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티첼리 드로잉전을 보고 세계 최고의 아이리쉬 커피는 덤으로
작년에 이어 Legion of Honor에 두번째로 방문한 날 상설전 외에 보티첼리의 드로잉전이 있었다. 완성작이 나오기전 작가들이 어떤 고민을 얼마나 세밀하고 진지하게 하며, 어떤 습작과정을 거치는지 보기에 좋은 드로잉들.
실제는 전시타이틀이 함의한 것과는 다르게 드로잉보다 완성작 위주였는데 완성작들도 많은 작품은 아니었지만 보티첼리의 희귀성을 생각하면 그의 진품을 미국땅에서 몇점이라도 감상할수 있어 만족스러웠던 기획전이었다.
입구 영상에 드로잉을 활용한 컨텐츠에서 꽤 많은 드로잉을 볼 수 있었다.
Sandro Botticelli and Workshop / Virgin and Child with Saint John the Baptist and Six Singing Angels / 1490 / Tempera and Gold on Panel
The Virgin and Child with the Young Saint John the Baptist (Madonna of the Rose Garden) / 1465 - 1470
마리아와 예수, 세례자 요한에 관한 그림들
당대에 너무 많이 그려져 더이상 특이할 소재가 아닌데 이 시대엔 소재보다 그림의 완성도가 중요했으니 보티첼리가 완성한 그림의 수준에 집중한다. 여신이나 여성을 표현함에 보티첼리 특유의 스타일이 있어 그 스타일이 가지고 있는 극강의 아름다움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Judith with the Head of Holofernes / 1495
보티첼리가 그린 홀로페르네스의 유디트
드로잉보다 완성작은 주인공에 좀 더 집중하고 그외 인물의 것들은 축약하였다. 배경인 붉은 커텐은 스케치 없이도 슥슥 그려낸 듯
The Nativity of Christ (Mystic Nativity) / 1501
예수의 탄생에 관한 그림
정중앙의 예수 탄생을 중심으로 위 찬미하는 천사들, 아래 경배하는 인간들, 주위는 성경속 등장인물들이다. 예수탄생 스토리의 여러 요소를 충실히 담았다.
Angel of the Annunciation / 1485 - 1490
수태고지
동정녀 마리아에게 성령이 임하는 순간이 잘 표현되었다. 문맹률이 높았던 당시 상황을 감안해 그림을 통해 이야기를 전달한 것인데 다소 고리타분하다고 느껴지는 무수한 다른 수태고지 그림들보다 그림속 인물들의 속도감, 가운데 건물 기둥이 정확하게 인간과 천사, 성령의 세계를 구분한 방식이 신선했다.
보티첼리 드로잉전은 오래지 않게 감상하고 아이리쉬커피를 마시러 갔다.
시애틀에 세계 최초인 스타벅스커피 1호점이 있다면 샌프란시스코엔 미국 최초의 아이리쉬커피 전문점, 더 부에나비스타가 있다.
아이리쉬커피의 본향인 아일랜드보다 더 맛있다는 이 부에나비스타 카페는 '이것 하나를 위해 시애틀을 갈 수도 있겠다' 생각이 들 정도의 인생카페다. 특히 부에나비스타에서 클램차우더스프와 아이리쉬커피를 세트로 주문하면 극락.
작년에 처음 후배가 찾아놓고 가보고 싶다고 하여 40분여 줄을 서 들어갔는데 그 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을 만큼,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클램차우더스프와 아이리쉬 커피를 맛봤다.
https://maps.app.goo.gl/nN9Zd6auiRVc6biv6
바로 앞 바다를 내려다 보는 트램이 카페 옆을 바로 지나고
이게 그 유명한 아이리쉬 커피, 영롱 그 잡채!
요롷게 클램파우더스프와 아이리쉬 한잔하면, 크흐~~
기억은 조작되는 법인데 올해 다시 맛봐도 처음 맛보았을 때의 그 감동 그대로다.
인생카페 등그윽!
적당한 농도의 차가운 위스키와 크레마가 풍부한 뜨거운 커피가 컵을 들어 마시면 한꺼번에 들어오면서 입안에 섞일 때의 그 기가막힌 조화를 잊지 못한다. 바다를 끼고 있어 살이 통통하게 오른 신선한 조개를 사용하는 뜨거운 클램차우더는 차가운 알코올과 커피로 알싸하게 얼얼한 입안을 부드럽게 만져주고.
진짜 아이리쉬커피와 클램차우더만을 위해서라도 샌프란에 갈 기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