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4일 월요일 아침.
개학 첫날부터 지각할까 무서웠는지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일찍 잠에서 깨버렸다.
하지만 오늘이 개학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 이불 속에서 꼼지락 꼼지락ㅠㅠ
겨우 몸을 일으켜 학교로 가는데 아.뿔.싸. 마을버스엔 학생들이 참 많구나..
내일부턴 더 일찍 출근해야지ㅠ
강사님도 출근 시간을 전달받지 못해 나보다도 먼저 도착해버림ㅋㅋ
오늘은 다행히 2,3학년은 9시쯤 집으로 돌아가고 1학년만 남아 입학식 후 점심 전에 일과가 끝난다!
강사님과 함께 1년을 잘 보내야하니 맛난 점심을 먹으며 친해져보려 교문을 지나 걸어가고 있는데...
갑자기 울리는 마이 셀룰러폰... 액정에 뜬 다섯 글자...
교감선생님
응? 무슨 일이지? 점심 같이 먹자는 건가? 설마아....?
"네, 교감선생님!"
"보건선생님, 어디시죠? 지금 신입생이 입학식 중에 강당에 쓰러졌어요. 지금 빨리 강당으로 와 주세요."
순간 머릿 속이 하얘졌고, 같이 있던 샘들께 저 빼고 밥을 먹으라며..
나는 오늘 점심을 못 먹을 것 같다는 말을 남기고 전력질주를 시작했다..
하지만 불과 열 걸음도 채 못 가서 깨달았다. 우리 학교가 산 꼭대기에 있다는 사실을.
고산병에 걸린 히말라야 산악대원처럼 헉헉거리며 뛰어(사실 걷는 것보다 더 느렸을 수도)가며 전임샘한테 전화를 걸었다.
"샘, 구급가방이랑 혈압계 어디 있어요??"
보건실에서 빨간 구급가방을 챙겨 강당으로 가려는 찰나, 또 깨달았다.
강당이 어디지???
분명 교장선생님이 학교 투어 해 주실 때 강당에 가봤지만 천부적인 방향치인 나는 또 멘붕..ㅠㅠ
어라? 근데 아이들이 어딘가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래! 쟤네를 역주행해서 가면 강당이 나오겠구나!!
아이들 사이를 요리조리 피해 강당으로 가고 있는데 쩌멀리 교감선생님이 보인다!
교감샘도 나도 반가움의 아이컨텍!!
다행히 학생의 상태는 그리 심각하지 않았고, 천천히 걸어 보건실로 이동시켰다.
혈압, 맥박, 산소포화도를 측정하니 정상범위였고, 얼굴이 조금 창백해 보이는 것 외에는 안정적인 상태.
휴우.. 입학식이라 조금 긴장했나 보다.
사람들은 고등학생을 보면 보통 다 컸다고 생각하곤 하는데 사실 고등학생도 애기다 애기ㅎㅎ
덩치가 조금 큰 덩아일 뿐ㅋㅋㅋ 이럴 때 보면 참 귀엽기도 하다는
학생을 담임선생님께 인계하고 자리에 앉아 보건일지를 작성하고 있는데 누군가 또 들어온다ㅠㅠ
긴장의 눈길로 문을 쳐다보니, 어머! 천사같은 샘이 커피랑 샌드위치를 사다주심ㅠㅠ
점심 굶고 일할 내가 걱정된다며.. 힝 우리 이제 이틀 본 사이인데 너무 따수운 거 아닌가요?
그렇게 첫날부터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고 특근매식비로 야무지게 저녁도 먹고 돌아와서 앞으로 해야할 일들 점검하기!
투두리스트를 적어보는데 왜 번호가 끝이 없을까? 호호호
내일부터는 본격적인 학기가 시작되는데 응급환자 없이 무사히 넘어가길. 제발~
#학교불매 #학가싫 #개학시러