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청춘

20230518

by derMond

<오월의 청춘>은 드라마를 열심히 보지 않던 내가 '봐야겠다'고 마음먹은 몇 안 되는 드라마였다. 종영을 한 뒤, 사실은 배우들의 수상 인터뷰가 화제가 되면서 드라마에 관심이 생겼다.

이 드라마 속의 5월이 언제의 5월인지는 알고 있었기에 막연히 봐야겠다고 생각했던 마음이 꼭 봐야겠네로 바뀌는 순간이었던 것 같다. 웨이브 다시 보기로 이 드라마를 보면서 '재현(representation)'의 의미에 대해서 다시 또 생각했다. 실화를 기반으로 하는 영상들이 가지는 영향력과 힘, 어쩔 수 없이 이러한 재현에 참여하는 작가와 감독, 그리고 연기를 하는 배우들의 시선이 드러날 수밖에 없는 영상은 늘 언제나 생산자의 가치 판단에 주목할 수밖에 없도록 한다.

재현의 윤리는 당연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를 고려하지 않거나 간과하는 생산자는 생각보다 많다. 정치적 올바름의 기준이 개인마다 다른 것은 당연하지만 우리가 무의식 중에 공유할 수밖에 없는 그 '보편적 가치' 역시 쉽게 어긋나기 마련이라.

나는 <오월의 청춘>을 좋아했다. 남녀 주인공 모두가 너무나 좋았고 극 중의 황희태와 김명희가 좋았다. '역사가 스포 한 비극'이라고 하고 싶지는 않다. 불과 40여 년 전의 역사적 사실을 비극이라는 장르로 치환하고 싶지는 않아서였다. 그럼에도 드라마적으로 <오월을 청춘>을 사랑하기도 했던 나이기에 인간의 모순과 한계에 대해서는 또다시 생각하게 된다.

잘 만들어진 드라마, 광주를 계속해서 기억하는 배우들이라는 이유로 <오월의 청춘>을 추천했다. 이런 표현이 적절할지 모르겠지만 재미있는 드라마였다고. 광주 출신인 덕메는 자기는 그런 드라마가 싫다고 단칼에 대답했다. 부모님으로부터, 조부모님으로부터 들어서 슬프고 끔찍했던 일들에 로맨스가 부여되고 서사가 만들어지는 드라마나 영화가 싫다고. 잘 만들어져서, 그때의 아픔을 잘 표현해서 그렇다고 사람들이 말해서 더 이 드라마를 좋아하고 애틋하게 생각했던 내가 조금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어떻게 해도 재현 그 자체가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그때는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래서 오늘 5월 18일에 많은 RT를 받고 있는 <오월의 청춘> 관련 게시글들을 바라보는 내 마음은 조금 복잡하다. 그럼에도 재현의 윤리가 어느 정도 지켜진 영상 자체가 한국에서는 많지는 않다는 생각으로 드라마를 통해 누군가가 이 역사적 사실에 관심을 갖게 되거나, 알게 된다면 그것으로 조금은 <오월의 청춘>이라는 드라마의 가치를 위안 삼아도 되지 않을까 한다.

드라마를 보고 모티브가 되었다고 했던 <오월의 달리기>도 읽어 보았다. 한강은 채식주의자 보다 <소년이 온다>를 먼저 읽었다. 글임에도 영상으로 재생되는 듯한 숨이 막혀오는 활자들에 채식주의자도 사서 읽어보았었다. 글이든 영상이든 그 재현의 의미와 가치, 생산자의 태도에 대해서 늘 생각한다. 시선에도 권력이 있다는 말에 늘 아주 격하게 동의한다. 무엇을 어떻게 바라보느냐가 담긴 재현물(아마 대학원생으로서의 내가 생산해 내는 논문까지도 분명히)들이 어떤 가치를 추구해야 하는지 항상 고민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으면 한다. 물론 당연히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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