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수필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안드레아 Aug 27. 2023

이름 없는 메뉴

살면서 한 번쯤은 이름도 없고 가격도 없는 음식을 먹어보고 싶다.

우리는 식당에서 음식을 사 먹을 때 언제나 이름과 가격이 정해진 음식만을 먹는다.

그렇지 않은 음식을 먹으려면 내 스스로 만들거나 누군가가 만들어주는 음식을 먹어야만 한다.




비싼 음식을 먹어도, 저렴한 음식을 먹어도 그 안에는 단가를 맞추기 위한 노력이 들어가 있고, 요리사의 철학이 들어 있다. 저렴한 음식이 요리사의 철학은 없고 가격으로만 승부를 보는 음식이라고 비난하더라도, 판매하는 모든 음식에는 경제적으로 제한이 있기 마련이다. 비중이 다를 뿐 어떤 음식에도 요리사의 철학이 담겨 있고 경제적인 고민 또한 담겨 있다.


요리에 몸담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요리에 대한 자신만의 철학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음식을 쉽사리 만들어 제공할 수 없는 이유는, 아마 경제적인 문제가 가장 클 것이라. 돈을 받고 파는 이상 스스로의 머릿속에 있는 그림들을 그 상태 그대로 바깥으로 끄집어낼 수 없는 형편일 것이라 생각한다.


요리 또한 스스로의 철학을 특정한 형태로 세상으로 끄집어 내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 준다는 관점으로 보았을 때 일종의 예술가이다. 결국 예술이란 사람들을 정신적으로 풍요롭게 해 주는 것이 주된 목적인 분야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우리가 하는 모든 행위가 인간의 행복을 위함이긴 하지만 예술은 조금 더 비 필수적이고 정신적인 영역을 공격하는 분야라고 할 수 있다.


예술을 사랑하고 창조하는 모든 사람들은 모두 그들만의 고충과 제약이 있을 것이며, 완벽하지 않은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사용할 수 있는 최대한의 물건들과 최선을 다해 스스로의 철학을 표현하는 것이 예술이었다.


그 누구도 완벽한 환경에서 예술을 하고 있지 않다. 그림을 그려도, 음악을 만들어도, 글을 써도, 춤을 춰도, 멋진 근육을 만들어도,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도 모두 마찬가지다.


음식뿐만 아니라 내가 살아가면서 느낄 수 있는 모든 예술 작품이 완벽하지 않은 환경에서 탄생했다면, 한 번쯤은 예술가가 스스로 원하는 완벽한 환경에서 탄생한 작품을 느껴보고 싶다. 한 번쯤은 요리사가 재료와 기구와 시간에 제약 없이 스스로의 철학을 온전히 담아낸 '작품'을 느껴보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행복한 삶은 ‘선택할 수 있는 삶’입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