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이야기
달은 그냥 달이다.
삭에서 망 지나 다시 삭까지, 삭망월 29일 12시간 44분 3초 동안 단 한 순간도 달이 변하거나 달이 아니었던 적이 없다.
초승달 상현달 보름달도, 거리가 가까워 커 보인다는 슈퍼문도, 같은 달 두 번째 보름이라는 블루문도, 한결같지 않은 모습이지만 한결같게 지구를 돌고 지구에 이끌려 태양을 돈다.
한결같지 않은 건 우리의 시점이고, 한결같은 건 달의 본질이다.
달의 공전주기인 항성월은 27일 7시간 43분 12초이다.
삭망월이 이틀하고도 다섯 시간 더 긴 이유는 태양을 도는 지구 공전의 결과이다.
지구와 달 사이에 태양이 관여해 생긴 일이다.
항성월은 태양이 배제된 지구와 달만의 관계이다.
둘 사이의 관계도 쉽지는 않지만, 관계에 누군가 더해지면 혼란스러워지는 건 인간을 넘어 우주의 섭리였다.
공교롭게도 달의 자전은 항성월과 일치한다.
‘이런 엄청난 우연이’는 아니란다.
질량이 큰 천체를 공전하는 작은 천체는 인력의 기울기인 조석과 마찰의 영향으로 공전과 자전이 일치해지는 물리적 현상이라는데, 달이 한쪽 면만 보여주는 이유이기도 하다.
강한 자가 원하는 모습만 보여줘야 하는 약한 자의 비굴이 우주에서 당위성을 찾은 것인가?
위성의 한쪽만을 보게 되는 조석 고정(潮汐 固定), 태양에 사는 누군가는 지구의 한쪽만을 보게 된다.
지구에 사는 누군가는 평생 낮을 살거나 밤을 살고, 또 누군가는 여명에 살거나 낙조만 보다 죽는다.
아이들은 세상 어딘가에는 어둠의 세계가 있다거나, 혹은 빛의 세계가 있다는 믿기지 않는 이야기를 들으며 성장한다.
다행인 건지는 모르겠지만, 우리가 밤낮과 조석을 모두 볼 수 있는 건 태양과의 거리가 너무 멀어 지구 자전과 공전의 일치가 아주 더디게 진행되기 때문이다.
아주가 어느 정도냐고?
100만 년마다 17초가 늦어진다니 1일 자전이 365일 자전이 되려면 무려 1조 8천 500억 년이 지나야 한다.
현재 나이 46억 살인 태양의 남은 기대 수명이 50억 년이라니 단언컨대, 나는 물론이거니와 아이들의 아이들의 아이들의 세상과도 무관한 이야기다.
자체로 발광하지 않는 달은 태양에 의지해 빛이 되지만, 그렇다고 존재 자체가 부정되는 건 아니다.
빛나야만 존재하는 것이 아닌 것과 같다.
삭 중에도 달은 빛과 무관하게 그대로의 모습으로 존재한다.
이 또한 나는 물론이거니와, 아이들의 아이들의 아이들의 세상에도 여전할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