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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봄 Jan 07. 2024

누가 내 머리에 징 쳤어?

정직한 편두통

극도로 예민한(섬세한) 사람들, 일명 HSP에게

가장 흔한 고통을 감히 예상해 보면 두통이 아닐까?

나는 1년 중 300일 이상 두통을 가지고 있다.

머리가 안 아프면 어색할 정도로.

그러니 가벼운 두통 정돈 약 없이 잘 버티게 되었다.




두통의 원인은 여러 가지겠지만,

내 두통은 100퍼센트 스트레스 더하기 긴장감.

특히 유치원에 근무하면 약 없이 버틸 수 없는 날이

훨씬 많아서 진통제를 책상 위에 종류별로 쌓아뒀다.

이 두통이 얼마나 정직하냐면

교무실 생활 중 부당한 업무지시가 내려졌을 때,

갑자기 회의가 잡혔을 때, 민원을 받았을 때,

특히 회의가 끝남과 동시에!!

머리가 울리는 정도의 두통이 시작되었다.

누가 내 머리에 징 쳤니?

징의 커다랗고 깊은 울림소리만큼

내 뇌 속의 모든 것이 흔들리고 당기는 느낌.

어쩔 때는 정수리에 징을 치고

때로는 이마에, 때로는 뒤통수에 누군가 징을 쳤다.

고무줄 당기듯 뒷골이 당기는 느낌과 함께.

직장에서 두통을 표현하는 내 말은

“머리 아파요” 에서

“머리가 지끈 거려요.” “골이 아파요” “골 당겨요”

“머릿속에서 뇌가 굴러다니는(?) 것 같아요.”

까지 두통의 강도에 따라 나날이 발전해 갔다.


두들겨 맞은 듯 한 순간에 두통이 팍! 오면

‘아 내가 지금 스트레스를 받았구나’라고 비로소

인식할 수 있었다.

내게 두통은 일상을 넘어 ‘스트레스를 받고 있음’을

알려주는 하나의 신호가 되었다.

아프기 전에 미리 알면 좋을 텐데

아주 예민함에도 여전히 나 자신에겐 무던하다.




요즘엔 그냥 지끈거리는 정도, 가끔 골이 당기는

정도의 두통이었다.

이 정도쯤은 약 없이도 버틸 수 있게 되었다.

우울증으로 먹는 항정신성 약물로도 충분히 힘든데

비록 타이레놀 한 알이지만,

진통제를 추가 복용한다는 건 몸에 체감되는 부담이

되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내게 또 고비가 찾아왔다.

PTSD, 혹은 PTED

외상 후 스트레스 혹은 외상 후 울분 장애.

연말과 연초를 위태로운 상태로 보내게 되었다.

나도 내 상태가 두려운 지경이 되어 의사 선생님께

내가 무슨 짓을 할지 무섭다고,

입원을 시켜 달라고 졸랐다.


시간이 많이 흐르고 유치원 관리자가 바뀌었음에도

여전히 나의 소속은 서울시교육청이었다.

직장에서 만나지 않는다고 해도 여전히 나는

그들의 손안에 있는 가소로운 존재임을 확인했다.

또 누군가 머리에 징을 울렸다. 크게 울렸다.

큰 울림에 머리뿐만 아니라 몸이 휘청였다.


휘청일 만큼 큰 스트레스를 받았구나.

이번에도 징이 크게 울리고 나서야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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