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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안드레아 Jan 09. 2023

아는 것이 힘이었다


아는 것이 힘이다. 


그러나 힘만 세다고 무엇을 이룰 수 있는가? 21세기에 무력으로 이룰 수 있는 일은 많이 사라졌다. 물론 힘이 너무 강해서 세계에서 이름을 날릴 정도라면 충분할지 모른다. 지식도 마찬가지로 양 자체로 세계권에 오른다면 이룰 수 있는 일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모두가 그렇듯 최상위권에 오르는 것은 극소수중에서도 소수일 뿐이고, 아무리 재능을 지니고 태어나 노력을 가미한다고 해도 대부분 인간적인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상위권만 유지할 수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힘과 마찬가지로 지식만 가지고는 할 수 있는 게 딱히 없다는 말이다. 오히려 애매한 지식은 주변에 파괴적인 영향을 불러올 수도 있다. 책 한 권만 읽은 사람이 읽지 않은 사람보다 무섭지만, 힘도 애매하게 강한 사람이 과시하는 것처럼, 책을 100권 읽었지만 자기가 세계 최고인 줄 아는 사람도 꽤 무섭다. 


많이 아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머릿속에서만 일어나는 일일 뿐, 현실에는 지식이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한다. 행동에 옮기기 전까지는 바보 천치와 다를 게 없다. 지식은 수단이다.






과거 내 생각을 과시하곤 했다. 


남들보다 더 많은 생각을 하고 깊은 생각을 하니, 너희보다 내가 낫다는 마인드를 꽤나 오래 가졌었다. 그런데 행복하지는 않았다. 과시는 결핍이고 우월감은 열등감이라고, 내 잘난 생각에 스스로 매몰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말 한마디를 찾았다. "생각은 힘이 없다." 정말 짧은 문장이지만 내 삶을 송두리째 바꿨다.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내가 가진 것이 생각밖에 없으니 이걸 현실로 옮겨 기록하다 보면 무언가 이뤄질 것 같아서다. 


한동안은 생각에 대한 우월감을 버릴 수가 없었다.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왔으니 관성처럼 계속 살아가게 되었다. 고치려는 시도는 계속했으나, 쉽지 않았다. 



예전부터 자기 계발에 관한 책이나 영상 등을 찾아보는 게 취미였다. 


서당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듯 재미로 가끔 봤던 콘텐츠들도 일 년, 이 년 그리고 올해로 8년이 되다 보니 웬만한 내용들은 다 들어봤던 내용들이다. 물론 아직도 새로운 감명을 주는 콘텐츠들도 많다. 그러다 보니 주변 사람들이 고민이나 힘든 일을 이야기할 때 해결책이 너무 많이 떠올랐다. 말해주고 싶은 마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위로는 제쳐두고 해결책부터 기관총처럼 난사해 댔다. 결과는 물론 낭패였다. 얕은 지식으로 적절한 해결책을 제시해줄 수 없었을뿐더러, 때로는(자주)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고 위로를 건네주는 것이 더 뛰어난 해결책이 될 때가 있다는 것을 몰랐기 때문이다. 총체적으로 내가 그들 위에 있다고 여기는 마음에서 나오는 오만이었다.


비교적 최근까지도 남들에게 해결책을 난사하며 살았다. 요즘도 가끔 튀어나오곤 한다. 풍선에 가득 담긴 공기처럼, 한순간이라도 긴장을 늦추면 새어 나와 버린다. 



놀랍게도 해결책은 내 삶을 존중하는 것이었다. 


내 삶을 가득 채우고 나니, 그동안은 텅 비어있어 보였던 남들의 삶도 가득 채워져 보였다. 내가 남들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해서 던진 조언들이, 사실은 남들보다 뛰어나지 못할까 두려운 마음에서 던지는 조언들이었다. 타인의 삶을 높이 사고 나서부터 인간관계가 즐겁고 도리어 내 삶 또한 가득 차는 기분이었다. 


지금도 내게 아는 것은 힘이다. 많이 읽고, 보고 들으며 상상하고 쓰고 말한다. 그러나 그 자체로는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도 안다. 때론 목적을 위한 수단을 너무 강하게 갈망하면 그 자체가 목적인 것으로 착각하는 일이 생긴다. 많은 사람들이 힘, 지식, 학벌, 돈에게 휘둘린다. 그러나 이들은 자체만으로는 아무런 영향을 가질 수 없는 물건들이다.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180도 바뀌는 물건들이다. 수단을 수단답게, 목적을 목적답게 생각하고 다룰 때 가장 행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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