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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빈 Oct 14. 2022

작아진 옷

 아침저녁으로 코 끝을 간지럽히던 미지근한 바람이 어느새 차가움을 담아서 얼굴로 확 끼쳐왔다. 반팔 반바지 차림으로 등교하던 아이들은 그 바람이 차가웠던지 그늘을 피해 양지를 찾아 뛰었다. 나중에 집으로 돌아와 긴팔 옷을 준비해야지 하며 아이들과 걸음을 맞추어 학교로 향했다. 학교 정문에서 두 아이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손을 흔든 후 집으로 돌아왔다. 그새 해는 좀 더 떠서 아침의 차가운 기운을 조금씩 밀어냈다.


 옷장엔 아직 태그가 붙은 옷들이 가득했다. 아웃렛을 둘러보다 마음에 드는 옷이 있어서 사두었는데 빠른 계절을 이기지 못하고 못 입히게 된 옷들이었다. 항상 품에 안고 눈으로 보는 아이들이지만 막상 옷을 입혀보기까지 사이즈가 가늠이 안된다. 윗 옷의 양 어깨 부분을 잡고 들어 이리저리 돌려보지만 글쎄 작지 않을까 하는 생각뿐이다. 더 작아지면 동생 입히지 하면서 긴팔 옷들을 꺼냈다.


 올해 3월을 지나며 세탁소에 맡겨두었던 아이들의 점퍼도 같이 꺼냈다. 하나는 값이 꽤 나가는 패딩이었는데 큰 아이가 마음에 들어 해서 허리띠를 졸라맬 생각으로 사준 옷이었다. 형아가 멋진 옷을 입자 시무룩해진 둘째가 자기도 멋진 옷을 사달라며 졸라댔다. 삐죽이 나온 입이 애처로워 둘째에게도 형아랑 비슷한 옷을 사줘야 했다. 그 달 카드값은 아이들의 옷을 구입하느라 한도를 초과하는 사태가 벌어졌지만 우리 아이들 감기 걸리는 것보다야 낫지 하며 졸라맨 허리띠를 한 칸 더 조였다.


 가을 겨울 옷을 한 아름 정리하고 청소기를 돌렸다. 아이들이 없는 적막한 집은 청소기의 소리가 그 공간을 메꾸었고 여기저기 벗어놓은 아이들의 흔적은 한데 모아져 세탁기로 들어갔다. 그러고 나서 뉴스를 보며 늦은 아침을 시작했다. 잘 정리된 거실에 햇살이 비추었고 열어놓은 창문 사이로는 아침의 그 바람이 들어와 공간을 채웠다.


 솜사탕 같은 시간이 지나고 아이들의 하교 시간이 다가왔다. 읽던 책을 덮고 학교로 가 두 아이를 기다렸다. 몇 시간 떨어져 있었다고 두 놈이 깡충깡충 뛰며 안겼다. 학교에 있는 동안 춥지는 않았는지 물어보았고 아이들은 또랑한 목소리로 조금 추웠다고 대답했다. 얼른 집에 가서 간식 먹고 가을 옷을 입어보자며 아이들을 재촉했다.


 정리된 옷을 하나하나 입혀보며 아이들이 얼마나 컸나 확인했다. 비싼 돈을 주고 산 패딩은 어느새 팔이 짧아져 있었고 무릎을 덮던 길이는 무릎 바로 위까지 당겨 올려졌다. 올 겨울을 나고 나면 내년엔 못 입을 정도의 크기로 변해버린 패딩에 작게 미소가 지어졌다. 아깝다는 생각도 조금 들었지만 잘 자라고 있는 아이들에게 더없이 고마웠다. 작아진 옷들을 또 아무렇게나 벗어던지고 두 놈은 놀이를 시작했다. 적막했던 공간이 다시 아이들의 소리로 채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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