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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우리 May 13. 2023

새내기 유아교사에게 힘이 되는 것

저경력 교사에게 가장 힘이 되는 말은



알고 있었다. 나는 나 자신을 초임교사나 다름없는 존재로 인식하고 있기에, 나의 무능력함이 들춰지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 또한 그와 동시에 부족함을 메우고 싶은 완벽주의로 인해 유치원에서 일하는 동안 긴장도가 높다는 것 역시 내가 가진 문제 아닌 문제라는 것 또한 인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최근의 내가 드는 생각은 격의 없이 다가가 친해지기 어려운 대상이 '최우리 교사'라는 사람이 아닐까-이다.


 나이에 비해 경력이 적어, 나보다 어리지만 몇 년 선배인 다른 선생님들을 자연스레 마주칠 수밖에 없다. 그들 앞에 나를 비교할 때 부끄럽다거나 민망하다는 것은 아니다. 나는 나의 시계 속에서 내 흐름에 맞춰 살아온 것이니까. 다만 저분들이 보다 어릴 때부터 교사생활을 시작할 동안 나는 그러지 못했기에, 그들로 하여금 내가 많이 한심해 보이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은 종종 든다. 타인을 의식하는 것이 습관인 탓이다.


 최근에 칭찬을 한 가지 들었고, 흠칫 놀란 순간이 있었다. 새 원에 아주 고연차 선생님이 동료교사로 계시는데, 그 선생님께서 하신 말과 관련된 것이었다. 칭찬 한 마디, 놀라게 만든 한 마디가 같았지만 새삼 내가 그렇구나. 또는 그렇게 비치는구나- 싶은 느낌이 들었다.



" 우리 선생님은 2년 차라고 했죠?
근데 보면, 2년 차인 것에 비해 되게 열심히 잘하는 것 같아. "



 새내기 교사에게 가장 의식이 되는 부분이 선임의 격려나 칭찬인데, 아직 잔뜩 긴장 중인 나에게 작은 칭찬은 마음을 꽤나 울리게 하는 말이 되었다. 괜스레 감동스럽기도 하고, 나의 부족함이 잘 드러나지 않는 것 같아 안심되기도 했다. 그 한 마디가 뭐라고, 연차에 비해 열심히 잘한다는 말이 내 노력을 인정받은 것 같아 힘이 그렇게 났던 것 같아. 실수 투성이인 교사생활인데.


 이와 동시에, "2년 차라고 했죠?"라는 말에 흠칫 놀란 것도 있다. 너무 당연히 나는 2년 차 경력교사로서 이 원에 입사한 것인데, 당연히 모든 것이 처음이니 나 자신을 초임으로 인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물경력은 아닌데, 막상 유아반 경험이 없으니 부족함만 가득한 나 자신이라 새삼 '와, 내가 2년 차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묘해지기도 했다.


 아이들은 칭찬을 먹고 자란다. 진심 담긴(리액션만이라도) 칭찬 한 번에 너도 나도 달려들어 서로 내 칭찬을 받기 위해 애쓰는 아이들처럼, 어쩌면 저경력 교사이자 이 원의 새내기 교사인 나 역시 칭찬을 먹고 자라는 동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이르렀다. 

 

 칭찬이 주는 힘에 대해서는 행동 교정이나 자존감 향상, 동기부여 등 이미 많이 알고 있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과연 칭찬이 정말 만능의 방법일까?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스쳐 지나가는 기억 속, 칭찬이라는 것 자체를 너무 남발해도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책 구절에서 본 적이 있다. 누군가를 칭찬하는 행위 자체가 아이들에게는 칭찬을 받기 위한 목적으로 외적 동기를 바탕으로 행동하게 되어 내재된 동기를 자극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며, 성인으로 하여금 인정받아야 한다는 의식을 은연중에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였다. 더불어 어른 또는 교사가 아이들을 '감히' 칭찬할 권한이 있는가에 대한 것을 본질적으로 생각해 보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아이들은 아이들 나름대로 자라는 중인데, 바람직한 행동으로의 교정을 위해서 칭찬이라는 무기를 사용해서 어떻게 보면 조종을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말에도 일견 동의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공간인 유치원이라는 학교에서 유아들이 잘 살아가기 위해선 칭찬을 매개로 한 목표 달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본생활습관이라 불리는 질서, 자조기술, 인내 및 사회적 기술이라 불리는 양보, 배려와 같은 덕목을 배워야 아이들이 장차 자라서 사회 구성원으로서 겉돌지 않고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기 때문이다. 커다란 사회를 구성하는 것은 사회 구성원이며, 이 사회구성원들 간에 암묵적으로 맺은 약속은 사회적 약속으로서 지켜져야 하므로 유아들에게 칭찬을 활용한 교육이 가장 좋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는 한다. 주절거리지만 아무튼 칭찬이 유아교육에 좋은 영향을 준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아무튼, 아이들이 사회 구성원으로 반듯하게 자랄 수 있도록, 칭찬을 통해 교육하듯 새내기 유아교사인 2년 차 최우리 교사 역시 칭찬을 통해 성장하고 있다. 나를 향한 칭찬은 자주 받기 힘든 것이지만, 우리 학급 아이들만을 향한 칭찬은 언제라도 향할 수 있는 것이기에. 돌아오는 주에는 아이들을 향한 칭찬과 격려를 더 아끼지 말아야지, 생각해 보는 하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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