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준이가 계속 못 살게 굴어"
휴일 아침부터 두 놈이 언쟁이 붙었다. 며칠 전 형에게만 새로 사준 아이패드 때문에 둘째가 심통이 난듯하다. 첫째가 학교에 들어가면서 유튜브에 관심을 보이며 나름 동영상 촬영도 하고 편집도 하고 싶어 하길래 좀 더 좋은 성능의 태블릿을 사줬다. 동생은 자기의 작은 아이패드보다 큰 형의 아이패드가 탐이 났나 보다.
"준아 이건 형이 게임하려고 산 게 아니라 학교 공부하려고 산거야"
타일러 보지만 나온 입은 들어갈 생각을 않는다.
형제간의 숙명인가. 둘째는 질투가 많다. 어느 날 세상에 태어나고 보니 자신보다 좀 더 큰 상대가 엄마 아빠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어서인지 힘도 약하고 키도 작은 둘째는 첫째를 이기려면 먼저 때리고 먼저 짜증내고 먼저 발길질해야 했다. 첫째는 그럴 때마다 고약한 둘째를 어찌해야 할지 모른다.
둘째가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할 무렵 동네 공원에 산책을 갔다. 자전거가 있는 곳을 피해 둘째를 내려놓았더니 넓은 땅이 좁은 집보다 신기했는지 이리저리 뒤뚱뒤뚱 걸어 다녔다. 그러다 한참을 땅을 내려다보더니 손으로 무언가를 짓이기기 시작했다. 무얼 가지고 노나 봤더니 먹이를 찾아 줄지어 있던 개미떼였다. 어린놈이 까만색 움직이는 게 신기해서 그걸 보고는 손으로 툭툭 쳤던 거다. 혹시 아이가 개미에게 물릴까 나는 번쩍 둘째를 안아 들어 손을 털었다.
그런데 첫째가 둘째의 손에 죽은 몇 마리 개미를 보며 "아프겠다."하고 땅을 내려다봤다. 그러곤 "준이가 개미를 죽였어"하며 하염없이 개미떼를 내려다보는 것이다.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씨가 예쁘다는 생각보다 먼저 '이놈 앞으로 세상 살기 힘들겠구나'하는 생각이 먼저 떠올랐다.
돌이켜보면 내가 그랬다. 편하게 강자 편에 서기보다 약한 쪽에 서서 그 사람을 도와주고 싶었고, 스포츠 경기를 보더라도 내편, 상대편보다 항상 지고 있는 팀을 응원했다. 마음이 유약했던 나는 세상의 모진 경쟁 논리에 부딪힐 때마다 쓰러져 넘어졌고, 상대방의 마음에 공감할 줄 모르는 상사를 몇몇 만나 힘든 직장 생활을 해야 했다.
한 손엔 둘째를 안고 다른 한 손은 첫째의 손을 잡았다. 첫째의 눈은 아직도 죽은 개미를 향하고 있었고 나는 가만히 첫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가지런한 머리칼이 햇빛을 받아 온기가 느껴졌다. 예쁘고 깨끗한 마음에 여러 생채기를 내며 자라야 할 어린것이 한없이 애처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