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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우리 Apr 02. 2023

3월 한 달, 유치원 교사로 살아남기

4월을 맞이하며, 지난 나의 이직처에서의 1달을 돌아보며 남기는 흔적



오늘로 완전히 3월 신학기라는 이름은 과거가 되었다. 정확히는 어제자를 기준으로 말이다. 이번 주 금요일에는 1달간 패용했던 유아들의 목걸이 이름표를 수거했다. 신학기였음을 명시하는 매개물이 제거된 것이다. 더 이상 우리 반 아이들도, 또 전 글에서 언급한 '2년 차 초임교사'인 나도 신학기를 벗어냈다. 아직도 어려움 많고 버거운 적응기를 보내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첫 이직 2달 차를 맞이하는 이 밤, 오늘의 내 감정과 생각을 글로 남겨보고자 한다.


 우선은, 적어도 아주 조금은 이 새로운 유치원이라는 환경에 녹아들고 있다고 느껴진다. 바쁜 일과를 보내며 종종 실수를 하는 일들이 생겨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어지는 날이 많지만 주변을 돌아보니 몇 년 차 경력 선생님들조차 하루하루 잊거나 놓치시는 일들이 발생하는 것을 보면 나의 문제는 경력대비 그리 큰 문제가 아닌 것 같다고 느껴지기도 할 정도이다. 교육과정의 운영부터 작게는 사진의 구도, 개수, 찍는 방법, 유아들을 통솔하는 방법, 훈육의 정도, 주의집중시키는 기술까지도 하나하나 다 눈치가 보였던. 그리고 아직도 몇 가지는 극복하지 못한 부분들이지만. 그럼에도 우리 반 아이들과 나는 1달간 라포를 형성했고 그 과정에서 어찌 됐건 그 아이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그 누구도 아닌 다름 아닌 나였다. 


현장학습도 다녀왔다. 유아들과 함께하는 현장학습 자체가 부담이었지만 그래도 멋지게 해냈다고 생각했다. 유아들로 인한 스트레스는 전 직장에서보다 확실히 줄어들었다. 나는 다시금 유아들과 더 잘 맞는 사람이구나. 교사란 이런 거구나. 느끼게 되었던 한 달이었다. 와 이런 기분이 드는 게 교사구나. 싶었던 것은 - 누군가 '최애가 누구야?'라고 하는 질문에 대해 명확히 누구!라고 말할 수 없었던 것이다. 왜냐면 우습게도 정말 한 명 한 명이 다 소중하고, 귀엽고, 이쁜 내 아이들이라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우리 반 아이들이 다른 반 선생님들로부터 귀여움을 받으면 내가 다 자랑스럽고, 뿌듯했으며 우리 반 아이가 어려워하는 것에 대해 다른 반 선생님이 도움을 주시면 내가 되려 감사한 마음이 들어왔다. 이제 정말 우리 반 아이들을 비로소 '내 아이들'로 정의하기 시작한 것 같다고 느껴졌다. 작년에는 최애도, 그런 애착도 들지 않았었는데. 이상한 노릇이다. 


 버거운 게 많아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원담임 유아반 담임교사로서의 한 달이 무사히 지나가니, 나는 할 수 있었구나. 그리고 앞으로도 해낼 수 있겠구나 생각하는 성취감을 거머쥔 한 달이었다. 부족함 많아 원장님을 포함한 관리자 분들께는 어리숙한 사람으로 보였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지난 작년 1년을 아주 많은 애정과 관심, 그리고 보호 속에 자라 아직 자립할 용기가 없었던 나와 - 이직하여 어찌 되었건 부딪혀 봐야 했었던 1달을 비교해 볼 때, 시기가 이르다고 판단할 수 있지만 나는 그래도 이직을 잘 선택한 것 같다.


 물론 기관이 좋은 특징을 많이 갖고 있는 점도 한몫했다고 생각한다. 오래전부터 열심히 발품을 팔아 알아낸 곳에 우연찮게 입사하게 된 것이 내 행운이라고 느껴지는 만큼 더 잘해야겠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학부모님을 대하는 기술도 많이 좋아지고 있다. 뚝딱거리는 어색한 말투에서 점차 능숙한 말투로. 다음 주에는 또 현장학습과 함께 1학기 학부모 상담이 예정되어 있다. 벚꽃이 흐드러진 시기인데 곧 질 예정이라니 면담이 오기 전 한철 핀 꽃들을 즐길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하튼 첫 1학기 부모 상담은 작년에 연령이 다르지만 한 차례 해 보았기에 특히나 큰 걱정이 되지는 않는다. 다만 발달에 따른 특징들에 대해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해야 할지는 계속해서 고민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말을 해야 할지, 라포 형성만을 위해 부드럽게 이야기할지 같은 부분들. 아마 다섯 살 선생님들은 둘 중에 고민을 하고 계실 수도 있을 것 같다.


 동료교사 선생님들과도 더디지만 점차 친해지고 있다. 부담임 선생님과도, 옆반 선생님들과도. 얼른 루틴에 더 익숙해져서 칼퇴를 하는 그날까지 노력해야겠다고 느껴지고.


단 하나, 상처에 대해 조금 더 살피는 눈을 길러야 할 것 같다. 인원이 많아지니 사소한 상처를 내가 다 파악하기가 어려워졌다. 다른 부위는 어려울지 몰라도 얼굴과 손 정도는 확인하고 집에 보내기. 다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최우선임을 늘 잊지 말며 4월 한 달도 무사히 보낼 수 있기를 간절히 원한다. 


 이직 첫 한 달 후기는, 제법 나는 유치원이 마음에 들었다는 것이다. 내가 과연 이곳에서 얼마나 성장할 수 있을지가 가장 기대되는 한 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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