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패킹

사람 이야기

by 오세일

지난가을이 끝나갈 무렵 백패킹에 필요한 장비 대부분을 구입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산속에서 야영했던 1998년 이후 30년이 거의 다 되어 첫 백패킹을 어디로 떠날지 행복한 고민에 빠집니다. 그러다 갑자기 일이 생기고 두어 달이 지나 한겨울이 된 요즘에서야 다시 여유가 찾아옵니다. 그런데 이 추위에 배낭을 꾸려 떠나기엔 너무 노회했나 봅니다. 산속에서 이 겨울과 맞설 자신이 없네요. 어느 때보다 간절히 봄을 기다립니다.


그 사이 술 마시고 늦게 귀가한 날에는 종종 장비를 챙겨 여행을 떠납니다. 텐트를 치고, 매트에 바람을 넣고, 침낭을 꺼내 누워도 봅니다. 캠핑 의자에 앉아 텐트를 보고 있노라면 잠시나마 그곳이 어디인지를 잊습니다.


새벽에 술 깬 뒤 캠핑장이 된 거실을 보면 나이가 한심해집니다. 아이들 볼까 민망해 서둘러 장비를 거둡니다. 아무 일 없었던 듯. 그러면서도 조금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렇게 나의 60대가 깊어갑니다.

KakaoTalk_20260125_222322185.jpg

거실에서 본 일몰 직후 풍경입니다. 한강뷰 안 부럽습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토스 복권 긁던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