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이어 두번째 SF MOMA를 방문했다. 마티스의 <모자를 쓴 여인>을 다시 보기 위해서다.
https://maps.app.goo.gl/vn4Yz3SuZRL9bUQP7
날은 흐렸고 샌프란 모마의 붉은 건물은 눈에 확 띄어 '저 건물에 들어간다'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작년엔 마티스의 이 <모자를 쓴 여인>을 보려고 미술관을 다 뒤졌었는데 못찾고 나오다 보니 2층 퍼블릭공간에 있어 약간 허무하기도 했었던 기억이 떠오르며 올해는 <모자를 쓴 여인>부터 챙겨보려고 곧바로 2층으로 향했다. (작년엔 2층 퍼블릭 공간은 무료였는데 그동안 퍼블릭 공간도 유료화가 되었다)
작년에 보고 올해 다시 봐도 여전히 발길이 쉬이 떨어지지 않는 매력이 있다. 색채의 마법사이자 야수파의 대표 마티스의 그야말로 대표작품이다보니 그 명성 그대로 그림이 주는 색채의 향연과 색채들이 만들어낸 야성 때문일 것이다. 색을 잘 쓰는 작가들을 좋아하는 내 취향저격의 작품
프리다칼로의 소위 망나니 (?) 남편 이미지 때문에 오랜기간 요래죠래 째려보다 최근 들어서야 많은 것을 걷어내고 보기 시작한 작가, 디에고 리베라.
그가 멕시코 혁명에서 민중을 일깨우는데 예술로 공헌을 한 것은 인정해 주어야 하고 그런 그의 인간됨을 깔고 그림을 보기 시작하니 그의 예술세계가 달리 보이기 시작했다.
<The Flower Carrier>는 샌프란 현대미술관의 첫번째 리베로 컬렉션인데 당시 멕시코 사람들의 일상을 그린 것이라고.
꽃이라 한들 저래 많은 것을 들어야 한다면 그것 또한 삶의 무게구나 싶으면서 '이런 방식의 작품을 하는 화가구나' 강렬한 인상이 남았다.
칼로가 그린 칼로 자신과 남편 리베라
독특하게도 남편은 붓과 팔레트를 들어 화가임을 표현했으면서 화가인 그녀 자신은 중국의 전족을 한 것같은 아주 작은 발에 리베라의 아내 포지션이 만족스러운 듯 그의 장식품처럼 남겼다.
미술책에서 우상단 새가 들고 있는 리본에 쓰여있는 글귀가 어떤 의미가 있었는데...
훈련된 군인이 아닌 농부의 복장을 한 비정규군을 표현한 Alfredo Ramos Martinez라는 생소한 작가
그들은 우리로 치면 멕시코의 동학농민 쯤 되는건가
설명판을 들여다 보니 Zapata의 비전은 "땅은 경작하는 자에게로! (The land belongs to those plough it!' 였다고
1900년대 초중반의 세계란...
농기구가 들려야 할 손에 든 총, 어린 듯한 사람들도 섞여있고, 대부분 고개를 숙여 겁을 먹었을지 결연할지 묘연한 속에 중앙의 한 남자가 정면을 똑바로 응시하는 눈빛이 매혹적인 그림이다.
로버트 인디아나의 <LOVE>시리즈 초창기 작품
팝아티스트라는 타이틀을 단 작가의 작품이 영속성을 갖는다면 단연 가장 앞자리에 놓일 시리즈다.
LOVE작품은 언제봐도 참 심플하고 단단하며 아름답고 깊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힙한 스타일때문에 눈여겨 둔 작가와 작품
회화려니 하지만 (사진같아서) 회화일 때 놀랍다.
게오르그 바젤리츠의 유명한 자화상 시리즈
거꾸로 낙하하는 그의 스타일이 마지막대에 와서는 더 어둡고 더 농도가 진하며 더 밀도가 높은 그림으로 진화되었구나
게오르그 바젤리츠의 다른 작품
거꾸로 낙하하는 그의 메타포는 여전하다.
오랜만에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몽환적인 작품도 만나고
그의 초창기 작품도 생소하여 남겨둔다.
단순 균형미만으로 다양한 미적요소가 결합되 아름답게 느껴지는 여러 다른 작품들을 압도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 도널드 저드
잭슨폴록에 가려 그녀 스스로도 뛰어난 화가인데 채 그 잠재성을 맘껏 펼치치 못한 리 크래스너. 몇번 다른 미술관들에서 '폴록인가...' 다가갔는데 리 크래스너가 적혀 있었던 경험이 있다보니 이번에도 폴록과 비슷한 스타일의 작품을 보면서 그것이 그녀에게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여전히 헤깔렸다.
처음보면 매력적이어서 한눈에 확 들어오다가도 세계 여러 곳에서 너무 자주 마주쳐 흥미가 떨여졌다가도 결국 이 노란호박의 매력에 승복하게 되는 쿠사마의 시그니처 작품
작년 방문 때는 이 만화경같은 통로가 리노베이션 중이었다. 커튼에 가린채 화려한 유리조각들이 안쪽에서 살짝살짝 보여 나중에 무엇이 될까 궁금한 채로 미술관을 떠났었는데 이렇게 호기심 자극하는 재밌는 통로가 완성돼 있었다.
이쯤 보고 잠시 야외테라스 공간으로 나와 신선한 공기를 마쳤다. 칼더의 모빌작품들이 영구전시된 전시관 바로 바깥쪽 야외 테라스다. 여전히 칼더의 작품들이 당당히 있는 와중에 새로운 설치조각물이 들어서 있다.
그때도 있었는지 아리송한데 화려한 금색칠로 이미 시선을 빼았는 와중 아프리카 여성의 모습이 이질적이면서도 매력적이다.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는 카페밖 테라스쪽으로도 나와서 잠시 인디애나의 LOVE를 다시 보고
오늘의 마지막은 쿠사마 야요이의 <INFINITE LOVE> 전시
그녀의 시그니처인 DOT가 형형의 색들로 사면 거울방에서 무한의 세계로 이끌었다.
그녀의 예술은 진지하고 고독하지만 이런 공간에 그녀의 요소를 넣었더니 사람들은 가벼운 행복감을 느낀다. 전시타이틀도 <무한한 사랑>
여기 들어온 모든 사람이 인생샷을 찍으며 즐거워 한다. 나도 한컷하고요
샌프란 현대미술관은 상설로도 작품을 수시로 바꾸는 듯하고 기획전들은 또 다른 방식으로 다채로워 언제 다시 방문해도 새로운 즐거움이 가득할 곳이다. 주변에 Begger들이 많아 조금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 미국 Begger들이 다 여기 있는 마냥, 미국내 모든 도시들 중 그 비율이 가장 높기도 하고 - 늦은 밤 돌아다니지 않으면 유럽의 집시들처럼 해꼬지를 하지 않는다. 하필 SFMOMA가 있는 곳이 샌프란 주요 다운타운인 Union Square부근이라 따로 갈데도 없으니 샌프란에 오면 SFMOMA는 강력 추천
나에겐 언제고 다시 올, 훌륭한 예술 인프라로 기억에 남을 도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