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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빈 Nov 15. 2022

신에게 묻고 싶은 한 가지

어. 음. 그러니까 우선 저는 당신의 존재를 믿지 않는다는 걸 먼저 염두에 두고 제 얘길 좀 들어주세요.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안타깝게도 저는 당신의 존재를 믿지 않아요. 크로마뇽인이 어느 날 내려친 벼락에 자신의 가족이 비를 피하고 있던 나무가 뎅겅 잘려나가는 걸 보면서 인간의 뇌리에 박히기 시작한 당신이라는 존재는 과학이라는 걸 통해 그 벼락이 절대자가 내려친 게 아니라 전하가 분리된 구름일 뿐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에요.

      

크로마뇽인은 그런 전자와 전하의 개념을 모른 채 자신이 어떤 잘 못을 해서 당신의 분노를 샀다고 생각했고, 또 그는 그렇게 죽어갔어요. 아, 죽을 때도 당신 곁으로 간다고 많은 위로를 받았겠죠.

     

뭐, 그래도 가끔 당신을 찾을 때가 있긴 해요. 우선 저는 아이들에게 당신이 여러 곳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걸 알려주기 위해 여기저기를 다녀요. 저번 주엔 성당엘 갔고, 이번 주는 교회에 나가볼 예정이에요. 석가모니는 글쎄요. 자신을 신으로 칭한 적이 없는 양반이라 그저 마음이 쓸쓸해질 때면 산사를 가끔 찾아요.

     

한 번 더 말씀드리지만 저는 당신의 존재를 믿지 않아요. 만약 당신이 존재한다면 그 큰 배에서 핏덩이 같은 아이들 248명의 목숨을 한 번에 앗아가진 않았겠죠. 멀리 갈 것도 없네요. 최근엔 젊은 목숨을 158명이나 데려갔으니. 쯧. 기분이 갑자기 안 좋아지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당신에게 글을 쓰는 건 한 가지 이유가 있어서에요. 좀 천박하게 들리겠지만 로또 1등 좀 맞게 해 주세요. 그게 무언 지는 당신도 잘 아실 거예요. 아. 저뿐만 아니라 이미 많은 사람들이 당신을 찾으며 빌었다고요? 그렇겠죠. 한주에 1천100억 원어치가 팔리니 1명이 5천 원 게임을 한다고 했을 때 우리 국민의 절반이 로또를 매주 하는 거거든요.

     

아. 제 기도빨이 좀 약한가요? 지난주에 1등 한 사람은 그래도 무언가를 앞에 놓고 절을 했다고요? 뭐 어쩌겠어요. 저는 당신의 존재를 믿지도 않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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