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에 취해 잠을 설치다.

사람 이야기

by 오세일

아시나요?

어둠도 빛처럼 동에서 온다는 걸.

해거름 지나 뭇시선 붉은 서녘 향할 때

새벽 여명이 지나온 그 길 따라

품 넓은 어둠 건너와 도시를 덮으면

저잣거리 뒷골목에도 생기가 들어요.


초라한 일상을 보상하듯

과장되게 소란했던 술자리가 끝나고

끈적거리는 작별마저 마치면

여행 같은 귀갓길을 떠납니다.


개천 건너,

눅눅한 취기와 함께 도착한

낡고 허름한 내 둥지엔

푸른 달빛이 먼저 왔네요.

일종의 공유일까요?


1번 국도가 지나는 창가에 앉아

잔을 채우고

사그라든 취기가 다시 타오르면

불 꺼진 거실에 달빛 베고 누워요.


도로 위를 달리는 불빛과

불 꺼진 창으로 스며든 달빛이

기묘한 대비를 이루며 섞이고

직진도 발광도 불가한 날들을

원망하다, 자책하다,

그냥 무상해집니다.


밤 깊어 도시의 불빛 스러지면

실핏줄 같은 달빛에 취해

밤새 뒤척이며 잠을 설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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