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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술관옆산책로 Dec 31. 2023

2023 올해의 전시 "좋았거나 의미있거나"

뉴욕타임즈와 워싱턴포스트에서 선정한 올해의 가장 훌륭한 전시로 네덜란드 라익스뮤지엄의 <<페르메이르 회고전>>이 뽑혔다. 그 위대한 페르메이르의 작품 단 한점을 보려고 베를린 출장에서 돌아오는 경유지를 빈으로 잡아 그의 빈미술사 박물관에서 <회화의 기술>을 본 것은 내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일 중 하나로 꼽힌다. 올해를 빛낸 전시에서 한국의 리움에서 기획한 <김범>전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 전시를 포함해 올해 본 국내전시 중 가장 좋았거나, 의미있는 전시 10개를 꼽았다. 2022에도 10개를 꼽았었는데 매년 쭈욱 아카이빙 해나갈 생각이다.



1.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전_리움  

올해 나의 원탑은 바로 리움의 <군자지향> 백자전. 달항아리를 마음에 품고 갔다가 세상의 모든 백자들에 경의를 표하게 된 전시다. 총185점의 작품에 국보 10점, 보물 12점을 포함한 국내외 유수한 백자들이 총망라된 역대급 전시였다. 전시품뿐만 아니라 전시기법 때문에도 눈히 확 떠진 최고의 전시  



2. 김환기 <<한 점 하늘>> _ 호암미술관

김환기가 그의 인생작인 점화들을 완성하기 전 그의 구상에서 반구상/반추상을 거쳐 완전추상으로 나아가는 모든 과정을 집대성한 전시. 그가 뉴욕시절에 그린 점화의 절절함에 마음 먹먹해지고, 그의 달항아리와 매화를 보면서 넉넉해지다, 그의 여인들과 집과 산과 꽃을 보며서 미소로 방긋해진다.   



3. 에드워드 호퍼: 길 위에서_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관  

뉴욕 휘트니미술관에 갔을 때 호퍼의 작품으로 꽉 찬 방 하나가 통째로 있는 것이 부러웠었다. 거기서 본 작품들을 서울에서 보게 되니 뉴욕친구를 서울에서 만난 양 반가웠고. 올해 서울시립의 전시는 휘트니의 컬렉션을 보고 봤는데도 부족함 없는 수준의 컬렉션으로 꾸렸기에 그 노력을 기울여 준 서울시립에 무한한 감사의 마음이 솟았다.    



4. 동녘에서 거닐다: 동산 박주환 컬렉션_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조선화, 동양화를 좋아하는 그리고 계속 더 좋아지고 있는 내가 한 컬렉터의 안목과 마음에 존경을 표하게 된 전시. 우리 미술이 1900년~1950년 전후로 개화기이자 중흥기를 맞는다고 보았을 때 그 시절에 활약했던 서화가들의 작품을 이렇게 풍부하게 담은 전시는 근래에 없었다. 이상범과 변관식 이응노와 김기창 정도를 알고 있다가 노수현 이용우 정종여 장우성 허백련등 당시 대가들의 작품을 한꺼번에 보게된 대단한 전시   



5. 가장 진지한 고백: 장욱진 회고전 _

서울시립미술관 덕수궁

이번에 장욱진 회고전을 한다고 했을 때 여러 전시에서 이미 많은 작품을 봐 온 터라  '뭐 새로운 것이 있겠나' 했다가 뒤통수를 한대 맞은 기분이었다. 섣불리 어느 작가의 작품에 대해 안다고 하면 안되는 거다. 많이 봐왔지만 새로 보이는 것들이 있고, 처음 보는 작품도 있으면서 그의 인생이 꿰진 그런 전시였다.



6. 전혁림 작가의 <통영항>작품_청와대 인왕실

올해의 기획전시라고 할 수 없지만 언제고 닫힐지도 모르는 공간이다 보니 올해의 전시로 꼽았다. 공간이 주는 아우라와 작가와 노대통령/문대통령으로 이어지는 스토리에 힘이 있어 작품을 보면서 가슴이 웅장해 지는 경험을 했다.  



7. 김범 <<바위가 되는 법>>_리움미술관

미술을 보면서 작가가 밀당을 한다는 느낌은 처음 들었다. 밀당과 퀴즈와 추리를 하는 재미를 얹어준 김범전. 남준이가 개인적으로 올해 본 전시중 가장 재밌었다는 전시인데 개념미술의 특이성을 처음 겪게 해준 기이하고 독특했던 전시.  



8. 그너머_원계홍 탄생 100주년 기념전_ 성곡미술관  

원계홍이라는 작가가 두 수집가의 안목으로 세상에 알려지게 된 전시. 비슷한 시기에 에드워드 호퍼전이 서울시립에서 있어서 처음 그림만 보았을 때는 호퍼전인가... 했다. 알고 보니 그런 세련된 감성의 작품을 하는 작가가 우리 작가라는 것에 뿌듯함이 있었다



9. 영국 내셔널갤러리 명화전_국립중앙박물관

카라바조를 드디어 보는구나, 기대에 차서 갔고, 나올 때는 렘브란트의 자화상에 가슴이 꽉 찼던 전시다. 서양미술은 해외여행을 하다 보면 도시의 미술관, 박물관들에서 지천으로 보지만 이런 작품들이 국내로 들어오는 경우는 극히 적어 오랜만에 한글로 작품설명판을 읽으며 보니 더욱 몰입해서 볼 수 있었던 전시



10. 구본창의 항해_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구본창의 백자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 대 만족이었다. 그리고 그의 곱돌, 비무장지대 오브제들, 콘크리트 광화문, 황금, 물결, 숨 등에 매료되었다. 사진이 디지털 기술이 아니라 예술 작품이라는 것에 토를 달 수 없게 만든 작가의 일생이 담긴 전시




올해도 리움과 호암은 열일을 했고, 서울시립도 광폭횡보였다.

잘되는 미술관들의 전시기획은 뛰어나고 이를 추진하는 힘도 대단하며 그리하여 세상에 내놓았을 때 사람들의 반응도 뜨겁다. 이렇게 또 정리 하고 나니 자기 위치에서 열일 해주시는 얼굴도 모르는 미술관 관계자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하다.

 

2022년 대비 올해 본 전시의 숫자는 줄었지만 폭은 넓어지고 깊이는 깊어졌다. 그리고 올해를 접는 마지막 날 되돌아 2023년을 생각하니 나에게 올해 미술에서의 키워드는


 안목


내가 계속 미술을 사랑하고 미술과 함께 내 인생을 천천히 걸어가자면 필요한 건 나 스스로가 찾고 갖아야 할 나만의 높은 안목이다. 그런 의미에서 내년엔 내 생애 처음으로 미술품을 집에 들이려 계획중이다. 컬렉터 또는 애호가로 첫 발을 떼고자 하는 나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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