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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비내리던 날 Oct 03. 2022

문득 가을이네



문득 가을이다.


엊그젠 시인의 바다에서 몽돌 구르는 소리와 함께 새벽을 맞았다. 

파도는 태초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같은 모양의 그림을 그린 적이 없었다.

밀려왔다 밀려가는 슬픈 고백의 목소리마저도.


푸르른 바다는 늘 평화롭다. 

수평선 너머에는 더 푸른 고요가 있을 테지.


때로는 지나던 바람이 바다를 화나게 할 때도 있다. 

격랑이 거친 숨을 내뱉으며 몸부림칠 때마다 나는 환희의 눈물을 흘렸었다.


모래 해변에서 잠들 때가 참 행복했었다. 

파도 소리 잘 들리는 바다 가까이에 텐트를 쳤었지. 

잔잔한 파도소리가 속삭일 때쯤 잠에서 깨는 게 너무 좋았었다.


바다에게 묻고 파도에게 듣는

 침잠의 시간 동안만은 온 우주가 푸른 고요였다. 

하늘의 별조차도.



새들은 동이 트는 순간 울기 시작한다.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숲 속 작은 나무집에서 새소리에 잠을 깨 아침을 맞이한 적이 있었다. 

맑고도 청아한 천상의 화음을 평생 잊지 못한다.


어쩌다 연구실에서 밤을 새울 때도 새벽을 깨우는 새소리가 반가웠었다.

동이 트고 어둠이 걷히면 새는 또 그렇게 멀리 떠나갔다.


이제 컴퓨터를 꺼야겠다.

휀 돌아가는 소리가 자꾸 거슬린다.

풀벌레들의 아름다운 합창을 들어야겠다.


문득 가을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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