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클럽 멤버가 단톡에 음악파일을 하나 올려주었다. 아침에 잠에서 깨 침대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뭉그적거리면서 파일을 열었다. 거칠고 무뚝뚝한 것 같지만 우직함이 느껴지는 보이스가 흘러나왔다.
Rod McKuen의 <And to Each Season>이라는 노래란다. 처음 듣는 곡이지만 어딘가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노래의 베이스에 깔리는 음악이 귀에 감기듯 친숙한 클래식이었다. 한참 만에 그 곡이 캐논이라는 것을 알았다. 곧이어 파일 올려주신 분이 곡의 정보까지 올려주었다.
【이 곡은 파헬벨의 캐논(Canon in D)을 기반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이 곡은 "A Fugue for Pachelbel's Canon"이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으며, 파헬벨의 곡에서 영감을 받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입니다.
음악에서 "Canon"은 일정한 규칙에 따라 한 멜로디를 여러 성부에서 서로 다른 시점에 연주하는 대위법적 형식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형식은 파헬벨의 'Canon in D'처럼 일정한 구조적 반복과 조화를 통해 아름다운 음악적 효과를 만들어 냅니다.】
캐논 코드가 가장 널리 알려진 계기는 파헬벨의 캐논에 의해서라고 한다. 이후 많은 음악가가 캐논 코드로 변주곡을 만들었지만, 그 중 파헬벨은 단순한 몇 개의 선율만을 가지고 아름다운 곡을 만들었기 때문에 대중의 사랑을 많이 받게 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캐논 코드는 하나의 고유명사가 된 것이다. 많은 음악가가 캐논 코드에 군침을 흘리게 되었고 많은 변주곡이 탄생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였다.
이 곡이 끝나고 나는 유튜브에서 파헬벨의 [캐논]을 검색해서 듣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 아침 황홀경과 행복감으로 샤워를 한 느낌이었다.
사실 내가 이토록 '캐논'이라는 단어에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요즘 즐겨듣는 이승윤의 [캐논]이라는 곡 때문이다. 지지난달에 이승윤의 3집 정규앨범에 수록된 곡이다. 3집의 15곡 어느 하나 매력적이지 않은 곡이 없지만 그 중 캐논은 감미롭기로 단연 으뜸이라 할 수 있다.
다음 글은 이승윤의 앨범에서 발췌한 [캐논] 곡을 설명한 부분이다.
【수많은 명곡의 뿌리인 파헬벨의 캐논 코드. 정말 특별하고 위대한 곡으로 만들고 싶어서 아껴두기만 했다. 시도는 정말 많이 했지. 그러나 완벽하지 않았다. 완벽하지 않으면 쓸 수 없는 코드라고 생각했다. 근데 완벽함이라는 게 뭘까. 완벽한 사람, 완벽한 순간, 완벽한 노래라는 게 뭘까. 나는 완벽한 걸 주려다 가장 아끼는 걸 주지 않고 있던 사람일 뿐이었다. 가장 좋은 이야기를 너에게 줄게. 너는 나의 캐논이야.】
가수 이승윤이 자신의 음악에 대한 애착이 어느 정도인지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파헬벨의 캐논 코드로 완벽한 음악을 만들어서 대중에게 선사하고 싶어 주저하기만 했다던 심정을 솔직하게 보여준다. 어느 순간 완벽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된 계기가 이 노래의 탄생 배경이 된 것이다. 생각의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가수 이승윤이다.
그의 말대로 나는(혹은 우리는) 완벽을 향한 촉수만을 세우며 살다가 소중한 것을 놓이고 있는지도 모른다. 늘 다음을 위해 준비하고, 미래를 위해서 지금의 행복을 꾹꾹 누르며 참는 법을 먼저 배운 건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찾고 헤매다 정작 내가 무얼 찾고 있는지 모르고 살 때가 많다. 너무 흔해 진부하게 들릴 수도 있는 ‘지금’의 중요성을 그는 이렇게 아름다운 선율과 가사로 보여주고 있다. 때론 거친 야생마 같던 그의 보이스가 [캐논]에서는 매끄러운 빙판의 청아함을 닮았고,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는 감미로움을 극대화한다.
< 이승윤의 3집 앨범 수록 곡인 '캐논' >
https://www.youtube.com/watch?v=-p5q25mKaH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