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프리즈 & 키아프는 가지 않으려 했다. 이틀에 한개 꼴로 올리는 포스팅을 꾸준히 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40개가 넘는 글감때문에 (두어달 전에도 40개라고 했걸랑요;;) 이 40개가 20여개로 내려가지 않는 한 전시를 보지 않는 것으로 (그래도 꼭 봐야 한다고 판단되면 고르고 골라 봅니다) 글빚이 늘어나는 것을 막고자 했다.
그럼에도 현재 '가고시안' 갤러리가 끼치는 전세계 미술계 영향력과 갤러리의 취향을 생각하며 꽤 망설이긴 했다. 그래도 글빚이 주는 압밥감이 더 강렬해 마음속으로 'NOAP'을 선언하고 프리즈 소식에 귀막하고 있었는데 주중에 친구와 점심을 하다 4일간 FULL로 프리즈와 키아프에 입장할 수 있는 티켓을 받았다.
거절할까, 잠시 고민했는데 언제 '프리즈 안가!' 결심했는지 후딱 까먹곤 바로 받아버렸다.
나, 가고 싶었네... 음청
2022년 원년대비 프리즈의 참가사, 참가 작품의 수준이 아주 조금씩 낮아지고 있다고 느껴진다만 그럼에도 볼 것은 풍성하고 느껴지는 것은 많았다.
최근 일주일 블로그엔 온통 이웃님들의 Frieze & Kiaf 소식들로 넘쳐난다. 이웃님들의 글과 사진을 보다 보면 공통적으로 올리는 유명작들은 논외, 특별히 선택하여 올린 작품에서 얼굴도 알지 못하는 이웃님들이 어떤 사람들일지 어슴프레 그림이 그려지곤 한다. 그림엔 선호와 취향이 담기기 마련이라 그 포스팅들을 보니 조금 더 이웃님들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런 차원에서 나의 취향과 선호는 아래에^^
프리즈에 오고 싶게 한 가고시안 부스를 제일 먼저 찾았다. 부스 앞에 쉼터가 마련되 사람이 더욱 북적인 가고시안
카텔란의 최신작이 가고시안의 얼굴로 관람객을 맞는다.
카텔란은 작년 리움의 기획전에서 마주한 그의 여러 작품들 중 우리의 이태원참사를 떠올리는 듯한 작품때문에 더욱 기억에 남았던 작가
가고시안에서 가장 맘에 들었던 초상화
도발적인 배경색과 에곤실레를 떠오르게 하는 피부표현, 그리고 정면을 정확하게 응시하고 있는 여인의 독특한 당당함이 좋다.
색과 조형만으로 이렇게 개성적인 그림이 탄생되는구나
초상화와 그래피티가 오묘하게 섞여 있다.
물론 더 많은 작품이 전시되었지만 가고시안에선 이렇게 세 작품정도가 맘에 들어왔다.
가고시안에서 보았던 작가가 다른 갤러리에도 출품되었다.
찾아보니 84년생 가나 출신의 젊은 남성작가다. 흑인들의 Soul을 잘 표현하는 작가였다.
호크니판 <카드놀이하는 사람들>
세잔에 대한 오마주인 것일까
다른 점이 있다면 세명의 더 큰 카드놀이하는 사람들 뒤로 네명의 좀 작은 카드놀이하는 사람들 액자와 호크니스러운 구도의 사람없는 고속도로 액자로 그림속의 그림액자의 구성이라는 것.
여러 스토리가 담긴 듯 호기심을 자극하는 그림이다.
니콜라스파티와 에드워드호퍼가 동시에 떠오른 살보 작가
사람이 등장하지 않는 도시에 (호퍼) 몽글하고 동그란 색을 입혀 (파티) 고독하지 않은 (호퍼적이지 않은) 이상적인 아름다운 세계를 창조한 듯한 (파티같은) 그림이다.
최근 옥션에서 가장 고가에 거래되는 작가군으로 처음 Salvo를 접했는데 이번에 또 세점을 접하니 앞으로도 쭈욱 관심갖을 작가로 기억한다.
일본작가의 작품일까 생각해보면 그 풍은 아니고, 정체를 알수 없는 꼬마와 왠만한 서구 출신은 아닌 듯한 묘연한 작가의 그림...이 첫인상이다.
90년생 인도네시아 작가였다.
염색한 두꺼운 종이를 찢고 균일하게 말아 그림에서 상처와 같은 느낌을 주는 작품들
특히 위위 2010 <무제> 작품은 색면추상의 마크로스코를 떠올리게 했다.
해당 부스는 인도출신 Sohan Qadri의 작품으로만 가득 채웠는데 형형색색의 다양한 크기 작품들로 몰입감과 강렬함이 최고였던 갤러리
남준이의 인스타에서 처음 발견한 작가
남준이는 작품사진 외에 'Josef Albers'라는 책도 읽고 있었다. 남준이 때문에 조지아 오키프를 알게 되고 여성작가 중 가장 사랑하는 작가가 되어서 해외미술관들에서 여러번 마주친 조세프알버스에 대해서도 어떤 지점이 남준이의 호기심을 자극했을까 생각중이다. (아직 못발견;;)
웨민쥔의 트레이드 마크같은 웃음이 보였다.
폭력적 현실에 눈감으나 입으론 비웃는, 당시 중국의 사회상을 잘 드러낸 중국의 대표 현대미술작가
이번 작품이 초면이던가... 본 듯도 한데...
<아메리칸 고딕>이 떠오르는 무표정한 여성
스타일이 독특하여 찾아봤더니 영국출신의 남성작가다. 이번에 프리즈에 온 작품들 외의 작품들을 보니 그의 스타일을 확 찝어낼 수 있었다.
사진인듯 그림인가, 그림 인듯 사진인가 싶은 시간이 중요 포인트일 이 작품은 'pigment print mounted to Dibond'로 표시되어 있다.
사진으로 보면 되나... (T갬성 나오고)
왜 이리 유명하며 비싼 작품인지 아직은 모르겠는 조지콘도의 작품
함께 간 친구가 프란시스베이컨의 귀여운 버전 같다고
그런 포인트가 있을 수 있겠다... 하나 세김
미야지마 타츠오의 두개 작품이 서로 다른 갤러리에서 전시되었다.
리움의 입구에 있는 같은 컨셉의 숫자 작품의 작가다.
리움에서는 개개인이 다르게 인식하는 숫자/시간의 의미를 담았었는데, 이렇게 다양한 형태로 달리 표현되고 있었다.
일민인가... 에서 처음 보고 인상깊었던 로랑 그라소의 작품
시간과 공간을 이질감있게 엮는다는 생각이 드는 작가다.
싱가포르 국립미술관에 갔을 때 짱짱한 상설작품들 사이에 작가의 기획전을 대단히 예우있게 해주고 있어서 국민작가인가 생각이 들었던 류국송 작가의 작품을 마주했다.
우리 산수화라고 하기엔 색감이 두텁고 우리가 아닌 아시아의 정서가 있다고 느껴졌는데 들여다 보니 아는 작가의 작품이어서 반가움.
이배작가와 비슷한 느낌이 나는 붓질의 작가
두분 모두 컨템포러리적인데 이배작가가 동양적 느낌이라면 이 초면의 작가는 서양의 정서를 담고 있다.
작품으로도 훌륭했고, 혹시 의상패턴으로 나온다면 우아한 원피스를 만들수 있겠다, 생각이 든 작품
이번 프리즈에서 본 가장 맘에 들었던 조각품
몸통을 비웠더니 날렵하니 훨씬 인상적이다.
내가 좋아하는 우고의 작품들
위위 벽면의 회화작품과 아래 색상환같은 작품은 길디 긴 영어 스펠링의 타이틀이 붙어있다. 그의 작명 방식.
갤러리 분이 작가가 작품을 완성한 시간이라고 했던가...(아리까리)
작가의 기존 작품과 비교해 다소 평범해 보이지만 데미안 허스트인 것은 분명한 작품
이사무노구치의 조각품만 보다가 조각이전의 모습을 담은 듯한 회화작품을 보니 생소하고 재미있다.
육중한 돌이나 쇠를 잘 다룬다 생각했는데 회화적으로는 밝고 경쾌한 느낌
누구의 작품인지 찍어오지 못했는데 시야가 확 넓어지 듯 그 자체로 아름다워 기억에 남긴다.
아래 부터는 국내작품들
이번에 LG가 OLED기술을 기반으로 서세옥 서도호 서을호 삼부자와 함께 콜라보 부스를 기획했다.
화질에 있어서 세계 탑 수준을 구현하는 LG기술력이 의외로 흑백의 동양적 아름다움에 천착한 서세옥작가의 작품을 들고 나와 오히려 맘에 들었다. 알록달록하고 쨍한 화질 경쟁을 내려 놓고 부드럽게 흡수하는 듯한 빛을 구현해 상당히 인상적
LG가 앞선 투명LED기술로 뒷면 TV와 2중 스크린을 구성해 이미지를 중첩시킨 작품으로 대중의 시선을 끌었다. 롤러블도 가능한 LED기술을 보유한 LG스크린의 진화는 늘 새롭다.
맘에 든 작가의 작품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태생 고려인 화가라 우리에겐 희귀할 수 밖에 없는 변월룡작가의 작품
특히 책에서 작게만 보던 <어머니> 작품을 내 키높이에서 직접 보는데 생각보다 큰 호수와 변화백님과 똑같이 생기신 어머님의 얼굴이 좋아 눈이 떼지지 않았다. 그 시대 우리의 어머님들 처럼 고운데 단단하시다. 러시아 고려인으로 사는 삶을 그의 동그란 어깨와 마주잡은 손으로 보여주는 듯 했다.
변원룡 작가의 또 다른 그림 <금강산의 소나무>
짙고 깊은 녹색의 소나무 뒤로 구름인 듯 눈인 듯 펼쳐진 절경이 눈에 들어온다.
형태는 이우환화가인데 그간 보아왔던 맑고 청량한 색선택이 아니어서 잠시 누군가 이우환화가를 오마주했나... 했다. (오마주는 사후에만 하는 건가?)
이우환작가의 작품이 맞고 이렇게 짙고 깊고 고혹적인 색 사용으로 신선하고 좋았다.
그러고 보니 박영숙작가와 백자콜라보를 할 때 암갈색, 암청색 같은 짙은 색의 붓질을 하긴 하셨구나, 기억났다.
우국원작가는 처음 접했다.
작가의 시그니처 인물 모두가 유니콘 말을 타고 천국의 문처럼 보이는 어떤 성을 향해 질서있게 움직이고 있는데 이것들이 무엇을 상징하고 표현한건지는 묘연
좌상단의 "Nothing, Everything"이라고 써놓은 "아무 것도 (or 데도) 없지만 모든 것이(or 것에) 있다"는 텍스트는 또 무슨 의미일까
자주 마주쳐도 언제나 시선이 가는 윤형근작가님의 작품
이번 그림은 아주 심플하고 고고하다.
이번엔 친구에게 받은 4일입장권을 가지고 프리즈만 가게 되었다. 주말에 한번 더 나가서 키아프를 둘러볼까 했는데 여의치 않아 2024 아트페어는 프리즈로 끝.
키아프에는 노화랑에 윤병락작가의 사과시리즈가 대거 출품되었던데, 언젠가 그림사과 한박스를 내 집 벽에 들일 날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