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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술관옆산책로 Dec 24. 2023

구본창 사진전_구본창의 항해 #1

사진이 예술작품이 된다는 것

리움 멤버십 강의로 구본창 작가는 처음 알았다. 수줍고 고요한데 외유내강일 것 같은 모습이 첫인상이었다. 본인이 작업한 백자 사진을 하나하나 설명할 때는 작품의 아름다움에 놀랐고 그가 그의 작품을 소박하게 설명하는 방식이 좋았다.


그러다 서울시립에서 연말 언젠가에 서울시립의 마지막 전시로 구본창의 대대적인 사진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브런치글도 전시관 방문에도 짬을 낼 수 없는 요즘이어도 오픈 주 주말에 바로 다녀왔다.


구본창의 항해
Koo Bohnchang's Voyage
23.12.14 ~ 24.3.10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구본창의 인생을 담은 이번 전시는 굉장하다.


그가 그의 스타일을 완성하기 까지 어떤 컬렉션과 습작들을 해왔고, 사진으로 정착해 지금에 이르기 까지 빠짐없이 빼곡하다.


그의 인생과 함께 2시간을 걷고서 나의 발길이 닿은 곳은 결국 백자였지만, 그 백자의 아름다움이 나오기 까지 긴 시간동안 여러 다양한 시도들과 고민점을 들여다 본 것이 그의 인생 역작들을 더욱 사랑하고 깊이있고 가치있게 만들었다.


<백자 HA 06 BW PAN> 2005 90 X 180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 백자각발, 조선, 호암미술관

나는 이 작품이 이번 전시에서 가장 좋았다.


질박한 백자발 하나에 우주를 담았다.  


고요하고 무한하다.

명상적이고 종교적이다.


사진속에 그 어떠한 장식과 더함 없이, 오히려 있었을 직함 어떤 것들을 들어내면서 완성한 작품이다.  


<백자 OSK 03 BW PAN> 2005 90 X 180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 백자필통, 조선, 오사카 시립동양도자미술관

이런 결정체 같은 작품 하나를 세상에 내놓기 위해 작가가 했을 여러 노력들이 보인다.  


대상을 정하고, 그 대상을 찍기 위해 각 기관의 허가를 받는 지난한 노력을 하고 또는 물을 건너기도 하고, 구도를 정하고, 조명을 정하고, 카메라가 빛을 받아내는 여러 경우의 수를 테스트하고, 그래서 찍은 후 백자가 가지고 있는 궁극의 미를 해치지 않기 위해 정교하고 치밀하게 무언가를 제거해 나갔을 작업들


이 구도와 조명과 카메라 테크닉들은 그냥 정해지는 것이 아니니 무수한 그 이전의 시도와 이 작품을 두고 한 고민 끝에 나왔을 것이고 비범한 소재들을 찍기 위해 작가는 그의 인생의 연을 이용하고 없던 연을 닿게 하기 위해 기나긴 노력과 시간을 들였을 것이다.


<백자 OSK 22-2> 2005 149X119 / 백자각병과 백자 편병, 조선, 오사카 시립동양도자미술관
<백자 HR 13 BW> 2006 63 X 50 / 보물제1055호 백자 태호, 조선, 호림박물관
<백자 BM 07 BW> 2006 50 X 63 / 백자일습, 조선, 대영박물관
<백자>들 25X20  2006~2011 / 국립중앙박물관, 일본민예관, 오사카시립동양도자미술관, 고려대미술관등

그런 작가의 시간과 노력이 작품이름을 달고 대중 앞에 섰다.


오묘하고 아름다우며 고요하고 경이롭다


<백자 OSK 26-3, BW PL> 2006 / 보자기에 쌓인 백자, 조선, 오사카시립동양도자미술관

보자기에 쌓더니 또 다른 느낌이고


<문라이징 III> 2004-2006

구본창의 인생역작인 <<영혼의 사원>> <Moon Rising>


달항아리를 모티브로 달의 뜨고 짐을 아트적, 직관적으로 표현했다.


달항아리는 사실 백자대호가 그의 원래 이름인데 대호의 모습이 달 모양을 하고 있어 그렇게 부르던 것이라  여기서 한단계 더 들어가 실제 달의 뜨고 짐을 달항아리로 표현하고 나니 왜 백자대호보다 달항아리라는 이름이 더 우리에게 잘 받아들여지는지 다시한번 실감한다.


이 백자들은 서로 같지 않고 다 다르다.


출처도 국립중앙박물관, 호암미술관, 호림박물관, 아모레퍼시픽미술관, 파리 국립기메 동양박물관,교토 고려미술관, 도쿄 일본민예관, 오사카 시립동양도자박물관 등 전세계 가장 아름다운 도자를 가지고 있는 미술관 박물관들이다.


그의 집요한 노력이 또 한번 보이는 지점이다.


<지화>들 2008 - 2023


꽃이 화려해 꽃을 보고 있었는데, 이것도 백자가 포인트인 사진들

지화라서 꽃이 독특해 넋놓고 보고 있다가 백자전임을 상기했다.


우리 백자가 지금의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데는 김환기와 권대섭과 박영숙 같은 달항아리 예찬가들이 그림으로, 도자로 끊임없이 그 미를 찬미해 온 것에 더해  구본창의 사진도 큰 지분을 갖는다.


리움 멤버십 강의에서는 오늘의 전시작품과 또 다른 여러 다양한 백자작품을 보여 주셨었다. 내가 볼 구본창의 백자작품이 더 있다는 것이 그저 기쁘다.


구본창의 백자전을 다시 또 기다린다



백자전 외 다른 사진전은 #2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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