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대로 되는 게 없어서
3월이 되면 휴직한 지 3년 차가 된다.
이 말인즉슨 휴직은 사실상 올해가 마지막이라는 것
아직 나는 약 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고,
약의 힘을 빌어 애써 버거운 자극들을 버틴다.
약의 힘을 빌린 대가로 이곳저곳이 아프다.
올해도 우리 반과의 만남은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
최근 나는 의사 선생님께 쉰다고 해서 더 나아지지
못하고 있는 내 상태를 확인받았다.
그리고 동시에,
복직을 하게 되면 원래 소속교(트라우마 환경)로
돌아가는 방법뿐이라는 절망을 확인했다.
내가 트라우마로 인해 우울증이 발병했고, 여전히
전 근무지를 잠시 방문만 해도 호흡이 가빠오지만
소속교 복직을 하지 않고 근무지를 옮기는 방법은
없다는 것이 우리 교육청의 결론이었다.
참 안정적이어도 너무 안정적이라고 생각했다
어쩜 이렇게까지 내 자리를 잘 보전해 주는지,
남다른 배려에 요 몇 달간 더 우울한 시기를 보냈다.
와중에 드디어 교실이 아주 살짝 그립기 시작했다.
복직은 하고 싶고, 소속교로는 가기 싫다는 마음
교직에 도전하고 싶고, 트라우마에는 도전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
왜 굳이 고통이 뻔히 예상되는 공간에 가서
두려움과 함께 근무를 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행정’ 조직과 ‘행정’ 체계에 정이 떨어지다 못해
탈탈 털려나갔다.
이 교육청에서 처음으로 ‘공무상 재해’ 승인까지
받았는데도 근무지를 옮길 방법이 없는 현실이
이제는 화도 안 나고 피곤하기만 하다.
하긴, 사람이 교실에서 죽어나가도 책임 면하기에
급급한 조직이니 더 할 말도 없다.
결과적으로 내 상황은 유치원에 가고 싶은 마음이
생겼지만, 트라우마 속으로 뛰어들어야 하는 것이다.
복직해서 더 아플 게 뻔하고, 아플 걸 알면서도
복직을 고수하는 것이 아이들에게 죄책감이 든다.
이쯤 되면 제발 면직하라는 소리로 들린다.
결국 난 올해도 우리 반과의 첫 만남을 하지 못한다.
잘 모르겠다.
올해도 못 만나는 건지, 영원히 못 만나는 건지
그저 내 컨디션이 좋아지기를, 마음이 더 강해지길
바랄 뿐이다.
유치원이라는 조직에서
생각해 봤자 계획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