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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우리 Sep 13. 2023

파워가 부족한 교사 스킬이 부족한 교사

문제행동을 훈육할 때 생기는 딜레마

아주 오랜만에 브런치에 들어와 오늘의 배움 기록하고 기억하기 위해 남기는 글.



1. 상황 발생 원인 및 해결된 흐름

잠을 자고 일어난 직후 잠투정으로 짜증내고, 울고, 고집부리는 유아. 주로 아침에 등원시간 보호자와 헤어지는 과정에서 오랜 시간 대치하며 울음으로 표현하며, 1학기동안 원 내에서 교사에게는 유사 행동을 보이지 않다가 어제 아침 갑자기 위와 같은 행동을 보임. 


- 평소 자기 자신의 행동이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여기고, 통제당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경우 한숨을 크게 쉬는 등 불편함을 느끼거나 울음으로 표현하는 경향 있음

- 어제 아침 간식시간에 장난을 쳐서 접시를 교사책상으로 가지고 갔을 때부터 15분 이상 울음을 동반한 투정 및 짜증, 고집을 부림. 원장님 이하 선생님들 모두 목격하시고, 이 날은 나와 직접적인 대화 후 달램 40% 섞어서 해결함

(우는 상황에서 크게 발 구르며 분노 표출하기, 팔 휘저으며 큰 액션 보이기, 주저앉거나 일어나며 몸부림치기, 몸부림으로 인해 몸을 잡으면 신체에 힘주며 빠져나가려고 하기, 팔 휘둘러 교사 때리기 등이 나타남)

- 오늘 오후에 방과후 시간에 낮잠을 자다가 통합반으로 이동해야 해서 깨우자 울기 시작함. 방과후 교사에게 안겨서 내려가겠다고 고집을 부리며 울음을 보여 통합교실에서 대치상황 발생

-> 내 선에서 해결되지 않아 원장님 및 다른 선생님 도움을 받아 분리된 공간에서 5분 이상 대화하며 이야기 나누셔서 해결 


2. 향후 훈육 및 대화방식 

- 해당 유아는 기다림이 많이 필요함. 소리지르거나 울면서 이야기하면 얘기를 나눌 수 없으니 기다려 주겠다고 선 이야기해 주고, 지속적으로 기다려 주고 있음에 대해 유아에게 말해 줄 필요 있음. 내가 말을 더 많이 하려고 하면 유아도 들을 준비가 되지 않아 대치상황이 길어질 뿐임. 이에 조급함에 내 말만 하는 방법은 사용하지 말아야 함  (다만 가정이 아니기에 부담임 선생님께 다른 아이들 꼭 맡겨야 함. 일상에서 매번 10분, 20분씩 기다려주기 어려움도 고려하기)

- 어느정도 진정되면 이야기해야 할 주제를 중심으로 이야기하되, 큰 목소리가 아니라 차분하게. 그렇지만 단호하게 이야기해야 할 필요 있음. 울음이 잦아들다가도 다시 툭 터지는 부분에서 고조되더라도 앞의 방법을 사용해 기다려서 스스로 진정되도록 하기. 중간에 사그라들 때 잠시 안아주는 정도는 괜찮으나 진정한 후 이야기 다시 시작할 때에는 떨어트려놓고 다시 이야기하기.

ex. 땡땡이가 이러한 것은 무엇 때문이야. 그런데 이건 하면 안돼. 소리지르면서 말하면 안되는거야. / 울면서 말하면 들어 줄 수 없어서, 선생님이 기다려 줄거야. 기다려줄게. 땡땡이 마음이 진정될 때까지 지금 기다리고 있는거야. 준비 되면 이야기 할게. 준비 되면 그렇다고 이야기 해줘.

- 끝나는 순간까지 다시 울음을 보이거나 소리를 지르는 행동을 한다면 지금처럼 다시 이야기를 하러 올 것임을 상기시켜주기. 

- 보호자가 말하는 '잠투정'이 원인일 수는 있어도 그렇다 하여 이 행동들이 용납될 수 없음을 인지하도록 알려줘야 할 필요 있음. 설령 정말 잠투정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이 행동들을 납득시키는 이유가 될 수는 없음.

- 가능한 교실 안에서 내가 스스로 유아와 해결할 수 있도록 '인내심을 가지고 차분하고 단호하게' 임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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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기타 사적인 감상

  만 1세 영아만을 대상으로 훈육을 해 본 탓인지, 유아의 고집에 대해 내가 취해야 할 스탠스에 대해 고민이 많이 된다. 특히 과하면 훈육이 학대 전조증상처럼 보일까봐 겁이 났다. 작년 재단 내 아동학대 교육을 굉장히 타이트한 기준에서 받아온 탓인지, 내 안에 형성된 훈육 시 가이드라인을 벗어나는 상황이 어렵기만 했다. 교사로서 파워를 더 가져야 하는데 그 파워가 부족해서 아이가 내게 이러는 것인지, 아이의 상황에 맞춰 어르고 달래다가도 대화하는 방법을 몰라 스킬이 부족해 이와 같은 문제가 생기는 것인지. 내 선에서 잘 해결했다면 원 내 다른 선생님들께 도움을 받아야 하거나 폐를 끼치지 않았을 일인데, 일이 커진 듯해 마음이 안좋았다. 우리 반 아이고, 내 아이이지만 내 손 안에서 잡히지 않는다는 현실에 많이 작아졌고, 어려움이 생겼다. 


 큰 소리를 내는 것, 신체로 제압하는 것, 일명 기를 누르는 것. 그리고 유아를 존중하면서 해결하는 것. 그 사이에서 후자에만 너무 치우치려다보니 겁이 나서 올바른 훈육을 하지 못하는 상태가 된 것은 아닐까? 경험 부족과 능력 부족으로 많은 마이너스들이 모인 것 같아 마음에 돌덩이가 가득 쌓인 하루였다. 아직 이러한 경험이 없기에, 100명의 아이들이 있다면 100명의 다른 케이스라고들 하지만 어쨌든 이와 같은 훈육 상황에서 절대적인 정보가 부족한 탓으로, 또 내가 곧은 심지를 가지고 훈육하는 능력이 부족해 생긴 일이다. 오늘로 하여금 채워가고, 보완하고, 다듬어야겠다고 생각한다. 몸으로 직접 알려주시고 말로도 알려주신 선생님들께 감사하기만 하다.


 나도 이제는 정말 더이상 어쩔 줄 몰라 망설이거나 어설프게 행동하면 안된다는 걸 느낀다. 파워도 필요하고, 기선제압도 필요하며, 적어도 내가 아이에게 있어 '그래도 되는 사람'이 아님을 인식하도록 해야 할 것 같다. 어쩌면 나는 아직 스킬의 부족함을 빌미로 마치 할머니같은 마음으로만 아이들을 키우려고 했는지도 모르겠다. 알려줄 것은 알려주어야 아이들도 자란다. 아이들을 올바르게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나 역시 아이들보다 한 발짝 성장해야 함을 느낀다. 


그리고 오늘의 부끄러움을 수치감으로만 여길 게 아니라 내가 자랄 양분으로 삼아야 할 필요성도 여실히 느낀다. 얼른 서둘러 나도 자라보자. 초임 시절이라고 절절 메는 것은 이제 그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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