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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아한 세계 Dec 01. 2022

버스 창가

89년 12월 3일 맑음


토요일 오후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고 집에 돌아오는 도중에 너 JJ가 있는 곳에 가볼까 했지만 이내 그쪽으로 발길을 옮기지 못했단다. 

그러나 오늘 이렇게 너에게 가보니 정말 흐뭇하구나.

네가 그렇게 열심히 사는데 내가 게을러 질수는 없겠지..

항상 열심히 그리고 항상 아름답게 또 즐겁게, 보람 있게, 활기차게 파이팅!! 


나의 JJ...

이렇게 고요하고 하늘이 반짝거리는 밤에는

고개가 뻐근해지도록 

계속해서 하늘을 우러러보는 나. 

우리들의 아름다운 별 이야기 

순수한 별, 깨끗한 별, 영원불멸의 별

난 지키지... 넌? 


지금도 고등학생이면서 공부와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는 친구들이 많다. 

최저 임금이라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시급을 받으면서 말이다. 

20년 전에도 상황은 마찬가지지만 지금처럼 아르바이트 종류가 많지는 않았던 것 같다. 

JJ는 그때 당시 여수 시내에 있는 제과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것으로 기억난다. 

머리에는 삼각형으로 접은 하얀 면 두건을 쓰고 밤색에 하얀 레이스가 들어간 앞치마를 둘렀었다. 

JJ 몰래 제과점 앞을 왔다갔다 서성이면서 슬쩍 본 모습이다. 

공부를 열심히 하면서도 아르바이트까지 한 JJ의 모습이 정말 예뻐 보였다. 



- 버스 창가 -

밤 버스 창가에 앉아 

스쳐가는 거리를 바라보면 

밤의 눈물들이 웃음 지으면 

비 맞은 창가에 붉게 퍼지는 

밤 눈물을 바라보면 

좁은 창틈 새로 스며드는 찬바람을 맞으면  

저 멀리 가뜩 움츠리고 종종 걸어가는

행인을 주시하면 

뒷 차의 경적소리에 깜짝 놀라면

무거운 가방을 손에 들고 

저벅저벅 걷노라면 

신호등의 파란불을

한참 기다리다 보면

무겁고 두꺼운 책장을 넘기다 보면

헝클어진 머리를 쓸며

이불을 걷어차고 벌떡 일어나다 보면

한참을 가방에 매달리듯  

뛰다보면 

어느새 또 다시 만나게 된 

버스 창가



이 시는 그때 당시 매일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대한 푸념이 들어가 있다. 

우리 큰 아이는 이제 중학교 1학년인데 매일 잠이 부족하다. 주말 늦잠 자는 것이 가장 행복한 시간이라고 한다. 

아침 6시 30분이면 눈을 떠야 하고 학교와 학원 저녁 12시가 다 되거나 넘은 시간에 아이의 방은 불이 꺼진다. 회사 생활로 비유하면 조출에 야근까지 매일 매일 반복하는 셈이다. 

20여 년 전이나 지금이나 교육제도와 병폐는 매년 수없이 반복적으로 도마 위에 오르지만 도무지 해결방안이 나오질 않는다. 그래도 우리 아이들의 고생을 모른 체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꼭 큰 선물이나 이벤트가 아니더라도 아이들에게 주는 작은 선물이나 따뜻한 메시지가 단비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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