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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술관옆산책로 Dec 19. 2023

권옥연 100주년 기념전

이웃님 블로그에서 권옥연의 100주년 기념전이 삼청동에서 있다는 것을 보았다. 권옥연탄생 100년인데 올해가 다 가도록 이를 기념하는 전시가 없어 아쉬워 하던 터에 현대화랑에서 하더라며 반가워하는 글이었다. 


권옥연은 어느 미술책에서 처음 접하고 이름 정도를 기억하고는 까먹고 있었는데 작년 서울시립의 권진규100주년전에서 그와 권진규가 사촌인 것을 알게 되면서 기억이 되살아 났다.  


권옥연 100주년 기념전 
23.11.15 ~12.16 (종료) 
현대화랑 


입구의 작품들만 보고도 그의 스타일을 대표하는 것이 색이며 그 색이 그레이라는 것에 수긍이 갔다. 


이름하여 '권옥연 그레이'


이 색을 좀 더 세심히 살피면 그의 그레이 속에 카키 빛이 돈다. 그래서 그저 어둡고 탁하다기 보다 조금 더 밝은 생명력과 에너지가 느껴진다

권옥연 <풍경>
권옥연 <몽마르트 거리 풍경>
권옥연 <풍경>

모두 파리시절의 그림일까

집과 거리의 모습이 이국적이고, 그림이 전달하고 있는 정서도 독특하다.  


사진과 글로는 그림을 본 느낌이 채 전달이 안된다. 최근에 본 전시들 중 사진보다 원본이 월등히 좋다고 느낀 전시다. 


집을 그린 그림으로는 오지호의 <남향집>을 좋아하는데 권옥연의 집과 거리 풍경 그림들도 다른 결로 마음에 담았다. 


<달맞이 꽃>

권옥연전을 처음 본 것은 2주전이었는데, 지난 주말 만난 친구와 한번 더 보았다. 처음에 보았을 때 이 그림이 가장 좋았다.  


작품명 <달맞이 꽃> 


달맞이 꽃이 피어있는 여인의 나체가 뿜어내는 원시성과 몽환성에 시간은 그대로 멈추어 버린 듯 하고 아스라히 그림을 지배하고 있는 에로티시즘도 지극히 아트적이다.


달맞이 꽃의 꽃말은  "말 없는 사랑, 기다림, 밤의 요정, 소원, 마법, 마력"이라고 한다.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이 꽃말과 닿아 있겠다.   


<부채를 든 여인> 1954
<여인>
<소녀>

권옥연의 여인들도 대단히 이국적이고 몽환적이구나. 

정면을 보여주지 않는 이 여인들은 옆모습이어서 그대로 신비롭다. 


작가의 여성 초상화는 부인을 그린 그림을 제외하고는 모두 모델없이 작가가 상상해낸 인물들이라 한다. 그래서 더욱 신비로운 느낌이 들었나 보다. 존재하지 않는 상상속의 인물들이라서.


특히 마지막 그림의 소녀는 페르메이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처럼 여러 갈래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했다.  



작가가 얼굴을 그릴 때 어떤 원칙하에 그리는지 잘 보여준다. 권옥연이 그래서 창조해 낸 여인들은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묘한 경계에서 신비롭되 자연스러우며 고상하되 인간적인 느낌이 난다. 


<귀향> 1999
<절규> 1957
<옛 이야기> 1984

권옥연은 참으로 독특한 지점이 있다. 그림을 보면 장욱진 보이고 김환기도 떠오른다. 선택한 오브제가 그러하고 표현하는 방식도 두 선배작가를 떠올리게 한다. 


그런데 이 그림들은 그대로 권옥연이 된다. 유사하나 유사하지 않다. 재미있는 지점이다. 


<무제> 1977-78

이 그림은 지붕이 길다란 해외의 어느 바닷가 집이고 


<무제> 1990-92

이 집은 우리의 바닷가 집이다.  두 그림이 닮은 듯 다르고, 다른 듯 닮았다. 


권옥연의 집들은 형태는 다른데, 전하는 정서는 비슷하다. 사람 한명 나오지 않고, 색도 따뜻한 색이 아닌데 희안하게 나는 그림에서 온기가 느껴진다.  


그래서 권옥연의 작품을 이제 처음 접했는데 언제고 그의 다른 작품들 더 많이 보고 싶다. 그 날이 빨리 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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