의 인기에 비해 국내에서는 그리 인기를 끌지 못했는대요. 이미 독일이나 일본의 성능좋은 유명 필기구들이 시장을 선점하고 있었고, 빅 볼펜은 1.0mm로 롤이 두꺼워서 글자의 획수가 많고 촘촘해서 세필을 선호하는 한중일 아시아 필기구 문화에는 적합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국내에서 인기를 끌었던 시리즈는 육각형의 오렌지 칼라 바디를 가진 ‘크리스탈 오렌지’볼펜입니다. 흔히 오렌지 볼펜이라고 불리는데, 선 두께가 1.0mm인 크리스탈 볼펜보다 가는 0.7mm라 빅 볼펜 특유의 부드러움을 잘 살리며 굵기가 가늘어서 한국형 볼펜이었습니다. 다만 튀니지로 원산지가 바뀌면서 잉크 찌꺼기가 많이 나와 오렌지볼펜 대신 차라리 모나미 153을 사용하겠다는 글도 종종 보입니다.
원통형 바디로 가볍고 손에 잡히는 그립감이 편해 장기간 필기에도 피로감이 느껴지지 않고, 필기감이 부드러워 빠르고 현란한 필기를 요구하는 산업 디자인 스케치에 많이 사용되는 볼펜은 ‘라운드 스틱’ 시리즈입니다. 특히나 흰색 바디는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대요. 국내에서는 흰색 바디가 깔끔해보여서 인기가 좋지만, 전통성을 중시하는 고객들은 크리스탈을 더 선호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저렴한 가격에 학생, 직장인 모두가 쉽게 구매해서 사용했던 Bic 볼펜을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하기가 힘들어졌습니다. 이유는 작년 8월경에 Bic의 한국지사가 한국시장 철수를 결정했기 때문인대요. 언론에 보도되는 바에 따르면, 현재 오프라인 점포들 매장 재고가 모두 소진되면 온라인에서만 구매할 수 있다고 합니다. Bic의 문구용품은 전세계 문구시장의 10%나 차지할 정도로 큰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데, 한국시장에서 철수를 결정했다는 소식을 들으니 뭔가 아쉬움이 남네요. 한국 특유의 세필 필기문화에 적응을 하지 못해서일 수도 있고, 변화하는 디지털문화로 인해 저가 필기구보다는 품질좋은 고가 필기구를 선호하게 된 트렌드 때문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아무튼 우리에게 친숙했던 가성비 좋은 볼펜이 문구시장의 변화로 인해 사라진다는 사실이 문덕들에게는 큰 슬픔이네요.
이번 글에서는 전세계에서 볼펜을 가장 많이 판매하는 프랑스 문구회사 Bic과 Bic을 대표하는 3대장인 크리스탈 볼펜과 오렌지볼펜 그리고 라운드스틱볼펜에 대해 소개해드렸습니다. 그럼 다음에 또 흥미로운 문구관련 스토리로 찾아뵐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