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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안드레아 May 02. 2023

로마에선 로마법을 따르고, 1호선에선 예수님을 믿어라

아침 8시.

출근 시간이며 대중교통이 가장 붐비는 시간이다.

오늘도 난 지하철을 타고 별생각 없이 앉아있었다.



언제부턴가 멀리서부터 지속적으로 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가까이서 들어보니 다음과 같았다.



"여러분도 예수님을 믿으세요. 예수님을 믿으면 여러분이 지은 죄를 사하여 주실 것이고 여러분도 천국에 가실 수 있습니다. 예수님을 믿으세요."



대부분 비슷하게 느끼겠지만, 나는 지하철에서 크게 대화하거나 말하는 행위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호객행위를 하거나, 종교를 전도하려 하거나, 혹은 그저 개인적인 통화를 큰 목소리로 하는 등 공공장소에서 불필요한 큰 소음을 내는 것은 매너가 아니라고 본다.



오늘 아침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그 사람이 어떤 말을 하는지 들어보기도 전에 부정적인 감정부터 내 머릿속을 사로잡기 시작했다. 그런데 가만히 들어보니 어쩌면 좋은 의도를 가지고 행동하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거슬리도록 큰 소리로 말하고 다니는 것도 아니었다.



그 사람은 단지 자신이 예수님을 믿음으로서 얻게 된 커다란 행복에 겨워 남들과 함께 나누고자 하였고, 그런 순수한 마음을 최대한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기 위해 불특정 다수가 많이 모이는 지하철에서 자신의 의견을 설파하고 다녔던 것일 수도 있다. 행복은 나누면 두 배가 된다고 하지 않던가.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는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종교를 권유하거나 강요하는 사람들을 보면 줄곧 눈살이 찌푸려지곤 했다. 물론 강요는 그릇된 행동이라 확신하지만, 어찌 보면 단지 '권유'하는 정도는 자유롭게 할 수 있고 받아들이는 사람도 그리 부정적으로만 생각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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