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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빈 Dec 05. 2022

나는 바다로 출근합니다.

운동, 누군가를 구하기 위한 몸가짐

 해양경찰에는 두 종류의 비행기가 있다. 하나는 여러분들이 주로 타는 날개가 있는 고정익 항공기이고, 또 다른 하나는 로터가 달린 헬리콥터, 즉 회전익 항공기이다. 고정익 항공기는 탑재된 레이다와 플리어로 200NM 범위 내의 선박을 탐색하거나 추적한다. 주로 먼바다까지 나가 우리 해역에 들어온 중국어선을 파악하거나 밀항 시도 등을 사전에 차단한다. 반면 회전익 항공기는 사고 현장에 직접 투입되어 호이스트를 이용, 항공구조사를 강하시킨 후 직접 사람을 구하는 역할을 한다.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일이 없지만 특히나 회전익 항공기에게 부여된 임무는 물에서 혹은 수중에서 사람을 직접 구하는 일이기 때문에 더욱 위험하다.


 이런 위험때문에 항공구조사들은 대기 중 운동을 한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거나 활주로를 뛰거나 수영으로 상황에 대비한다. 하나같이 근육질의 사람들이고, 구조 수영을 해야 하는 사람들인지라 수영 실력이 매우 뛰어나다. 대부분이 특수부대 출신이고 잠수 관련 자격증을 모두 가진 사람들이다. 운동이라고는 1.2km 정도 뛰고 수영은 자유형만 조금 할 줄 아는 내가 이들과 어울리며 배운 사람의 몸은, 한계는 없고 노력하면 노력할수록 튼튼해지는 신비로운 것이었다.


 그날은 새벽 출동이었다. 보름달이 하늘에 떠 있었지만 낮은 구름으로 인해 300m 이하의 저고도는 칠흑같이 어두웠다. 서해바다는 조석간만의 차가 커 만월이 있는 날은 해루질꾼들의 천국이 된다. 손바닥만 한 소라가 지천에 널려 있고 어른 신발 크기만 한 꽃게가 낮은 물에서 논다. 이것들을 잡느라 정신이 팔려 물이 들어오는 속도를 모른 채 땅만 보고 있다가 흔히들 낭패를 당한다.


 그날 물에 빠진 사람도 자신이 채집한 해산물을 그물망에 잔뜩 담고 있었다. 오리발을 신은 우리 항공구조사는 그 사람을 발견하자마자 바로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하지만 헬기의 하강풍과 어두운 주변 환경이 요구조자와 항공구조사의 거리를 멀어지게 만들었다. 우리 구조사는 그 사람을 놓칠세라 전력을 다해 헤엄쳤지만 파도는 요구조자의 머리를 너울 속에 가려버렸다.


 위에서는 보였지만 수면에서는 보이지 않는 상황이 발생했다. 구조사는 요구조자를 찾아 두리번거렸고 우리의 목소리는 헬기 엔진 소리에 가려 전달되지 못했다. 날은 점점 안 좋아져 급기야 비까지 내리기 시작했다.


 우리 구조사가 투입된 시간은 10분을 넘고 있었다. 요구조자는 다행히 미리 취해진 조치 덕분에 가슴장화를 벗었고 가지고 있던 비상용 튜브를 안고 겨우 견디고 있었다. 하지만 튜브의 크기가 작아 시간이 더 지체되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우리는 헬기에서 빛을 이용해 신호를 보냈고 다행히 수상의 구조사는 그 빛을 길잡이 삼아 요구조자의 방향으로 접근했다. 가까스로 접근한 구조사는  레스큐 튜브를 요구조자의 몸에 감았고 둘은 호이스트를 이용해 끌어올려졌다. 헬기에 탑승한 요구조자는 저체온을 호소하며 탈진 증세를 보였다. 함께 출동한 응급구조사는 기본적인 조치를 했고 헬기는 근처 병원으로 향했다.


 그날 밤 우리는 이런 출동을 두 번 수행했다. 구조사는 슈트가 마르기도 전에 젖은 채로 입어야 했으며 두 번째의 출동은 뻘에 박힌 사람이었다. 그날 우리는 두 명의 목숨을 구했고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퇴근을 했다. 그리곤 저녁에 같이 모여 작은 술자리를 가졌다. 웃고 떠드는 와중에도 우리는 서로에게 피곤하지 않냐고 물었고, 우리는 약한 모습 보이지 말자며 장난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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