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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우리 Nov 12. 2022

1년을 더 버텨보기로 했다.

장장 1년간의 고민의 끝은, 결국 STAY





 11월 둘째 주가 되었다. 어느덧 패딩 점퍼를 입고 첫 출근에 떨려하던 시기를 지나 보낸 지도 몇 개월이 흘러, 나는 생존기 교사 1년 치를 마무리할 준비를 하고 있다. 물론 영유아 교사의 1년은 당해 12월 말일이 아닌 이듬해 2월 말일을 기점으로 나뉘긴 하니 사실상 3개월 하고도 보름 여 시간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브런치를 열기 시작하며 고민했던 무수히 많은 수심과 걱정과 미련과 우려의 조각들을 이제는 청산해야 할 시기도 오고야 말았다. 일 년간 내가 했던 고민 중 가장 큰 줄기를 차지했던 것은 바로 내년 재직 여부에 대한 것이었다. 개인 사정 상 이직을 해야 할지도 고민해야 할 상황이기도 했거니와 영아 연령을 언제까지 맡아야 할까라는 불안감에서 기인한 고민들. 그리고 그 종착지에는 나의 결정이 있었다.


 그래서 결론은, 10개월 여 기간 동안 고민했던 그 상념의 결말은 '남아있기'였다. 사실 대학 교수님으로부터 추천을 받아 괜찮다는 유치원으로 이직할 수 있는 기회도 만들고자 하면 만들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남기로 결정한 이유 중 하나는 아직까지 사립유치원 교사에 대한 처우적인 부분이 근로자로서 대우받는 보육교사의 그것과 비할 바가 못된다는 것이었고, 나 역시 이 직장어린이집에 입사한 이유 중 하나였던 '유아반 경험하기'의 소망을 이루지 못한 상태로 나가야 할 상황임에 쉽사리 결정짓지 못한 점도 있다.


 그래서, 일단은 조금만 더 버텨보자고 생각했다. 내가 누리지 못한 것들을 이직하여 누리자고 현재 누리는 것들을 모조리 포기할 수 있겠느냐 묻는다면 그건 아닌 것 같다고, 내 안의 마음이 대답한 것 같다. 이직을 고민하고 결정하는 모든 이가 비슷한 고심을 할 것이지만 나 역시 다르지 않았으며 일종의 딜레마 상황에 놓여 장단점을 비교하던 일도 우선은 당분간 작별이다.


  기관에서 경험하고 싶었던 누리과정 실현의 현장을 몸으로 느끼기, 지금보다  다양한 것들을 배우고 성장하기. 고작 1 가지고는 해당 연령에 대해 모두 이해를 했다고   없겠으나, 향후 이직을  나에게 있어 동일연령 경험이 있는 것보다는 다양한 연령 경험이 있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다른 연령을 희망했다.  2,  3,  4,  5. 거의 모든 연령을 희망한다 하였으나 높은 연령을 위주로 피력하게  것은 아무래도 언어적인 의사소통이 조금은 가능하고 자조기술이 어느 정도 발달한 아동이기 때문일 것이다. 2 차에 새로운 연령을 맡으면 초임과  다를 것이 없을  같지만,  남들이 기피하는 연령이 된다고 하더라도 일단은 경험하고자 하는 욕구가 크다.


 최근에는 그런 꿈을 꿨다. 아직 반 배정과 짝꿍 선생님 배정이 나려면 2개월이나 남았건만, 꿈으로 내가 하고 싶었던 연령에 배정이 되고, 또 그리 만나고 싶지 않은 분과 함께 짝꿍이 되는 꿈이었다. 하나는 희(喜), 또 하나는 비(悲)라 꿈에서마저 괴로워했던 기억이 난다. 직장 어린이집은 아동대 교사 비율이 좋기로 유명한 만큼 한 학급당 1명의 담임교사보다 많은 인원수의 교사가 배치되는 것이 일반적이며, 나의 직장 역시 투담임제를 활용하고 있기에 어떤 연령을 맡게 되느냐에 이어 어떤 동료 교사와 함께 하게 되느냐에 따라 일 년의 명운이 결정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좋은 선생님과 만났으면 좋겠다. 말을 직설적으로 하지 않고, 저경력 교사라 한들 무시하지 않고 존중해주시는 성정을 지닌 분과 함께하고 싶다. 아직 많이 부족하겠지만 지적을 들으면 더 스트레스를 받는 나의 성격 상. 그런 부분들이 나의 새로운 우려가 되었다.


 결론은, 1년 더 현재 재직 중인 곳에 몸담을 것이라는 것이다. 부디 올해와 같은 시련과, 힘듦과, 지침과, 괴로움과 두려움 없이 안정적으로 한 해를 보낼 수 있기를 바라며. 고민 쟁이의 고민의 길고 긴 챕터 1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챕터를 열어 볼 차례이다, 이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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