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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술관옆산책로 Dec 27. 2023

구본창 사진전_구본창의 항해 #2

#1편에 이어 


함께 간 친구가 구본창의 백자 사진을 보고는


"누군가의 사진은 카달로그가 되지만 구본창의 사진은 예술이 되네요"


라고 말한다. 구본창 사진의 정수를 한문장으로 잘 짚었다.   


그런 그의 대단한 백자 사진 다음으로 이번에 새로 알게된 오브제가 곱돌. 가벼운 질감의 화이트 배경에 묵직한 물성의 검은 곱돌 그릇은 예상보다 훨씬 조화롭다 


<곱돌 JM-GD 3032-1> 2007 / 곱돌약주전자, 조선후기, 일본민예관


<곱돌 JM-GD 18> 2007 / 곱돌원형향합, 조선후기, 일본민예관


<곱돌 JM-GD 14-2> 2006 / 곱돌약주전자, 조선후기, 일본민예관 


<곱돌 JM-GD 11-1> 2007 / 곱돌화형담배합과 곱돌화형잔받침, 조선후기, 일본민예관 


백자전의 구도를 그대로 가져와 곱돌로 치환만 해 놓았는데 아름다움의 절대치는 같고, 그 종류는 다르다. 백색의 수평선 같은 배경은 구본창의 시그니처 스타일이라 칭할 만하다. 


구본창은 일본민예관에 우리의 아름다운 민속용품이 있음을 알고 이를 사진예술로 다시 우리 앞에 가져왔다. 


<비무장지대>를 타이틀로 하는 여러 작품들 2010~2014


곱돌 다음으로 새로웠던 오브제는 전쟁의 시간들을 담고 있는 비무장지대 아이템들 


총알, 수류탄, 깨진 안경, 구멍난 (총알을 맞은) 철모


비극이 엿보여 더욱 몰입하게 된 오브제들이다. 이번엔 검은 배경에 깊이감을 주는 조명을 설치하고 정설스레 한컷한컷 작업했으리라 


<황금> 타이틀의 여러 작품들 2016~2023


화려하게 아름답기론 우리 유물을 못 따라 오지 싶다. 


신라나 백제의 유물들이라 시간이 더해졌는데, 작품의 타이틀은 황금이다. 만들어진 물건에 포커스 하지 않고, 그 소재에 집중하겠다는 의도이다. 


이번에 전시된 작품들 중 2023년 작들이 있으니 가장 최근에 한 작품들이다. 


이 전시는 부산에 출장을 갔다 들른 경주국립박물관에서 완본 전시를 보았다. 사진과 사진의 원형 유물이 함께 전시되 그 감동이 두배였던 전시였는데 이번에 다시 봐도 대단하다. 


<황금 PE 001> 2016


<황금 PE106> 2016


이번엔 우리 역사의 유물 뿐만 아니라 고대 페루의 유물도 함께 했다. 


'작가의 명성을 들어 페루정부가 의뢰한 것인가 작가가 부러 요청했을까'


제작년도는 우리 유물 작업을 많이한 2023년보다 훨씬 앞서있다. 


<황금>이란 작품 이름 다움에 나라코드 (페루는 PE, 한국은 KR, 이런 식)를 넣고 그리고 나서는 작품번호를 매기는 것 같은데, 번호들을 보니 전시된 작품보다 훨씬 많은 작품이 있었겠구나.. 생각했다. 


<콘크리트 광화문>


<콘크리트 광화문 01> 2010


<콘크리트 광화문 02> 2010


<콘크리트 광화문 05> 2010


이번 전시에서 또 독특하다고 느낀 작품 <콘크리트 광화문>시리즈다. 


광화문은 그동안 임진왜란과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소실과 재건을 반복하다 현재의 목조 건축물의 모습을 갖추었다. 그런데 그 이전의 복원은 외향은 지금과 같았을 지라도 내부는 콘크리트로 졸속 복원의 산물이었다. 과거의 광화문이 현재의 목조 건축물로 재건되기 전 해체하여 국립고궁박물관 야외에 전시되었을 당시 우연히 박물관을 찾았던 작가가 카메라렌즈에 담은 것이라 한다. 


우리의 많은 문화재들이 지속적으로 원형의 모습을 찾아 복원되거나 유지보수되고는 있지만 아직도 많은 또는 대다수가 겉모습만 그럴싸한 모습을 하고 있을 수 있다. 


<콘크리트 광화문>은 예술가가 이런 현실에 렌즈를 들이 대 문제의식을 공유한 사회참여 성격이 높은 작품이다. 


게다가 이번 작품을 보면서는 작가가 극도로 심플하고 단정한 예술사진을 뽑아내는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구나... 깨닫는다


구본창은 그외 영화 제작인들과도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 당시 최고의 영화포스터나 연예인 사진도 찍었었다. 특히 유리창 밖의 심은하는 지금도 심멋할 아름다운 순간을 포착해 냈다.  


백자나 황금유물, 곱돌, 비무장지대를 찍기까지 이런 과정도 있었던 분이라 더욱 정감이 갔다. 


<오션> 시리즈 


사진과 회화의 경계에 있음 직한 작품 


독일작가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작품이 연상된다. 


리히터는 회화인데 사진 같은 느낌이 나고, 구본창은 사진인데 회화같은 느낌이 난다. 


경계의 모호함이 아트적이다. 


<숨> 시리즈 中


<숨> 시리즈 中


구본창 작품 세계의 전환에 막대한 영향을 주었다는 아버지의 죽음 


죽음이 가까이 온 사람의 얼굴은 비슷하다. 내 아버지의 보습이 보였다. 


서울의 80년대 작품들도 흥미로웠다. 자세히 보니 여의도와 잠실이 잘 보였다. 


나 옛날 사람 ㅎㅎㅎ




구본창의 백자를 보러 갔다가 곱돌과 비무장지대, 콘크리트 광화문을 발견했다. 

오션과 숨도 감동이고. 


어떠한 작품 하나를 보고 그 작가를 좋아하게 되었는데 알고 나니 작품의 스펙트럼이 넓어 더욱 좋아지는 경우가 있다. 


구본창작가가 그러했다. 


[참고블로그 #1] 구본창의 <황금> 작품들을 더욱 심도있게 만날 수 있었던 국립경주박물관의 전시 

https://blog.naver.com/yg12210/223130255938


[참고블로그 #2] 구본창 사진전 #1편

https://brunch.co.kr/@miro091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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