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이야기
들어는 봤는가 몰라
그대,
긴 하루 지나고
습관처럼 스며들던 이 거리가
한때 로드 넘버 원이었다는 것을
지금에야,
값싼 술자리와
뜻 같지 않던 삶의 한탄과
빛 잃은 기억들로 정체된
쇠락한 거리가 되었지만
유려했던 그 시절엔
속살 드러낸 여인의 홍등가와
밤새워 질퍽이던 클럽과
하루를 배설할 모텔이
곳곳에 둥지 틀던 곳
주지와 육림이 넘치던 거리에
짧은 밤이 지고 나면 겹겹이 쌓이던 만리장성
남겨진 추억은 어느 영화처럼
바람과 함께 사라지고
속절없이 흘러버린 세월만 남아
이 거리의 순댓국집
경배하듯 술잔 드는
등굽은 저 사내에게도 로드 넘버원이 있었지
움켜쥐면
손안에 가득할 것 같던 기회의 순간들
반복된 실패에도 기대는 끈질겨
초라한 말년을 딛고
새로운 희망을 술잔에 담아 펼친다
그 시절,
취한 사내의 꿈은
어느 거리를 거닐고 있을까?
저 사내의 낡고 야무진 꿈이
손 안에 잡힐 때면
이 거리도 다시
로드 넘버 원이 되어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