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즈와 워싱턴포스트에서 선정한 올해의 가장 훌륭한 전시로 네덜란드 라익스뮤지엄의 <<페르메이르 회고전>>이 뽑혔다. 그 위대한 페르메이르의 작품 단 한점을 보려고 베를린 출장에서 돌아오는 경유지를 빈으로 잡아 그의 빈미술사 박물관에서 <회화의 기술>을 본 것은 내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일 중 하나로 꼽힌다. 올해를 빛낸 전시에서 한국의 리움에서 기획한 <김범>전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 전시를 포함해 올해 본 국내전시 중 가장 좋았거나, 의미있는 전시 10개를 꼽았다. 2022에도 10개를 꼽았었는데 매년 쭈욱 아카이빙 해나갈 생각이다.
1.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전_리움
올해 나의 원탑은 바로 리움의 <군자지향> 백자전. 달항아리를 마음에 품고 갔다가 세상의 모든 백자들에 경의를 표하게 된 전시다. 총185점의 작품에 국보 10점, 보물 12점을 포함한 국내외 유수한 백자들이 총망라된 역대급 전시였다. 전시품뿐만 아니라 전시기법 때문에도 눈히 확 떠진 최고의 전시
김환기가 그의 인생작인 점화들을 완성하기 전 그의 구상에서 반구상/반추상을 거쳐 완전추상으로 나아가는 모든 과정을 집대성한 전시. 그가 뉴욕시절에 그린 점화의 절절함에 마음 먹먹해지고, 그의 달항아리와 매화를 보면서 넉넉해지다, 그의 여인들과 집과 산과 꽃을 보며서 미소로 방긋해진다.
뉴욕 휘트니미술관에 갔을 때 호퍼의 작품으로 꽉 찬 방 하나가 통째로 있는 것이 부러웠었다. 거기서 본 작품들을 서울에서 보게 되니 뉴욕친구를 서울에서 만난 양 반가웠고. 올해 서울시립의 전시는 휘트니의 컬렉션을 보고 봤는데도 부족함 없는 수준의 컬렉션으로 꾸렸기에 그 노력을 기울여 준 서울시립에 무한한 감사의 마음이 솟았다.
조선화, 동양화를 좋아하는 그리고 계속 더 좋아지고 있는 내가 한 컬렉터의 안목과 마음에 존경을 표하게 된 전시. 우리 미술이 1900년~1950년 전후로 개화기이자 중흥기를 맞는다고 보았을 때 그 시절에 활약했던 서화가들의 작품을 이렇게 풍부하게 담은 전시는 근래에 없었다. 이상범과 변관식 이응노와 김기창 정도를 알고 있다가 노수현 이용우 정종여 장우성 허백련등 당시 대가들의 작품을 한꺼번에 보게된 대단한 전시
이번에 장욱진 회고전을 한다고 했을 때 여러 전시에서 이미 많은 작품을 봐 온 터라 '뭐 새로운 것이 있겠나' 했다가 뒤통수를 한대 맞은 기분이었다. 섣불리 어느 작가의 작품에 대해 안다고 하면 안되는 거다. 많이 봐왔지만 새로 보이는 것들이 있고, 처음 보는 작품도 있으면서 그의 인생이 꿰진 그런 전시였다.
카라바조를 드디어 보는구나, 기대에 차서 갔고, 나올 때는 렘브란트의 자화상에 가슴이 꽉 찼던 전시다. 서양미술은 해외여행을 하다 보면 도시의 미술관, 박물관들에서 지천으로 보지만 이런 작품들이 국내로 들어오는 경우는 극히 적어 오랜만에 한글로 작품설명판을 읽으며 보니 더욱 몰입해서 볼 수 있었던 전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