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지지

역사 이야기

by 오세일

#1

기원전 668년, 춘추시대의 위나라 19대 군주인 의공이 부친인 혜공을 이어 즉위합니다. 위혜공의 사악함에 질린 백성들은 그 아들 위의공도 좋아하지 않습니다. 위의공은 학을 좋아해 궁궐에 새장을 짓고 많은 학을 기릅니다. 학에게 벼슬과 녹봉을 주고 행차할 때는 맨 앞 수레에 탄 학을 학장군이라 부릅니다. 학으로 인해 재정이 고갈되고 백성들은 궁핍해집니다.


중국이 북쪽 오랑캐라 부르던 북적(北狄)의 수장인 수만이 중원을 노립니다. 먼저 형나라를 점령하고 이어 위나라를 공격합니다. 놀란 위의공이 백성들에게 동원령을 내립니다. 백성들이 비아냥거립니다. “학장군을 싸움터에 내보내면 될 것을...” 뒤늦게 잘못을 깨달은 위의공이 학을 날려 보내고 자신이 직접 친정하겠다고 선언합니다. 위의공이 모인 백성들을 데리고 북적에 맞서지만, 한 번 싸움에 위군은 전멸하고 위의공도 다진 고기가 되어 죽습니다.


다른 나라에 사신으로 다녀오던 위나라 굉연이란 사람이 싸움터를 지나다 위의공의 시체를 발견합니다. 위의공의 시체 중 온전한 건은 간뿐입니다. 굉연이 배를 갈라 위의공의 간을 배 속에 넣고 죽습니다. 부복납간(剖腹納肝), 굉연이 남긴 고사입니다.


#2

기원전 540년, 병상의 조카를 목 졸라 죽이고 왕위에 오른 초나라 영왕이 패권을 노립니다. 초나라는 오나라를 공략하기 위해 오와 친한 서나라를 공격하지만, 오나라의 지원을 받은 서나라는 완강히 버팁니다. 양자강 유역의 초나라 사람은 추위에 약합니다. 패권에 집착한 초영왕이 겨울에 거병하는 무리수를 두었기에 병사들의 고충이 막심합니다. 전쟁이 길어지자 초나라 도성에서 반란이 일어납니다. 초영왕을 도우면 삼족을 멸한다는 반군의 포고령이 무서워 아무도 왕을 돌보지 않습니다. 굶주림에 지친 왕 앞에 신해라는 자가 나타나 왕을 거둡니다. 신해의 부친이 초영왕에게 은혜 입은 일이 있어 신해가 아비의 은혜를 갚고자 왕에게 음식을 주고 두 딸을 침실로 들여보내 시중들게 합니다. 두 딸이 잠들자 상심한 왕은 목을 매 자살하고 신해는 두 딸을 죽여 왕과 함께 묻습니다.


#3

제나라 영공이 뒤늦게 애첩에게서 얻은 아들에게 군위를 넘기기 위해 세자 광을 폐하고 죽이려 합니다. 기원전 554년, 제영공이 병에 걸리자 최저와 경봉은 정변을 일으켜 세자를 죽이고 폐세자 광을 데려와 군위에 올립니다. 최저와 경봉이 권력을 양분합니다.


최저의 부인 당강은 절색입니다. 제장공 광이 최저의 집에 들렀다가 당강을 보고 반해 최저 몰래 품습니다. 제장공이 당강 범하는 일을 반복하자 최저도 알게 됩니다. 최저가 병들었다며 입궐하지 않습니다. 제장공이 문병을 핑계로 최저의 집을 찾습니다. 당강이라는 꽃에 찾아든 제장공을 최저가 죽입니다.


제나라 대신들은 최저가 두려워 감히 제장공의 시체를 보러 가지 못합니다. 오직 한 사람이 최저의 집에 찾아가 시체 앞에서 통곡합니다. 최저는 백성의 신뢰를 받는 사람이라 차마 죽이지 못하고 왜 군주를 따라 죽지 않는지를 묻습니다. “군주가 사직을 위해 죽었다면 따라 죽는 게 신하의 도리이겠지만, 군주가 사욕을 채우다 죽었으니 따라 죽을 이유가 없소. 가치 없는 죽음으로 충성을 사지는 않겠소.”


관중을 이은 제나라의 명재상, 제장공의 뒤를 이은 평범한 재능의 제경공을 보좌해 제나라를 지탱했다는 안자라고 높여 부르는 안영의 이야기입니다.


큰 목소리의 정치인들이 있습니다. 그 목소리는 위민(爲民)이 아니라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향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그럴 수 있는 건 맹목적 지지자가 있기 때문입니다. 똑똑한 지지, 위민에 더해 위국의 길입니다.

1530397571777.jpg


keyword
작가의 이전글백패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