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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우리 Aug 20. 2022

유치원은 학교인가, 학원인가?

유아교육계의 동향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



 최근 유아교육기관의 경우 각종 특별활동과 작품 전시, 행사 등을 진행하지 않는 곳은 없을 것이다. 아이의 수가 점점 적어지고, 학부모의 경우에도 굳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대신 학원에 속하는 놀이학교(명칭만 학교인 사실상 학원이다), 영어유치원(영어학원 유치부이다.)이라 불리는 '학원'을 택해 보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학부모가 유치원을 학교의 개념이 아닌 '내가 골라 보낼 수 있는 간단한 학원' 정도의 개념으로 애초에 생각해버리는 탓이다. 게다가 원장 및 유아교사를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원'의 개념으로 여기는 경향들이 있어 사립유치원은 교육기관만의 교육 색이나 교육관을 펼치지 못하고 대중(학부모)의 요구에 흔들리고 끌려가기 마련이다.


 그래서 근래에는 놀이중심 교육과정을 실천하는 곳을 찾기가 힘들다. 누리과정이라는 이름의 유치원 교육과정이 있고 2019년에 개정된 놀이중심 교육과정은 특별활동은 당연하고 교사가 주도하는 대집단 활동의 경우도 가능한 지양하고 유아의 놀이 흐름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활동을 진행하라는 권고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이 말이 무색하게 거의 그런 곳은 찾기가 어려우며, 기이하게도 교사가 다소 힘들지언정 놀이중심 교육과정을 실천하는 유치원의 경우 '인기'가 없어 원아모집 미달이 뜨는 경우가 잦다. 학부모의 입장에서 놀이중심 교육과정이 '교육', '학습'이라고 느껴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결국 정원을 꽉 채워 운영되는 기관은 각종 특별활동과 전시물 제작, 동영상 및 학부모 참여행사, 발표회 등을 진행하는 '결과 중심' 기관들 뿐이다. 유치원 계열에서 가장 큰 재단을 지닌 가칭 '이응' 유치원의 경우 교사들 사이에서는 악명이 높고 절대 가서는 안 되는 기관으로 인식된다. 그러나 최근 포털사이트에 이 재단과 유치원을 검색하자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칭찬 일색인 반응을 찾을 수 있었다. 단지 교사가 힘들기 때문만이 아니라, 교육자로서 아이들에게 적합한 교육을 실천하는 기관과 학부모의 니즈가 이렇게도 상반되는데, 유치원 교육이 과연 앞으로 맥을 추리며 중심을 잡고 나아갈 수 있을까? 하는 부분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내가 유치원을 선뜻 가지 못하겠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나는 교사가 되기 위해 공부했으며 정당하게 그 보수와 인정을 받으며 근무하기를 바랐으나, 사립유치원 현장의 경우 교육철학도 무시하고 운영의 어려움이라는 말 뒤에 숨어 학부모의 요구만을 살피는 탓에 교사들이 죽어나가기 때문이다. 교사로서 힘든 것은 이해할 수 있으며 그 과정에서 아이들의 놀이 확장을 위해 연구하고, 연계될 수 있는 다른 활동을 계획하며 이를 통해 배울 수 있는 점을 생각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고됨은 납득이 가능하다. 그러나 잦은 행사와 보여주기 식으로 교사가 거의 만들어야 하는 작품, 줏대 없이 학원처럼 스케줄표를 토대로 진행되는 각종 오르프, 영어, 중국어, 수학 수업, 매달/매주 가정에 보내야 하는 학습지 등을 진행해야 하는 방식에서 생기는 고됨은 내가 교사로서 별로 느끼고 싶지 않은 힘듦이다.


  공립유치원의 경우 운영의 어려움으로 인해 폐원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학부모 눈치를 봐야 할 필요가 없기에 놀이중심 교육과정이 그나마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위에서 말한 이유와 일맥상통하게 학부모들이 공립유치원을 선호하지 않는 분위기도 늘어만 가고 있다. 유치원을 학교로 인식한다면 결코 이 정도로 끌려다니지는 않을 것인데, 학원으로 인식하기에 생기는 각종 문제들로부터 우리 업계는 언제쯤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내가 유치원이 아닌 큰 재단 소속의 어린이집 교사로 취직하게 된 이유도 소규모가 아니기 때문이다. 적어도 영아부터 유아까지 놀이중심으로 교육을 진행하고 연구하고, 교재를 만들고 확장해주는 열정 가득한 교사들이 모여있기 때문이다. 특별활동을 하기는 하지만 기본적인 보육 프로그램 자체가 우습게도 뭇 유치원보다 더 체계적이고 '놀이중심'이다. 놀이중심이면 교사들은 하는 것 없고 애들은 배우는 것 없다고 느끼는 학부모들이 많아 유아반 진급 시 퇴소하는 경우도 종종 보이는데, 물론 이 역시 최근 부모들의 잘못된 학습에 대한 인식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재직하고 있기 때문에 이 원만이 최고라고 말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겠으나, 영아 연령이 힘겨워 고통받고 있는 것이지 재단 자체의 프로그램 및 운영방식에 대해서는 정말로 일절 지적할 말이 없다. 오죽하면 유치원 쪽에도 이렇게 큰 재단이 운영하는 방식이 도입되었으면- 하고 바라고 있을까. '직장유치원'이 현실적으로 운영되기 어려움을 알지만 여러 가지 면에서 유아교육계가 변화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나는 의미 때문에 영유아 교사직을 택한 사람이다. 급여를 많이 받지 못하고, 교사 허들이 높지 않다는 이유로 인해 인식이 좋지 않다는 것을 차치하고서라도 적어도 다만 유아들에게 적합한 교육을 하는 기관에서 일하고 싶기에, 현재와 같이 유치원이 학부모의 니즈를 쫓아 교육기관으로서의 가치를 잃지 않을 수 있도록 법적, 사회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어떤 마음으로 교육자로서 일하고 살아갈 것이냐의 기준은 결코 학부모에게 있지 않다. 나는 그저 유아를 기준으로 일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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