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장 1년간의 고민의 끝은, 결국 STAY
11월 둘째 주가 되었다. 어느덧 패딩 점퍼를 입고 첫 출근에 떨려하던 시기를 지나 보낸 지도 몇 개월이 흘러, 나는 생존기 교사 1년 치를 마무리할 준비를 하고 있다. 물론 영유아 교사의 1년은 당해 12월 말일이 아닌 이듬해 2월 말일을 기점으로 나뉘긴 하니 사실상 3개월 하고도 보름 여 시간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브런치를 열기 시작하며 고민했던 무수히 많은 수심과 걱정과 미련과 우려의 조각들을 이제는 청산해야 할 시기도 오고야 말았다. 일 년간 내가 했던 고민 중 가장 큰 줄기를 차지했던 것은 바로 내년 재직 여부에 대한 것이었다. 개인 사정 상 이직을 해야 할지도 고민해야 할 상황이기도 했거니와 영아 연령을 언제까지 맡아야 할까라는 불안감에서 기인한 고민들. 그리고 그 종착지에는 나의 결정이 있었다.
그래서 결론은, 10개월 여 기간 동안 고민했던 그 상념의 결말은 '남아있기'였다. 사실 대학 교수님으로부터 추천을 받아 괜찮다는 유치원으로 이직할 수 있는 기회도 만들고자 하면 만들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남기로 결정한 이유 중 하나는 아직까지 사립유치원 교사에 대한 처우적인 부분이 근로자로서 대우받는 보육교사의 그것과 비할 바가 못된다는 것이었고, 나 역시 이 직장어린이집에 입사한 이유 중 하나였던 '유아반 경험하기'의 소망을 이루지 못한 상태로 나가야 할 상황임에 쉽사리 결정짓지 못한 점도 있다.
그래서, 일단은 조금만 더 버텨보자고 생각했다. 내가 누리지 못한 것들을 이직하여 누리자고 현재 누리는 것들을 모조리 포기할 수 있겠느냐 묻는다면 그건 아닌 것 같다고, 내 안의 마음이 대답한 것 같다. 이직을 고민하고 결정하는 모든 이가 비슷한 고심을 할 것이지만 나 역시 다르지 않았으며 일종의 딜레마 상황에 놓여 장단점을 비교하던 일도 우선은 당분간 작별이다.
이 기관에서 경험하고 싶었던 누리과정 실현의 현장을 몸으로 느끼기, 지금보다 더 다양한 것들을 배우고 성장하기. 고작 1년 가지고는 해당 연령에 대해 모두 이해를 했다고 할 수 없겠으나, 향후 이직을 할 나에게 있어 동일연령 경험이 있는 것보다는 다양한 연령 경험이 있는 것이 더 좋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다른 연령을 희망했다. 만 2세, 만 3세, 만 4세, 만 5세. 거의 모든 연령을 희망한다 하였으나 높은 연령을 위주로 피력하게 된 것은 아무래도 언어적인 의사소통이 조금은 가능하고 자조기술이 어느 정도 발달한 아동이기 때문일 것이다. 2년 차에 새로운 연령을 맡으면 초임과 또 다를 것이 없을 것 같지만, 또 남들이 기피하는 연령이 된다고 하더라도 일단은 경험하고자 하는 욕구가 크다.
최근에는 그런 꿈을 꿨다. 아직 반 배정과 짝꿍 선생님 배정이 나려면 2개월이나 남았건만, 꿈으로 내가 하고 싶었던 연령에 배정이 되고, 또 그리 만나고 싶지 않은 분과 함께 짝꿍이 되는 꿈이었다. 하나는 희(喜), 또 하나는 비(悲)라 꿈에서마저 괴로워했던 기억이 난다. 직장 어린이집은 아동대 교사 비율이 좋기로 유명한 만큼 한 학급당 1명의 담임교사보다 많은 인원수의 교사가 배치되는 것이 일반적이며, 나의 직장 역시 투담임제를 활용하고 있기에 어떤 연령을 맡게 되느냐에 이어 어떤 동료 교사와 함께 하게 되느냐에 따라 일 년의 명운이 결정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좋은 선생님과 만났으면 좋겠다. 말을 직설적으로 하지 않고, 저경력 교사라 한들 무시하지 않고 존중해주시는 성정을 지닌 분과 함께하고 싶다. 아직 많이 부족하겠지만 지적을 들으면 더 스트레스를 받는 나의 성격 상. 그런 부분들이 나의 새로운 우려가 되었다.
결론은, 1년 더 현재 재직 중인 곳에 몸담을 것이라는 것이다. 부디 올해와 같은 시련과, 힘듦과, 지침과, 괴로움과 두려움 없이 안정적으로 한 해를 보낼 수 있기를 바라며. 고민 쟁이의 고민의 길고 긴 챕터 1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챕터를 열어 볼 차례이다, 이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