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물감 Jul 21. 2022

저 너머, 그 곳에 가면

[글쓰는 오늘] 판교책방 글쓰기 모임 네 번째 날

오늘의 글: <푸른 꽃>

마님 고향의 습속이 이곳보다 훨씬 온화하고 호감이 가거든요. 그곳 사람들은 즐거움을 해치지 않고서 유익한 것을 도모하는 법을 알고 있어요.

EBS에서 주중 매일 저녁에 방영하는 프로그램 <한국기행>의 몇 주 전 부제는 '저 너머, 그 곳에 가면'이다. 프로그램을 소개하려는 글은 아니지만, 이 프로그램에 대한 소개를 한 줄 정도는 해 두어야겠다. 이 프로그램은 우리나라 국내 여행을 콘셉트로,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풍경과 그 안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을 보여주는 작은 다큐멘터리 시리즈이다. 워낙 오랫동안 방영된 프로그램이다보니 가끔은 인위적인 콘셉트가 느껴질 때도 있지만 그 점을 감안해도 프로그램은 많은 사람들의 이상향을 보여준다. 

이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모두 자연과 사람들 속에서 함께 살아간다. 산 속에 암자를 지어 속세와 떨어져 혼자 살고 있는 스님조차 텃밭의 풀을 키우고 강아지나 길고양이를 기르면서 함께 살아가고, 주말에만 세컨드하우스에 내려가서 사는 도시의 직장인들도 그 곳에서 이웃이나 친구와 함께 맛있는 식사를 하고 물놀이를 하면서 함께 살아간다.

사람들은 열심히 일한다. 텃밭의 풀은 하루만 뽑아주지 않아도 '나 여기 있어요! 몰랐지!'하고 쑥 자라버린다. 길고양이는 '왜 매일 주던 밥을 오늘은 안 줘?' 하고 찾아와 야옹거린다. 기왓장이 떨어진 지붕을 보수하고, 돌담에 쌓아올릴 돌을 주워 나르고, 흙벽에 진흙을 발라야 하고, 가족과 친구와 이웃과 함께 먹을 식사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부지런히 일하면서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고양이의 밥을 챙겨주면서 얘들이 나를 외롭지 않게 해준다고 말한다. 지붕에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땀을 줄줄 흘리면서도 놀이처럼 생각하고 일한다고 말한다.

그렇게 부지런히 일하면 그만큼의 보수가 돌아온다. 고양이는 내일 아침에도 찾아와 야옹거리면서 스님을 반갑게 맞이해준다. 잘 가꾼 텃밭은 매일 신선한 상추와 고추와 가지를 따서 먹을 수 있게 해 준다. 튼튼한 집은 비바람을 막아준다.

낮에 열심히 일한 만큼 저녁에는 마음 놓고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하늘에 떠 있는 별을 보면서 누워 느긋한 시간을 보내고, 차를 마시고, 책을 읽는다.

이 모든 것들이 얼마나 자연스럽고 당연하면서도 단순하고 따뜻한 인간 삶의 방식인지.


사람들은 모두 이렇게 살면 된다. 반려동물과, 가족과, 직장 동료와, 친구들과 함께 살아간다. 사람들은 열심히 일하고, 부지런히 일하면 그만큼의 보수가 돌아온다. 낮에 열심히 일한 만큼 저녁에는 마음 놓고 시간을 보낸다. 이 단순한 것이, 왜 어떤 사람들에게는 그다지도 어렵고 아프고 복잡한지 모르겠다.

'저 너머, 그 곳'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그 단순하고 따뜻한 인간 삶의 방식을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작가의 이전글 벚꽃의 꽃말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