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고 싶고, 잘하지 못하는 내가 미워서 또 움츠러들고 긴장하고
고민이 생길 때마다 브런치를 찾는다. 나는 일적인 고민을 할 때 생각을 시작하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지는 편이기에 주변 지인들에게 말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에 나오는 대나무 숲처럼, 내 브런치를 사용하는 부분도 크다. 매일매일 짧은 글이라도 쓰면서 기록을 남긴다기보단, 큰 고민이나 걱정이 생기거나 상념에 젖을 때 들어오게 되니 비정기적일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가장 최근의 글을 보았다. 저 날 내가 브런치를 찾았구나. 자존감도 떨어지고 무력감도 느꼈던 날이 저 날이었지. 그리고 오늘이다. 오늘은 괴로워서 왔다기보단 어떠한 생각에 잠길 시간적 여유가 충분해서 그 흘러가는 생각을 잡아두고 싶은 마음으로 온 것이다. 그러니 괴로워서 찾은 직전의 글과는 약간 다르겠지. 그래도 거진 1달 반이 흘렀다. 내일이면 벌써 11월이다. 와, 나 제법 멋지지 않은가. 흘러가는 시간을 따라 얼레벌레 따라가기만 했는데, 조금 있으면 2년을 꽉 채우고 3년 차 교사가 된다. 아무것도 안 했는데도 경력이라는 것은 이렇게 생겨나는 것이구나. 나는 그렇게 느낀다.
이번 겨울방학의 목표가 생겼다. 1년간의 이 원에서의 행사, 활동, 수업들을 개략적으로라도 정리하는 것이다. 누구는 쉬어야 하는 때에 미친 짓을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내년 이직을 할 가능성이 낮은 내게 그 겨울방학의 자료는 지나온 1년을 되돌아보는 기간이 될 테고, 앞으로의 1년을 준비하는 시간이 되기도 할 테다. 내 부족함과 모자람, 무지함을 내년에는 조금이라도 더 걷어내 보고 싶은 욕망이 잔뜩 담긴 자기만족용 자료라고 할 수 있을 테다. 기록을 남기는 것은 어떻게든 나중에 추억할 거리를 만들게 되는 셈이니, 나중에 본다면 내 브런치 글만큼이나 재미있고 우스운 추억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잘하고 싶은 마음과는 달리 자꾸만 실수를 하고, 창의적으로 사고하고 주체적으로 무언가를 시도하지 못했다. 작년 쓰리담임의 마지막 포지션 교사였던 나에서 한 걸음- 아니 어쩌면 두, 세 걸음 나아가 원담임으로서의 1년을 보내고 있는 현재에 내가 완벽한 것이 더 이상하겠지만. 남들은 2-3개월 만에 적응할 때 나는 여태껏 완벽히 적응하지 못하고 주변 선생님들의 조언과 도움을 받아 뭔가를 해결한다고 생각하면 굉장히 낯 뜨겁고 민망하다. 그래서인지 과한 긴장감 속에서 아직 허우적대나 보다.
그래도 많이 안정되었다고 우스운 칭찬도 해본다. 아이들도 자랐고, 안정되었고 일과의 흐름도 편안하게 느껴진다. 일주일의 시간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할지도 아주 조금은 이제 아는 것 같다. 2시간, 3시간 오버타임으로 야근하는 일이 줄어들었다. 이 원의 스타일에 맞춰, 다른 선생님들처럼 무언가 흉내를 낼 수 있게 된다는 점은 나 스스로 격려해 주고 싶은 점이다.
나는 만족하는가? 이직을 만족하냐고 이 시점에서 묻는다면 가히 신명 나게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다고 할 것 같다. 다시 작년의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느냐고 묻느냐면 절대 아니라고 대답할 것 같다. 나는 올해의 이 내 삶이 꽤나 달고, 유익하고, 내가 성장할 수 있는 한 해가 된 것 같기 때문이다.
나는 스스로를 2년 차 교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특수한 상황이라고 여겨져 특별한 인턴 경험이 있는 1년 차 초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내년 2년 차가 되었을 때에는 조금 더 안정적으로, 조금 더 허둥대지 않고 모든 것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가져본다.
다들 이렇게 성장하는 거겠지? 기쁘기도 하고, 얼떨떨하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한 매일이다. 나는 잘하고 있는가? 그래도 최선을 다하고 있는 매일인 것 같기는 하다. 움츠러드는 날도 있지만 더 잘하고자 노력하는 매일이 매년이 되면 좋겠다.
- 주말출근 이후 평일 이른 퇴근을 하게 된 어느 기분 좋은 오늘 남기는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